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을 성폭행하면 강간죄가 성립될까?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했을때 성별에 상관없이 성폭행을 당했다면 당연히 강간죄로 처벌을 받을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일 것이다.

그러나 정답은 강간죄가 아니라 강제추행죄로 처벌받게 된다.

현행 형법상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경우에만 강간죄로 처벌된다. 그러므로 여성이 남성을 성폭행했더라도 강간죄는 성립되지 않고 강제추행죄만 성립된다(형법 제298조).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활발해지고 직장에서 상사로 여성을 상대하는 남성들이 증가하면서 역으로 여성들에게 성희롱, 추행, 성폭력을 당하는 남성들도 증가하고 있다.

아직 우리사회에서 남성의 성폭력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른 적은 없다. 경인일보에서는 성희롱 등으로 고통받는 남성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지난 5일 여성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 지난해 8~10월 전국 19세 이상 64세 이하 성인남녀 1만3천608명, 9천847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7 전국 성폭력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돼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국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성폭력 실태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폭행이나 강제추행을 제외한 성범죄 피해를 당한 여성은 1천명당 성희롱 11.2명(34.9건), 성기노출 19.2명(36.5건), 음란전화 32.0명(83.4건) 등이었다.

성폭행·가벼운 추행·성기노출 등 피해자는 대다수가 여성이었으나 남성이 피해자인 경우도 음란전화(43.7%), 스토킹(21.8%), 성희롱(20.8%) 등에서는 상당수에 달해 성폭행 문제는 이제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2일 수원지법 형사2부에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판결이 나왔다.
초등학생인 조카를 20대 가정주부 A씨가 강제로 옷을 벗겨 성관계를 갖는 등 여러차례 추행한 혐의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청소년인 피해자에게 심한 정신적 충격을 줘 건전한 성적발달을 저해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피의자가 피해자와 친척관계에 있어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추행하고 이후에도 여러차례 성관계를 맺은점 등을 고려하면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초범이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데다 세 남매를 부양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 징역 8개월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경찰은 여성이 남성을 성폭행해 강간죄가 아닌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다. 현행 형법상 여성을 성폭행하면 강간죄가 성립되지만 남성을 성폭행하면 강제추행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가정주부 A씨는 2006년 12월 수원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놀러와 잠을 자던 남편 사촌형의 아들 B군의 옷을 강제로 벗겨 성관계를 갖는 등 여러차례 B군을 강제추행한 혐의다.

피해자가 19세 미만 청소년일 경우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며 이 법에 따라 여자 청소년을 성폭행하면 5년 이상 징역에, 강제추행에 해당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각각 처할 수 있다.

올 2월 제조업체에 입사한 C(28)씨는 최근 회사를 계속 다닐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C씨의 부서에는 모두 8명의 직원들이 있는데 C씨 등 2명만 남성이고 나머지는 모두 결혼한 유부녀들이다.

C씨는 처음 입사해 누님들의 지극한 정성과 관심이 처음에는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누님들 관심의 도가 지나치기 시작했다.

귀엽다고 볼과 엉덩이를 만지는 추행은 물론, 여자 친구와의 진한 얘기를 물어보는 등 C씨를 곤란하게 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났다.

C씨도 처음에는 직원들과 빨리 친해지기 위해 같이 농담을 하는 등 분위기를 맞추는 노력을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여성 동료들의 성적 농담은 짙어갔다.

C씨는 "주위에서 여성들과 근무해 친구들이 부러워하고 있지만, 성희롱 등의 고통을 주변에 얘기하면 주위에서는 나를 오히려 더 이상한 사람으로 보곤한다"며 "친구 녀석들 중에는 내가 부럽다고 하는 놈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얘기를 심각하게 여자친구한테 했더니 여자친구도 나에게 "남자가 돼 그런 것도 못 참으면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냐"며 "면박을 줘 횡당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C씨는 "우리 사회도 여성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남성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남성들을 '팔불출'로 보지 말고 이 문제를 공론화 했으면 좋겠다"고 속마음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 법 개정=법조계와 시민 등 일부에서는 현행법을 개정해 여성이 남성을 성폭행해도 강간죄로 남성과 똑같은 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D변호사는 "이 법은 오히려 남성 역차별의 논란이 일고 있다"며 "이제 공론화가 필요한 시기다"고 밝혔다.

시민 E씨는 " 분명히 여성의 성희롱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남성들이 존재하고 있다"며 "남성이 성추행 등을 당하면 비웃기보다는 관심과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