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면서 전세계 반도체 시장이 경기도를 주목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경기도가 유치한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업체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내에 R&D 센터를 세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본사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고객사다. 새 R&D센터를 한국에 짓기로 하고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경기도와 투자의향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던 그해 9월 반도체 장비 R&D 센터 신설 투자 신고를 했다. 이에 같은 해 10월 윤 대통령은 AMAT 회장을 접견해 감사의 뜻을 표한 바 있다.

AMAT이 R&D센터를 경기도에 조성하는 것은 확실시된 가운데, 어느 지역이 낙점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AMAT의 고객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업장이 소재한 용인시, 화성시, 평택시, 이천시 등이 검토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사업장을 두고 있는 용인시가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AMAT 관계자들이 용인시를 수차례 방문해 3~4곳의 후보지를 둘러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전력 수전량이 많아 이에 따른 검토가 장기화되는 점이 변수가 됐다. 


'AMAT' 새 R&D센터 건립 예정… 앞서 용인 견학후 별다른 접촉없어
화성·평택·이천시 상대적 급부상… 道 "업체측, 최종 후보지 결정단계"


지난 1월 용인지역 내 후보지에 대한 상용·예비 전력에 대해 각각 200㎿ 규모로 전력 수전이 가능할지 검토 요청이 있었지만, 규모가 큰 만큼 검토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한국전력 측 설명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AMAT은 올 상반기 안에 부지를 선정하려는 계획인 것 같은데, 우리 지역 후보지는 가능 여부를 판가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며 "2월 말 이후엔 별다른 접촉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화성시, 평택시, 이천시가 급부상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화성사업장에선 반도체 연구소와 6팹(반도체 제조라인)을 운영하고 있고, 평택사업장엔 6팹을 조성하고 있다. 이천시엔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다. 이들 지역은 정부가 지난 15일 조성을 발표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AMAT R&D센터가 반도체 장비 관련 혁신 허브로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내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확한 지역을 공개할 수 없지만 AMAT이 최종 후보지를 결정하려는 단계다. 각 지자체에서 세부 사항을 논의해 적합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AMAT 측도 "정확한 부지를 공개할 수 없지만 경기도내 일부 부지에서 R&D 센터 설립 후보지를 둘러보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AMAT과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도 화성에 한국 뉴캠퍼스 시공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고, 미국의 램리서치는 지난해 4월 용인에 R&D 센터를 조성한 바 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