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9일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고 시급한 과제에 집중해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대국민특별담화에서 "87년 개헌과정에서 장기집권을 제도적으로 막고자 마련된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이제 바꿀 때가 되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임기 4년에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게 개정한다면 국정의 책임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고, 국가적 전략과제에 대한 일관성과 연속성을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제로 조정하면서 현행 4년의 국회의원과 임기를 맞출 것을 제안한다"며 "현행 5년의 대통령제 아래서는 임기 4년의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수시로 치러지면서 정치적 대결과 갈등을 심화시키고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해 국정의 안정성을 약화시킨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권 일부에서는 '다가오는 대선에서 공약하고 차기 정부에서 개헌을 추진하자'고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의 개헌은 불가능하다"며 "차기 국회의원은 2012년 5월에 임기가 만료되고, 차기 대통령은 2013년 2월에 임기가 만료되므로 단임 대통령의 임기를 1년 가깝게 줄이지 않으면 개헌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개헌을 제안하는 것은 어떤 정략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것이나 결코 어떤 정략적 의도도 없다"면서 "대통령 4년 연임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개헌은 대선을 앞둔 어느 정치세력에게도 유리하거나 불리한 의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누가 집권을 하든, 보다 책임있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따라서 단지 당선만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있게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개헌을 지지하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저는 지금부터 국민 여러분과 여야 정치권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찬반 의견뿐만 아니라 4년 연임제의 범위안에서 바람직한 개헌의 내용에 관해서 의견을 들을 것이며, 저에게 주어진 권한과 의무를 행사하지 않아야 할 명백한 사유가 없는 한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헌법이 부여한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고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 의제에 집중한다면 빠른 시일내에 국회의 의결과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21세기 새로운 한국을 위하여 권력구조 문제를 비롯해 우리 헌법의 많은 부분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사실은 저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개헌을 해놓지 않으면 앞으로 20년 동안은 논의만 무성할 뿐, 개헌은 이룰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 것이다. 이번 개헌이 이뤄지고 나면 이제 시기의 제한이 없이 우리 헌법을 손질하는 개헌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셈할 일이 아니다. 셈을 하더라도 셈을 정확하게 하면 모두에게 이익만 있을뿐, 누구에게도 손해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정치권과 국민 여러분의 결단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