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도착한 15일 오후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공수처가 있는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체포 무효”를 주장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 앞에서 체포 반대 집회를 하던 이들이 공수처 인근으로 모여 집회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들은 봉쇄된 정부청사 정문 앞에서 ‘영장 무효’, ‘공수처 해체’, ‘윤석열 만세’ 등을 연신 외쳤다. 손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들려 있었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뜻의 ‘스톱더스틸(STOP THE STEAL)’이 쓰인 손팻말을 내보이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집회를 하다가 윤 대통령이 체포된 직후 공수처로 넘어왔다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용인에서 온 김모(71)씨는 “국민이 다칠까 봐 대통령님이 관저에서 나오는 모습에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보였다”며 “이전 정부가 북한과 중국을 지원하며 국가를 불안하게 만들어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집회를 위해 직접 구매했다는 심벌즈를 구호에 맞춰 치면서 윤 대통령이 체포됐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지역에서 대형버스를 대절해 함께 왔다는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다. 대구에서 온 안인순(81)씨는 ‘구국대구투쟁본부’ 관계자들과 45인승 버스 3대를 빌려 함께 과천으로 올라왔다고 했다. 안씨는 “아침 8시에 대구에서 출발해 한남동으로 향했는데, 중간에 대통령 체포 소식을 듣고 공수처로 방향을 틀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8년째 집회에 나오고 있는데, 대통령이 이렇게되면 결국 나라가 공산화되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청사 정문 옆 운동장에서 대규모 본집회가 열렸다. 정문에서 구호를 외치던 지지자들은 하나 둘씩 운동장에 설치된 무대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회자는 마이크를 들고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을 잃은 기억이 있다”며 “윤 대통령에게 손 하나 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외쳤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무대에 오르자, 지지자들의 호응은 극에 달했다. 전 목사는 “전 세계에 한국의 상황을 알리는 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오느라 늦었다”며 “공수처가 불법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데려왔다. 총격전이 벌어지면 피 흘리는 일이 일어나 내(윤석열)가 할 수 없이 공수처로 간다고 말하는 걸 봤느냐. 이게 윤석열의 배짱이다”라고 소리쳤다.
지지자들은 이곳에서 ‘철야’집회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전날 밤부터 관저 앞을 지켰다는 박의재(80·용인)씨는 “밤을 샐 각오로 바지만 네겹을 입고 판초(망토)도 챙겨왔다”며 “80살 먹은 노인네가 할 게 뭐 있나, 열불 나서 오늘도 이 자리를 밤새 지킬 것”이라고 토로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