뛰어내린 2명 사망 배경은
'기능 발휘 어렵다' 위험성 우려
소방서 각각 구입… 다른 매뉴얼
"안전 담보 못해, 낙하 유도 필요"

'부천호텔 화재' 사고로 사망한 7명 중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던 2명의 목숨을 지켜내지 못한 소방당국의 에어매트(공기안전매트)를 둘러싼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매트 측면에 떨어졌다는 이유로 뒤집혀지는가 하면 5층을 초과하는 건물 구조용 매트엔 공통된 표준매뉴얼조차 없는 점이 드러나면서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실정이다.
25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지난 22일 부천소방서는 사고 현장에 도착한 지 5분 후인 오후 7시48분께 호텔 외부 1층에 에어매트(가로 7.5m·세로 4.5m·높이 3m 크기, 10층 구조용)를 설치했다. 이후 불꽃과 연기가 순식간에 호텔 내부 발화 지점인 7층을 뒤덮는 급박한 상황이 계속되자 7시55분께 한 객실에서 30~40대 남녀 2명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
에어매트를 믿고 먼저 뛰어내린 여성은 매트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에 떨어지며 에어매트가 뒤집혔고, 급박했던 남성은 에어매트가 모습을 되찾기도 전에 몸을 아래로 던지며 결국 둘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가 목숨을 잃었다.
통상 10층 높이에서 뛰어내려도 생존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에어매트였음에도 해당 호텔 7층 객실에서 떨어진 남녀 2명의 사망 피해를 막지 못한 것이다. 사망 여성이 매트 위 떨어진 위치에 따른 영향과 무관하게, 소방당국이 5층 이상 구조용에 쓰는 에어매트에 대한 공통적인 표준매뉴얼조차 없는 사실이 드러나며 에어매트에 대한 위험성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구조하고자 하는 층수별로 5층 단위로 나눠 5~20층까지 에어매트가 제작되고 시판되는데, 소방장비를 공식 인증해 주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은 5층형까지만 인증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높이를 초과하는 규모의 에어매트는 피난 장비로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에 10층 구조용부터는 각 소방서가 민간 업체로부터 구입해 공통된 인증이나 매뉴얼도 없이 제각기 다른 사용 설명서에 의존해 사용해 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층에서의 에어매트 사용이 안전성을 충분히 담보해주지는 못한다며, 위급 시엔 구조자들의 명확한 안내와 지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번처럼 7~8층 높이에서 사용하는 게 흔한 일이 아니고, 아무리 큰 에어매트라도 구조자들에겐 작게 보인다"며 "소방관들이 모서리를 지킨 상황에서 '뛰어내리라'는 식의 유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수현·김지원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