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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금융분과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금융환경 변화와 금융감독방향'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하나은행 채용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최 원장의 사의가 수용될 경우 역대 최단 기간(6개월여) 재임한 금감원장으로 남는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 원장은 금감원 내·외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지 3일만이다.

최 원장은 이날 오후 긴급임원회의를 소집, 사의 의사를 밝혔으며, 청와대와 금융위원회에도 이 같은 사실을 전달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한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

청와대에서는 "사의 수용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위에서의 절차가 진행돼 조만간 사표는 수리될 전망이다.

최 원장은 지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설 하나은행 공채에 응시한 친구의 아들을 인사 추천하는 등 특혜를 준 의혹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일단 최 원장은 의혹을 부인했으나 최 원장이 지인 아들의 이름을 건넨 점과 해당 지원자가 당시 하나은행의 관행에 따라 서류 전형을 무사통과 한 것만으로도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 원장은 신임 감사를 중심으로 독립된 특별검사단을 구성하고 조사 결과 본인이 책임질 사안이 있으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최 원장은 기자단에 보낸 사퇴의 변에서 "본인은 하나은행의 인사에 간여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며 "그러나 당시 본인의 행위가 현재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고 금융권의 채용비리 조사를 맡은 금감원의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토로했다.

당국 내에선 비리 의혹이 최 원장의 사의로 번지자 하나금융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나은행측은 최 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최 원장의 사의로 금감원은 당분간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직무 대행을 맡게됐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