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연(국·용인6) 경기도의원. /경기도의회 제공
지미연(국·용인6) 경기도의원. /경기도의회 제공

꽃 피는 내년 봄이 오면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된다. 이 법은 우리 사회가 생애 전 주기 돌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시대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며, 복지·요양·건강 서비스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일상의 기반이 되었음을 알리는 출발점이다. 이제는 누구나 요양 파산의 두려움 없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나이 들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서,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경기도가 얼마나 준비돼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준비는 빠를수록 좋고 고민은 많을수록 과하지 않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이 제도가 올바르게 출발하려면 그동안 각각 추진되어온 복지 정책과 보건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통합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경기도청에서 복지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는 복지국이다. 복지정책과, 복지사업과, 노인복지과, 장애인복지과, 장애인자립지원과 등 5개 부서가 있으며, 이들은 아동부터 노인까지 생애 전 주기를 아우르는 복지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핵심 부서다. 하지만 이 복지 정책을 기획·추진하는 부서에 사회복지직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반면 보건 정책 부서는 다르다. 보건건강국 보건의료정책과, 감염병관리과, 건강증진과 등에서 각종 보건 정책을 실질적으로 총괄하고 있다. 이곳엔 간호직과 보건직 출신 과장이 배치돼있다. 복지와 보건이 통합돼야한다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복지 분야에만 전문직 과장이 없다는 점은 형평성과 행정 효율성 모두에 맞지 않는다.

사회복지직 출신 배제는 복지국 내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올 4월 기준 경기도청에는 총 162명의 과장급 공무원이 있지만 사회복지직 출신 과장은 단 한 명도 없다. 아무리 현장에서 헌신하고 실무 경험을 쌓아도 사회복지직이 과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것이다. 과장은 단순한 직급이 아니다. 부서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예산을 조정하며 조직을 운영하는 핵심 리더다. 그런 자리에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회복지직이 없다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우려를 낳는다. 예산만 보더라도 문제는 분명하다. 올해 경기도의 사회복지 예산은 17조9천684억원으로 전체 예산(38조7천221억원)의 46.4%에 달한다. 이는 2021년 43.8%에서 꾸준히 증가한 수치다. 예산도 많고 사업도 가장 방대한 복지국에 사회복지직 출신의 복지 전문 과장이 없다는 것은 명백한 구조적 차별이며 행정적 운영의 불균형이다. 더구나 내년부터 복지국은 돌봄통합지원법을 중심으로 한 정책 추진의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된다.

이런 구조에서 1천415만 도민을 위한 지역 통합돌봄정책이 제대로 나올 수 있을까? 김동연 도지사가 추진한 기회소득, 누구나 돌봄 같은 사업들만 봐도 수혜 대상과 정책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현장을 모르는 이들이 책상 위에서 만든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며 예산 낭비로 귀결된다. ‘현장과 단절된 퍼주기식’ 김동연표 복지 정책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복지 정책을 실현하려면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역할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사회복지직이 과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공정한 인사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들이 정책 기획과 집행의 중심에서 실질적인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문제는 단지 승진 기회 제공의 문제가 아니다.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기도 행정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핵심 과제다. 사회복지직 과장이 정책 결정에 참여해야 복지 정책의 실효성과 실행력이 강화된다. 그렇게 될 때 복지 행정은 보여주기식에서 벗어나 도민이 체감하는 실질적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다.

김동연 도지사는 줄곧 ‘현장 중심 행정’을 강조해 왔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복지국 인사부터 바꿔야 한다. 복지 정책은 서류 위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도민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해 온 사람이 정책을 설계할 때 진정한 현장 중심 행정이 가능해진다. 복지의 전문성은 현장에 있다. 그리고 그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사회복지직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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