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
[영상+] “경인일보 신춘문예, 도·시민 정서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 지면기사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김지민 “언어 늘 고민하며 쓸것” 박정현 “죽기 전까지 이야기를” 한국 문단을 빛낼 신진 작가가 탄생한 2025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5일 오전 11시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시상식에는 홍정표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 윤인수 주필, 조영상 편집국장을 비롯해 심사위원인 김윤배 시인과 구효서·최수철 소설가, 당선자와 가족 및 지인 등이 참석했다. 당선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상금 500만원(단편소설 부문)과 300만원(시 부문)이 각각 수여됐다. 김윤배 심사위원은 “경인일보는 수도권 지역 신문 중
-
[2025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詩) ‘넝쿨은 집으로 가요’, 단편소설 ‘체어샷’ 당선 지면기사
한국문학에 참신한 작품을 선보일 신예 작가,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자가 선정됐다. 2025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올해 당선작으로 각각 ▲시-넝쿨은 집으로 가요(김지민·53) ▲단편소설-체어샷(박정현·30)을 뽑았다. 지난 1987년 시작된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검증된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국내 대표적인 문학축제로, 매년 등단의 꿈을 안고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신춘문예를 알리는 공고가 나간 이후 응모마감일(12월2일)까지 시 부문 200명, 소설 부문 194명 등 394명이 각각 859편(시)·204편(소설)
-
[2025 경인일보 신춘문예 총평] 암울한 시대, 커지는 문학의 힘… 작품 수준 ‘상향 평준화’ 지면기사
시 859편·단편소설 204편 ‘치열한 경합’ 문장의 긴장감, 신선한 소재·관점 눈길 2025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김지민(53)의 시 ‘넝쿨은 집으로 가요’와 박정현(30)의 단편소설 ‘체어샷’이 선정되며 등단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신춘문예 시 부문에는 김지민을 비롯한 200명이 859편의 시를 보내왔으며, 단편소설 부문에서는 박정현을 포함해 194명이 204편의 작품을 투고해 저마다 문학성을 뽐냈다. 시 부문에서는 지난해보다 향상된 수준의 작품들이 최종에 올라 경합했다. 심사위원들은 논의 끝에 김지민의 ‘넝쿨은 집으로
-
[2025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 김명인 시인·김윤배 시인 지면기사
“무너진 옛집서 찾은 삶의 흔적… 마지막까지 울림 지속” 정치적 격랑을 거치면서, 계속 되는 불황을 견디면서, 우리들의 시심은 더 높아지고 더 깊어졌음을 응모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를 쓰기 시작하면 누구나 시인입니다. 시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슴 속 깊이 숨어 있는 서정을 사물에 투사하여 사물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다면 훌륭한 시인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시인이 될 수 있다면 아름답고 기쁘고 담대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심은 연민입니다. 이 사회가 연민으로 가득 찬다면 시편들은 사회 병리를 치유하
-
[2025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 구효서 소설가·최수철 소설가 지면기사
“절묘한 구성 드러내며 ‘자기타파’의 과정을 과감히 선행” 본심에 오른 작품들 간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던 것은 저마다의 특색과 장점 그리고 실력을 고르게 갖추었기 때문이었다.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고 따라서 두루 기쁜 일이겠으나 심사자는 그만큼 더 깊은 고민에 빠져 미세한 차이까지 짚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최종 논의를 세 작품으로 줄이는 데도 끝까지 신중을 기했다. ‘구제’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다. 일본인 남성 청바지 하나가 엮어내는 우연의 연쇄, 우연을 바탕으로 하여 발생하는 관계의 인드라망, 우연과 관계가 직조
