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와 어민들의 바닷모래 채취 반발로 모래수급이 어려워짐에 따라 국책사업인 인천국제공항 2단계 공사가 사실상 멈춘 상태여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공법 및 설계 변경이 불가피해지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 초부터 불거진 해사 채취 문제로 인천지역의 건설업계 가운데 직접적으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 현장이 인천국제공항 2단계 공사다.
 
현재 중구 옹진군 주민들을 비롯해 인천지역 어민들은 해사채취 반대시위를 계속 벌이고 있으며 환경단체들은 해사채취에 대한 불법성을 제기한 상태다. 따라서 업계에선 해사채취 문제가 당분간 결론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모래수급과 관련해 지난 3월부터 정부에서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옹진군 주민과 어민들이 피해보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서 해법을 풀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동안 해사채취 허가를 기다려 온 인천공항 2단계 공사 참여 업체들은 사실상 모래수급 중단으로 국책사업 자체가 흔들려 설계변경을 통한 자재수급을 원하고 있다.
 
활주로 2단계 공사의 가장 기본적인 시공은 연약지반처리 공법.
 
연약지반 처리를 위해선 샌드메트 즉 모래를 70㎝ 정도 활주로 매립 최하단에 깔고 그 위에 일반 토사를 쌓아야 한다. 결국 모래가 공급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모든 공사는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옹진군에서 모래 채취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2단계 활주로 공사는 장기간 중단되며 공사에 참여한 한진·포스코·대림·한신공영 등 대기업들은 정부정책만 바라보아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이미 공사발주 5개월이 넘도록 옹진군과 지역 주민들은 해사채취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해 업체들은 사실상 일손을 놓은 상태다.
 
2단계 활주로(2, 3, 4, 5 공구) 공사 전체에 필요한 모래 양은 400만㎥에 이르지만 현재 10%에도 미치지 않는 30만㎥ 정도만 반입되어 있는 가운데 다시 모래 수급이 차질을 빚음에 따라 공사를 중단할 위기에 놓였다.
 
2단계 공사에 참여한 업체들은 모래 수급을 위해 공항공사의 부두 사용승인을 받았으나 하루평균 업체당 5천㎥씩 모두 2만㎥를 소화할 수 있다. 현재까지 들어온 물량을 계산하면 약 15일간의 작업물량만 들어온 셈.
 
모래 수급에 차질을 빚자 다른 공사에 투입된 장비업체들도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모래운반에 대한 차량은 물론 모래매립 시공 후 들어가는 토석채취에 필요한 중장비 등을 가동하지 못해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장비임대료와 사무실 운영 등에 따른 부담까지 안고 있다.
 
더욱이 모래가 달리면서 모래 값이 폭등해 업체들은 이중·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엔 해사업체에서 1㎥당 5천500원에서 6천원으로 공급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해사업체의 모래반출가격이 9천500원에서 1만500원으로 100% 가까이 올라 건설비 부담을 더하게 된 것이다.
 
또 상차비와 운반비 등을 계산하면 모래 가격은 최소한 1㎥당 1만2천원 내외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처지다.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자 업계에선 '모래 값이 금값'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그나마 구하면 다행”이라고 푸념한다.
 
공사 참여업체들은 최근 모래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영종도 지역의 경우 인천에서 차량으로 모래를 운반할 수 없자 공항공사 내 채석장이나 토석장에서 쇄석을 만들어 모래 대용으로 사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즉, 삼목도 채석장이나 용유도 오성장 채취장에서 나오는 돌을 부숴 연약지반 처리용으로 설계를 변경하면 무리 없이 공사를 할 수 있고 시공에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해사 단가보다 싸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내세운다.
 
한 업체의 관계자는 “설계상 모래를 넣도록 되어 있는 공법을 바꾸지 않고서는 장기적으로 모래를 확보하기 어렵고, 채취량 자체가 줄어들 경우 아예 공항공사의 매립지반용으로 확보할 수 없다”며 “빨리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책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례로 해사채취가 재개된다 해도 이미 레미콘 파동도 겹쳐 있어 확보된 해사마저 건축용으로 수급될 공산이 크다는 게 업체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따라서 모래수급을 기다리기보다는 대체자재로 바꾸는 방안이 장래 원자재 수급을 위해 필요하다”며 “공항공사와 건설업계, 설계업체 등이 능등적으로 대처해야만 공항 2단계공사의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