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분야 얽힌 복합 민원 태반

중추부서 판단 등 맞춤형 해결사

‘8대1 경쟁률’ 선호부서 탈바꿈

수원시청 새빛민원실. 이곳에선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공무원들이 민원을 상담한다. 2025.2.4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수원시청 새빛민원실. 이곳에선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공무원들이 민원을 상담한다. 2025.2.4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죄송한데 그건 저희 부서 소관이 아닙니다.”, “수원시, 수원시장은 뭘 하는 겁니까.”

흔히 시청 민원실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이런 대화가 수원시청에서 사라진 건 2023년부터다. ‘수원을 새롭게 시민을 빛나게’에서 한 글자씩 따온 ‘새빛민원실’이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2023년 7월부터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 임수정 베테랑은 ‘팀장’을 내려놓고 새빛민원실에 자원했다. 팀장에서 실무자로, 1993년 입직한 경력 많은 공무원에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새빛민원실에서 일하는 9명의 베테랑은 모두 공무원 경력 20년 이상, 6급 5년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한다. 각각 건축, 환경, 행정 등에 특화된 공무원들이지만 새빛민원실에는 부서 칸막이가 없다. 민원의 성격에 맞게 ‘맞춤형 설루션’을 제공한다는 기준만 있다.

민원인이 찾아오면 담당 부서를 파악하는 게 베테랑이 해야할 역할이다. 대개 복수의 부서가 담당하는 복합적인 민원인 경우가 태반이다. 베테랑은 민원 내용을 듣고 능숙하게 ‘중추부서’를 판단한다. 이후 직접 부서를 통해 민원을 해결해낸다.

일련의 민원 해결 과정은 민원인이 커피를 한 잔하는 사이에 이뤄진다. 불편한 마음을 안고 시청을 찾은 시민이 커피를 마시는 동안 마술처럼 민원이 해결되는 것, 그게 새빛민원실의 목표다.

베테랑이 근무하며 민원실 문화도 바뀌었다. 특히 ‘특별승진’까지 이뤄지며 올해 지원자를 모집했는데 8대 1까지 경쟁률이 치솟기도 했다. 기피하는 부서에서 선호부서로 탈바꿈한 것이다.

1993년 입직해 현재 새빛민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수정 베테랑의 상의에 ‘베테랑 임수정’이라고 적힌 명찰이 붙어있다. 2025.2.4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1993년 입직해 현재 새빛민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수정 베테랑의 상의에 ‘베테랑 임수정’이라고 적힌 명찰이 붙어있다. 2025.2.4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하지만 민원이 쉽사리 해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임 베테랑이 다뤘던 ‘공실 전기요금 문제’가 대표적이다. 대여섯 공실이 있는 상태에서 20개 가량의 상점이 영업 중인 복합상가가 있었다. 공실에서 공용부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못해 3천만원 이상의 전기요금이 미납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단전조치를 피할 수 없다는 문제가 대두됐다.

어디 호소할 곳 없던 점주들은 새빛민원실을 찾았다. 민원실 베테랑들은 우선 상가 관리단을 꾸리게 하고 관리단장을 선출한 뒤 대표성을 띤 상태로 한국전력공사와 미납 문제를 협의하게 했다.

결국 관리단장이 성공적으로 미납 해결 방안을 협의해 내며 상가는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이 모든 과정, 그리고 한전과의 협상 과정에서 베테랑이 입회해 지켜봤다.

임 베테랑은 “민원인분들이 ‘수원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말씀해주실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전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