-
[2025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 박정현 “10년의 습작… 좋은 삶 살며, 좋은 글쓰기 위해 노력” 지면기사
초등학교 시절, 집이 외딴 시골이라 학교까지 거리가 어림잡아 3㎞ 정도 됐습니다. 아버지는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 한 차로 실어다 주지 않았습니다. 8살 무렵 등하굣길 왕복 6㎞를 매일 걸으며 생각한 건, 일상을 견디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처음 이야기의 힘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첫 번째 습작을 쓴 뒤로 시간이 10년 정도 흘렀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제 글을 꾸준히 읽어주는 독자는 딱 네 분입니다. 그중 둘은 가족이고, 나머지 둘은 같은 방향의 길을 걷는 동료입니다. 혼자 쓰면 쓸 때의 기쁨,
-
[2025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김지민 ‘넝쿨은 집으로 가요’ 지면기사
꿈이 쳐들어와 며칠째 끌고 가요 뿌리가 박혀 있는 재건축지구로 굴러다니는 벽시계 옆 이불과 옷가지 사이 사하라 장미는 피어 태엽을 작동하고 고양이가 고양이 꼬리를 잡고 무너진 담장을 친친 감아요 마침표를 찍었어도 빈집과 빈집 사이로 길이 지나가요 세발자전거와 두발자전거 사이에 있던 들뜬 목소리 그 소리가 어디로 갔을지 궁금하지만 살아있는 것들은 살고 넝쿨은 집으로 집으로 또 집으로 가요 갈라진 벽으로 들어온 찢어진 햇빛 빛과 함께 살아나는 먼지 벽지에서 헤매다 색을 잃어가는 색연필 메뉴판에서 썩어가는 토마토를 불러와 요리해요 어제와
-
[2025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 김지민 “예측 못한 소나기 같던 ‘당선’… 詩 앞에 늘 겸손할 것” 지면기사
전국적으로 눈이 내릴 거라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바람은 회색이었고 올해도 기다리는 소식은 없나보다 하고 책 한 권을 펼쳤습니다. 자꾸 바깥을 내다봤습니다. 눈을 기다렸는지 아니면 혹시 모를 어떤 소식을 기다렸는지 헷갈리기도 했네요. 아무것도 오지 않았으므로 마음은 점점 휑해졌네요. 페이지는 습관처럼 넘어가고 읽었을 내용이 아득해 다시 앞으로 돌아가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문장과 종일 옥신각신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오후 다섯 시, 여느 날처럼 별일 없이 오늘이 가고 있을 때 연락을 받았습니다. 당선은 예측하지 못한 소나기였습니다. 흠
-
[2025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박정현 ‘체어샷’ ③ 지면기사
체어샷. 주인공이 체어샷으로 대본에 써진 주인공을 이겨요. 우리가 이긴다고요… 아직은 모르는거죠. 대표는 자기가 믿는 걸 현실에서 소송으로 증명하려는 거고, 나는 내가 믿는 걸 소설에서 체어샷으로 증명하려는 거예요 대표는 손끝으로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더니 내게 담배를 한 대 빌리고는 실실 흘리는 웃음 따라 연기를 내뱉었다. 지금껏 들었던 수많은 퇴사 사유 중 기록할만한 내용이네. 진지하게 하는 말이니? 네. 글 쓰는 사람 대 글 쓰는 사람으로 조언해도 될까? 아니요. 나는 네가 가려는 길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아. 내 옆에
-
[2025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박정현 ‘체어샷’ ② 지면기사
정말 펫시터가 고양이에게 잘못된 용량의 약을 준 걸까? 그것 때문에 고양이가 죽은 걸까? 펫시터의 투약 사고로 고양이가 일으켰다던 발작은 이전의 발작과 다른 걸까?… 그 여자는 그저 고양이를 좋아하는 신용불량자일 뿐인데 안녕, 루이. 소설은, 잘 돼갑니까? 뭘 쓸지 정했어요. 아직 한 글자도 쓰지 못했지만. 나는 말해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써 보려고요. 거식증은요? 같은 거예요. 그런가요? 3년 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파킨슨병으로요. 아이고. 요리를 잘하시던 분이라 항상 집에 갈 때마다 음식을
-
[2025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박정현 ‘체어샷’ ① 지면기사
