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5월 3일 오후 첫 방송에 들어가는 SBS의 새 일일드라마 '소풍가는 여자'에서 러시아 출신의 무용수 쏘냐 역을 맡은 김디에나.
뱀 같이 징그러워 보이는 파충류를 능수능란하게 다뤘던 '파충류 소녀' 김디에나(17)가 연기자로 데뷔한다.

한국인 어머니와 파충류 농장을 경영하는 미국인 수의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김디에나는 지난해 가을부터 SBS 'TV 동물농장'에 출연한 앳된 소녀로 파충류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돌보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휴대폰, 화장품, 빙과류 등 CF 모델로도 주가를 올린 김디에나는 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최고의 CF 유망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런 그가 5월 3일 오후 8시 50분 첫 방송에 들어가는 SBS의 새 일일드라마 '소풍가는 여자'(극본 박진숙, 연출 정을영)에서 러시아 출신의 무용수 쏘냐 역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는다.

27일 오후 SBS 일산제작센터의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그의 말에서는 소녀다운 풋풋함과 솔직함이 그대로 묻어 나왔다. 한국에 온 지 2년 반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는 매우 유창하게 우리말을 구사하고 있었다.

"연예인이 거만해 보여 미국에서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오면서 10대들이 보는 잡지 모델을 하게 되고 'TV 동물농장'에 출연하면서 자연스레 조금씩 유명해졌나봐요."
그는 연예인이라기보다 인천외고 1학년에 다니는 평범한 고교 1년생. 전에는 친구들하고 다닐 때 불편함이 없었는데 지금은 많이 알아보고 사인해 달라고 하는 바람에 친구들한테 항상 미안하다고 행복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춤을 춰 본 적이 거의 없는 데다 '몸치'라서 춤추는 데 무척 애를 먹었어요. 그래도 다 찍어서 다행이죠."
그러나 초반 이후에는 춤추는 연기를 계속 할 필요는 없다. 탤런트 박지영이 연기하는 주인공 진혜숙의 남동생 병태(여현수)의 도움으로 밤 업소에서 도망친 뒤 병태 집에서 세탁 일을 배우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김디에나는 우리말을 듣거나 드라마 대본을 이해하는 데 불편함이 없지만 또박또박 들리지 않는 자신의 우리말 발음에는 불만이 많다.

"일부러라도 영어를 안 쓰려고 해요. TV 나올 때도 그렇고, 사람들 만날 때도 그렇고요. 우리 나라에서 활동하려면 발음이 정말 중요한데 아직도 제 발음에 참 불만이 많아요. 발음을 들으면 귀엽다는 분도 계시는데 제가 들으면 바보같아서 속상하기도 하고요."
아직까지는 한국에 건너온 외국인 역할이라 우리말 대사가 그리 중요하진 않겠지만 박진숙 작가도 갈수록 우리말 대사를 많이 주겠다고 약속을 한 상태다. 앞으로 그의 연기 분량이 조금씩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파충류를 대하는 느낌을 물었다. 현재 그의 아버지는 경기도 시흥에서 파충류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파충류를 가까이 해와 무섭거나 징그럽지는 않아요. 저보다 작은 동물들인데요, 뭐. 도마뱀도 좋구요. 파충류는 아니어도 고양이, 개, 너구리도 좋아요."
좋아하는 배우를 묻자 눈빛이 반짝거리는 것이 영락없이 연예인에 관심이 많은 10대 소녀처럼 느껴졌다.

"윌 스미스, 브래드 피트, 제니퍼 애니스톤 등을 좋아하고요. 임창정, 장동건, 윤도현씨 같은 분이 좋아요. 앞으로는 손예진, 문근영씨 같은 스타일의 배역도 맡아보고 싶어요."<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