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일본 도쿄/조영상·추성남기자]일본 도쿄도(東京道) 미나토(港)구에 위치한 아오야마(靑山) 묘지.

26만㎡ 규모로 1만4천560구의 시신과 유골이 보관돼 있는 이 묘지는 도쿄도가 도립묘지로 지정해 관리하는 8곳의 묘지 중 하나로 지난 1874년 조성됐다.┃표참조


아오야마 묘지에는 우리나라의 보통 묘지와 같이 시신을 묻은 뒤 비석을 세우는 묘지 외에 수백명의 유골을 한 곳에 묻을 수 있는 아파트형 묘지가 조성돼 있다. 한기당 3명의 유골을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아파트형 묘지는 묘지를 120기로 나눠 총 360명의 유골을 보관할 수 있다.

아오야마 묘지 요코오(橫尾·39) 관리소장은 "급속도로 늘어가는 사망자를 좁은 땅에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아파트의 모습을 본따 만든 묘지를 고안해냈다"며 "도쿄도립묘지 8곳 중 유일하게 아오야마 묘지에만 아파트형 묘지가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쓰(府中)시와 히가시무라야마(東村山)시에 조성된 묘지에는 한 곳에 6천명의 유골을 보관할 수 있는 고분 형태의 묘지가 조성돼 있으며 최근에는 산 밑에 유골을 묻는 수목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묘지 조성에 민감한 한국도 아파트형과 고분형, 수목장 형태의 묘지 조성을 고려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한번에 수백명의 유골을 묻을 수 있는 아파트형 묘지가 빌딩 숲 도시한복판에 위치해 있는 아오야마 묘지.
아오야마 묘지의 큰 특징은 묘지를 공원처럼 조성해 도심속에 자연스럽게 융화시켰다는데 있다.

미나토구는 도쿄도의 23개 특별구 중 하나로 세계 48개국의 대사관이 있으며 혼다와 미쓰비시 자동차, 소니, 후지쯔, 도시바 등 많은 회사들의 본사가 있는 대도시지만 묘지내 가로수와 벚꽃길을 조성해 시민들의 산책공간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묘지내에 수십년전 한 고등학교가 세워졌지만 학교 관계자나 학부모 그 누구도 묘지에 대한 불만이나 항의를 한 적이 없다는 사실과 묘지내에서 시민들이 산책과 조깅을 하는 모습은 묘지의 공원화가 성공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또 미나토구내의 한 고위 관료 집터를 아오야마 묘지로 편입시켜 그 자리에 일본 총리를 지낸 육군대장 다나카 기이치(田中義一)와 명치유신을 이끌어 낸 오쿠보 도시미치(大久保利通) 등 군인과 유명 정치인의 묘지를 조성, 역사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도쿄공원협회 공원사업부 시바타(柴田) 과장은 "최초 아오야마 묘지가 조성될 당시 지리적으로 도심이 아니라 주민 마찰은 없었지만, 묘지 인근에 빌딩과 주택가가 들어서면서 일부 시민들을 중심으로 묘지 이장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며 "시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로수와 벚꽃 등을 식재해 묘지를 공원처럼 꾸민 결과, 매년 3~4월에는 묘지내에 벚꽃 구경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등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말했다.

■ 도쿄도립묘지?

도쿄도 특별구내 4곳과 특별구 교외 4곳 등 총 8곳에 조성된 묘지로 최초 묘지가 조성된 1874년 도쿄도청 건설국에서 관리했으나, 도쿄공원관리협회가 설립된 1964년 이후에는 도쿄공원관리협회에서 모든 묘지를 관리하고 있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기획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