1 대표는 나더러 자기 집에 들러서 잡화벌꿀과 노트북을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아마도 본인은 부탁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나는 명령으로 들었지만. 대표의 집은 회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의 빌라 5층이다. 대표는 늘 공적인 업무와 사적인 업무를 교묘하게 섞었다. 어디까지가 공적인 업무이고 어디까지가 사적인 업무인지 고민하지만, 그건 모래사장에 바다의 경계를 긋는 것처럼 무용하다. 어차피 네, 하고 대답할 테니까. 이런 거 불편하나? 처음 샌드위치를 사오라고 명령했을 때 내게 했던 말이다. 아니요, 편합니다. 편합니다, 라니. 그 상황에서
-
[알림] '2025 경인일보 신춘문예' 12월 2일까지 접수 지면기사
문학의 향기로, 따뜻한 위로를 세상이 어지럽고 힘들수록 문학은 그 힘을 더욱 발합니다. 시 한 줄, 소설 한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깊은 깨우침을, 또 누군가에게는 진한 감동과 위로를 전합니다. '2025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이렇듯 사람들의 삶 속에 시처럼, 소설처럼 머물러 줄 신인 작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창간 80주년을 맞아 의미를 더하는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1987년부터 매년 공정한 심사를 거쳐 문학의 미래를 발굴해 온 한국 문학의 등용문입니다. 경기·인천지역 일간지 가운데 유일하게 개최되는 경인일보 신춘문예가 문학도들의 아름다운 도전을 기대합니다.■ 응모마감 : 2024년 12월 2일(우편 도착분까지)■ 응모부문 : 단편소설(200자 원고지 80~100매), 시(3편 이상)■ 응모자격 : 순수 신인 ※1. 작품이 신문이나 잡지에 소개된 적 없는 자 2. 지원분야 수상이력이 전무(全無)한 자 3. 창작물이 출판된 적 없는 자 등■ 시상 및 상금 : 단편소설은 상패 및 상금 500만원, 시는 상패 및 상금 300만 원(단, 당선자 없는 가작의 경우는 원고료의 반액을 수여)■ 당선작 발표 : 2025년 1월 2일자 경인일보 지면■ 응모 및 문의 : (16488)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 299 경인일보사 빌딩 4층 편집국 문화체육부 신춘문예 담당자. (031)231-5385, 5348※원고 겉면 별도 표지에 이름(필명인 경우 본명도 함께 기재),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및 지원분야를 반드시 적어 주시기 바랍니다. 접수한 원고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타사 신춘문예에 중복투고한 원고나 기성작가의 응모, 표절작품의 경우에는 당선이 취소됩니다. → 당부의 말씀 (경인일보 신춘문예 지원 '당부의 말씀')
-
경인일보 신춘문예 지원 '당부의 말씀' 지면기사
지역·나이·직업 상관 없나요?기성작가여도 도전할 수 있나요?지역과 나이, 직업에 어떠한 제한도 없는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다양한 지원자들의 개성 있고 다채로운 원고들이 접수된다. 대한민국 문학계에 주춧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해 진행하는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신인 작가 발굴을 위한 경연인 만큼 지원 자격 등에 엄격한 제한이 있다.우선 각종 대회나 공모전에서 시상한 경력이 있거나 작품을 출판한 적 있는 작가는 모두 기성작가에 포함돼 당선이 취소될 수 있다. 또 응모자격이 없음에도 고의로 사실을 숨겨 당선되는 등 경인일보 신춘문예의 공정성을 훼손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다만 등단하지 않은 분야에 새로 도전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시 부문에서 등단했다 하더라도, 소설작품으로 공모전에 수상한 경험이나 출판 경험이 없다면 지원할 수 있다.원고를 작성하는 데 있어 형식에 특별한 제약은 없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이 식별하기 어려운 원고 등은 심사 과정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경인일보 신춘문예는 공정성을 위해 접수한 원고에 적힌 개인의 신상을 가린 뒤 심사위원들에게 전달한다. 이에 반드시 별도의 표지를 만들어 개인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개인정보가 적힌 표지를 제외한 작품을 심사위원에게 전달해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자분들의 협조를 부탁한다.
-
올해 한국문학 첫페이지 장식한 샛별들…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 지면기사
시 김문자·소설 이준아 등단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7일 오전 11시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등단을 축하하는 동시에 한국 문학을 이끌어갈 신진 작가의 첫걸음을 응원하는 자리였다.시상식에는 이영재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 이윤희 편집국장을 비롯해 심사위원인 김윤배 시인과 구효서·최수철 소설가, 당선자와 가족 및 지인 등이 참석해 행사를 빛냈다. 당선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상금 500만원(단편소설 부문)과 300만원(시 부문)이 각각 수여됐다.김윤배 심사위원은 시 부문 당선작 '달로 가는 나무'에 대해 "어법은 활달하고 상상력은 거침이 없는 희망을 주는 작품이었다"고 평가하며 "시는 사물의 보이지 않는 숨겨진 특성을 살펴야 한다. 그런 작품이 독자를 감동하게 하고 전율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당선자 김문자씨는 "늘 옆에서 응원해주는 벗들에게 감사하다. 앞으로 좋은 글로 보답하며, 글로 빚진 자의 삶을 살겠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최수철 심사위원은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 '하찮은 진심'에 대해 "제목에서부터 모순 어법이 느껴지며 특별한 형식이 돋보인다. 영민한 관찰력을 통해 삶의 모습을 포착하고, 사람의 관계에 있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짚으며 "소설이 예술로서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전했다.당선자 이준아씨는 "제 안에 이야기들이 아직 많이 있다. (수상 덕분에) 앞으로도 열심히 쓸 핑계를 얻었고, 이야기를 펼쳐 나갈 기회가 있길 간절히 바란다. 관심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답했다.이영재 대표이사 사장은 축사에서 "오늘 당선되신 두 분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네 분과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하신 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경인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가슴 두근거리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17일 오전 경인일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부문별 수상자들
-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이준아 '하찮은 진심' ② 지면기사
→ 7면서 계속([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이준아 '하찮은 진심' ①)나같은 사람이 보이는 친절한 태도는 그냥 악함의 상징 같은 겁니다… 잘못되었습니까?감사가 끝나고 얼마 있지 않아 우부장은 이천에 소재한 식품공장으로 발령을 받았다그녀는 '김용문이 미쳤나 봐'를 외치며 점심을 먹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특식은 뭘까 <우하늘 부장의 녹취록 中>친절함과 다정함의 힘을 부릴 수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 보이는 친절한 태도는 그냥 약함의 상징 같은 겁니다. 잘 보이고 잘 들리기 위해서는요, 더 날을 세워서 똑바로 꽂아야 합니다. 그게 잘못되었습니까? 그 날의 외근을 끝으로 밀키트 출시가 마무리되어 우부장과의 단출한 외출도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긴 시간 우부장이랑 붙어 다니느라 욕봤다며 앞다투어 나의 공을 치하해주었지만, 나로서는 상당히 께름칙한 마지막 장면으로 속이 후련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그의 성대모사를 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어, 음, 저기 김이현씨는 그게 밥 한 공기 칼로리인 거는 알고 먹는 건가? 밥을 다 먹고 그걸 먹는다는 게 좀 그렇지 않나?' 김이현에게 아부성 바닐라 라떼를 건네며 짤막한 꽁트를 선보이긴 했지만, 그마저도 전처럼 반응이 크지 않아 민망한 뒤끝만을 남겼을 뿐이다.그리고 머지않아 김이사의 호출이 있었다. 처음으로 대면한 자리에선 시장에서 밀키트 반응이 나쁘지 않다며 최전선에서 일을 진행한 장본인이니 혹시 더 보태고 싶은 의견이 있는지 물어왔다. 최전선에서 일을 진행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우부장이라는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 자리에 우부장은 불려오지 않았기 때문에 칭찬도 부담도 그저 내 몫이었다.정해진 업무를 따라가기에도 급급했던 주제에 의견이랄게 있을 리 만무했던 나는 이 기회에 SNS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뻔하디뻔한 답을 내놓았다."음, 좋은 생각이네. 그래 이렇게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피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회사에 미래가 있어요. 그래, 우부장이
-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이준아 '하찮은 진심' ① 지면기사
<우하늘 부장의 녹취록 中>그러니까 말하자면 그냥 나는 그런 톱니바퀴라는 겁니다. 조직을 톱니바퀴에 곧잘들 비유하잖아요. 나는 말이에요, 좀 녹슬고 삐걱거리긴 하지만 어쨌든 필요한 톱니바퀴라는 거죠. 거슬린다고 무작정 빼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다른 톱니바퀴들이라고 무사할 것 같습니까? 우하늘 부장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하는 중년의 남자였다.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라면 또 허둥지둥 떠들다가 실언을 했겠거니 무시하면 그만이었지만 그의 경우엔 상당히 뜸을 들여서 한다는 말이 그 지경이라 더 문제가 컸다.나는 그를 심층-이라고는 하지만 한참 철 지난 압박 면접을 어설프게 흉내 내려다 참혹하게 실패 한 중소기업의 민낯이라 할 수 있는-면접자리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나와 한 방에 들어간 지원자들은 모두 네 명이었는데 하나같이 표정에서 여유가 묻어나와 나는 질문이 시작되기도 전에 진 기분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도대체 왜 여기에 지원한 걸까 싶은 스펙들이 면접관의 입을 통해 하나씩 드러났다. 이를테면 '어학연수를 통해 언어 말고도 그 나라의 식문화를 많이 접했다고 되어있는데, 그때 그 경험을 제품개발에 활용한다면?' 같은 식이었는데, 나에게는 그렇게 엮을 만큼 특별한 이력이랄게 없어서 질문의 뉘앙스가 이상하게 뒤틀렸다."여기 보면 공백 기간에 사진 동아리 활동을 길게 했는데, 그 시간에 다른 역량을 키워볼 수도 있지 않았어요?"그것은 숫제 질문이라기보단 추궁에 가까웠다. 나로서도 그다지 떳떳할 수가 없었던 이유는 좋게 포장해 동아리 활동이라고 했을 뿐 실상은 썸타던 (혹은 타고 있다고 굳게 믿었던) 여자애한테 홀려서 무보수로 걔 쇼핑몰 사진을 찍어주러 다녔던 시기인지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사진이 좋은 매개체였습니다', 제법 괜찮은 임기응변이었다고 자위하기도 잠시, '우리가 식품회사인데, 자소서 대충 봐도 식품에 대한 인사이트가 전혀 없는데, 지금이라도 보탤 말이 있어요?'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는 드디어 망했구나 싶었다. 그
-
"오늘은 성공한 덕후… 생업속 노력 인정받은것 같아" 지면기사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 이준아 소설을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래서 열심히 읽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쓰고 또 쓰다 보면 도대체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나 싶은 순간들을 가끔(사실은 자주) 맞닥뜨린다. 그래도 결국엔 좋아하는 마음으로 귀결된다. 이 지경쯤 되니 이것도 일종의 광기 어린 '덕질'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오늘만큼은 나는 성공한 덕후다.나에게는 덕질을 공유하는 소중한 글쓰기 친구들이 있다. 내가 쓴 소설을 진지하게 읽어주는 최고의 독자이자, 신나게 뼈를 때려주는 독한 멘토이자, 장차 라이벌이 될 동료 덕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담야, 소란, 안틱, 장수. 실명도 아닌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를지언정 인생의 엑기스 만큼은 공유하는 참으로 신기한 인연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큰 사고는 안 쳐도 당최 속을 알 수 없어 키우기 쉬운 딸은 아니었을 텐데, 적당히 내려놓고 갈 길 가게 지켜봐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자매님을 비롯해 자기 일처럼 뿌듯하게 여겨준 친구들도 고맙다. 내 인생을 더 벅차고 두렵게 만들어준 나의 소우주, 나의 딸 나은, 소설이 뭔지 알만한 나이가 되면 엄마가 왜 이따금 예민했었는지 부디 이해해주길.그리고 나만의 작은 세상을 더 단단히 움켜쥘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또 사랑해준, 이제는 또 다른 나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나의 남편 원동건, (비록 가끔은 죽도록 밉지만) 이 기쁨의 절반을 똑 떼어 그에게 주고 싶다.생업과 생활 틈틈이 억지로 소설을 욱여넣어 가며 영위해온 노력이 조금은 인정받은 것 같아 행복하다. 당선 전화를 받고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부끄럽게도. 거창한 소감을 쓰기가 민망할 만큼 앞으로 더 큰 좌절과 막막함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써야지 어쩌겠는가. 나는 소설이 좋다.도대체가 프로필로 쓸만한 사진이 없어서 동네 스튜디오에 가서 난생처음 세미프로필이라는 걸 찍었다. 사진 한 장에 3만5천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 이상 천년만년 써먹을 심산이다. 부디 써먹을 기회가 많기
-
"詩에 대한 갈증 느끼고파… 글로 빚진 자의 삶 살것" 지면기사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 김문자 당선 소식은 폭풍입니다.한자리에 있지 못하게 만들고 무장해제 시킵니다.헤실헤실 나오는 웃음은 눈이 되어 쌓입니다.지금도 웃음은 눈으로 내립니다.칼 조세프 쿠셀 말처럼 내가 웃어야 거울이 웃는다는 걸 보았습니다.여고 시절 시를 품고만 있었지 싹을 틔울 줄 몰랐습니다.품고 있던 시는 나를 천천히 깨웠고 시로 이끌어 주었지만온 마음을 주어야 자라는 아이들이 곁을 비우면서꺼내지 못하고 숨겨둔 시가 조금씩 올라왔습니다.이별은 만남이고 만남은 다시 이별이며 하나를 버리면 하나가 어떤 형태로든 들어온다는 걸 알고처음 시를 품었던 마음으로 시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싶었습니다.어떤 인연으로 이담하 선생님을 만나면서 시는 온 천지에 있는 걸 느꼈습니다.선생님의 격려와 때로는 신랄한 시평으로 기초부터 시의 확장과 사물을 다르게 보는 힘을 길렀습니다.당선 소식에 저보다 더 좋아하시는 이담하 선생님,몇 년 전 별이 되신 아버지,시인이라는 이름을 주신 경인일보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늘 재깍거리는 시의 시계를 보며 좋은 글로 빚진 자의 삶을 살겠습니다.하늘의 아버지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김문자
-
'관계의 어려움' 진지하게 풀어내… 이야기 형식도 참신" 지면기사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 구효서 소설가·최수철 소설가" 올해 응모작들은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 중, '하찮은 진심', '점프, 지송', '나비의 무게', '슬러지', '사운드 아일랜드'가 본심에 올랐고, '하찮은 진심', '점프, 지송'이 최종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우선, '점프, 지송'은 그룹사운드가 공연을 벌이는, 현장감 넘치는 방송 녹화 무대로 독자들을 초대한다.인물들의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묘사의 힘과 반어법을 통해 유머 감각을 발휘하는 서술의 능력 등등이 이 소설의 장점이다. 흥미롭게도 작품 속에서 일인칭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방탕함'이라는 다소 가벼운 주제를 담고 있었지만 일관성이 있었고 그래서 깊이가 생겼다." 우리는 그 말에 대략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다만 '깊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재고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한편, '하찮은 진심'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의 어려움'이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한 중소기업의 우하늘 부장이라는 중년 남자는 꼭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굳이 뜸을 들이면서까지 하고, 상대방의 불쾌지수를 높이는 데 범상치 않은 재주가 있고, 분위기에 동참하지 못하고, 자신의 원칙 앞에서 비타협적이고, 그런가 하면 불필요하게 날을 세워서 엉뚱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다.소설은 그 사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일화들을 들려주면서 그의 말과 행동이 가지는 역설의 의미를 펼쳐나간다. 그의 곁에서 부하 직원이자 화자인 김용문은 자신을 한낱 하찮은 톱니바퀴라고 여기며 우 부장을 놀리고 흉내내는 것을 일삼는다.그러나 차츰 그는 우 부장을 닮아가면서 사회라는 조직 안에서 자신의 진정한 자리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데, 여기에 이 글의 주제 의식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회사 감사팀 녹취록에서 우 부장과 화자의 진술을 발췌하여 각 단락 앞에 배치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야기 형식에 대한 이러한 참신한 시도
-
"활달한 어법·거침없는 상상력… 읽고나면 가슴이 두근" 지면기사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 김명인 시인·김윤배 시인 팬데믹을 거치면서도,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도 시심이 있기에 견디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경인일보 2024년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를 했다.응모편수가 예년에 비해 줄지도 않았고 수준이 낮아지지도 않았다. 응모작품의 성향은 역사적이거나 문명의 진화이거나 하는 거대 담론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사유의 깊이가 보였다. 소소한 일상을 아름다운 서정의 그물로 건져 올리거나 내면의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 특징을 이루고 있었다.아쉬운 것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려는 시각이 좀 더 깊었으면 하는 것이었다.시인은 사물의 보이지 않는, 숨겨진 특성을 살필 줄 알아야 감동이 살아 있는 시를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작품들이 독자에게 감동과 전율을 준다.두 사람의 심사위원은 심사할 작품들을 택배로 받아서 우수한 작품들을 선정하는 예심을 거쳐 지난달 20일에 경인일보 심사장에 모여서 당선작을 조율했다. 열 분의 작품을 놓고 몇 번씩 돌려 읽으며 새로운 어법인지, 표절은 없는지, 시어들은 울림이 있는지, 본질에 닿으려는 노력이 보이는지 등을 검토했다.그런 과정을 거쳐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이 김문자의 '달로 가는 나무'다. 어법은 활달하고 상상력은 거침이 없으며 희망을 준다. 희망을 준다는 것이 중요하다. 발표지면이 새해 둘째 날이어서 그렇다.첫 행은 '달의 범람으로 하늘의 문이 열리면서/다섯 개의 줄기로 자라는 은행나무의 품이 되었다'로 시작된다.마지막 행은 '그때, 꿈이 많은 아이가 은행나무를 오르고 있다'로 되어 있다. 읽고 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당선자의 문학의 꿈이 까마득한 은행나무를 기어코 오를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