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복대학교가 대학간 치열한 경쟁속에서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자기변화를 계속하고 있다. 사진은 대학 전경 모습.
2000년대 들어 교육 환경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상아탑인 대학이 생존경쟁을 벌이게 됐다는 것이다. 대학의 간판만 내걸면 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리던 시대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매력이 없는 대학은 학생들이 외면, 결국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에 맞닥뜨렸다. 이 때문에 학생들을 끌어오기 위한 대학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대학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는 자기 변화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취업은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면에서 수요자인 학생들의 욕구를 재빨리 파악해 졸업이 곧 취업으로 이어지는 획기적인 학과를 잇달아 만들어 내고 있는 경복대학교(총장·전지용)는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급격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학교로 손꼽을 수 있다.

지난달 경복대학교에는 1992년 개교 이래 가장 경사스러운 일이 생겼다. 이 학교 간호과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사학위(4년제)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에 앞서 건설환경공학과도 교과부로부터 4년제 심화과정을 승인받아 이 학교에는 학사학위 과정이 2개가 생기게 됐다.

3년제에서 4년제로 승격한다는 것은 교육 구성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학교의 교육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교과부는 수개월에 걸친 철저한 검증작업을 거치게 된다. 최근 들어서는 이 검증작업이 더욱 엄격해지고 까다로워졌다.

경복대학교 간호과가 이렇게 엄격하고 까다로운 검증절차를 통과한 것은 학교 전체의 위상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친다. 학교 교육시스템이 이미 부분적으로 4년제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간호사는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 구조상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어 간호과는 통상 취업이 잘 되는 학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자질을 갖춘 인력을 찾기는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교과부는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자질과 소양을 기르는 교육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학교를 이번에 선택한 것이다.

▲ 간호과 실습 모습.
학교는 개교 20주년 기념과 첫 졸업생으로서 기여해 달라는 의미에서 4학년으로 진급하는 전 학생에게 학비 걱정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전액 장학금을 선물했다. 간호과 학생은 60명으로 연간 등록금이 700만원 이상이라 학교는 총 4억원이 넘는 예산을 학생복지에 과감히 투자했다.

이 학교 간호과는 4년제 승격 이전에도 졸업철이면 학교에서 취업설명회를 갖기 위해 전국의 내로라하는 대형병원이 줄을 지었다. 전 총장은 총장 취임 때부터 세계가 인정하는 전문인 양성을 부르짖었다. 이러한 원칙은 '브랜드학과' 개설에서 빛을 발한다.

경복대는 기업이 대학에서 자사 브랜드를 붙인 학과를 개설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직접 양성할 수 있는 브랜드학과를 올 들어 잇달아 개설했다.

미술예술학부 뷰티아트과의 '준오헤어디자인과'와 '약손명가미용과'는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는다. 이들 신입생은 취업이 보장된 상태에서 교육을 받는다. 학생들은 취업 걱정없이 자신의 실력을 기르는 데 전념할 수 있다. 학비도 해당 기업과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이 많아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들 기업과의 브랜드학과 개설은 전국에서 처음이자 유일하다. 학교에서는 브랜드학과 개설을 위해 이들 기업에 많은 공을 들였다. 기업에서도 자사의 브랜드가 학과명에 들어가는 만큼 이 학교의 교육시스템과 학과 비전을 꼼꼼히 따져 결정했다.

▲ 미술예술학부 뷰티아트과 실습모습.
내년 개교 20주년을 기해 인턴십제도와 실습교육을 연계한 이른바 '현장밀착형 교육'을 확대 개편한다는 학교 장기발전계획의 일부를 발표했다. 인턴십과 실습교육은 취업과 직결되는 교육 과정이기 때문에 앞으로 취업에 초점을 둔 교육시스템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전 총장은 "지식정보화시대에 대학은 고도의 전문성과 인성교육을 포함한 직업능력을 학생들에게 연마시켜 취업을 통해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특성화대학이란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시스템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학생이 만든 대학명소… 카페도서관 '카페라리'

창의적 직업체험 프로그램 일환으로 시작… 관광학부생들이 운영… 수익은 장학금에

대학교 구내 카페는 학업에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거나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졸업 후에도 오래도록 추억속에 남는 장소다. 요즘에는 오히려 조용히 책을 읽거나 리포터와 논문 등을 쓰는 사적인 공간으로 더 널리 이용되고 있는 추세다. 학교에 있는 나만의 작은 도서관인 셈이다.

경복대 포천캠퍼스에 자리한 카페라리(CAFERARY)는 이런 점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장소로 자리잡았다.

'카페라리'는 '카페(CAFE)'와 도서관을 뜻하는 '라이브러리(LIBRARY)'를 합쳐 만든 말이다. 이곳은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음식은 커피를 비롯해 생과일주스, 조각케이크 등이다. 학교 구내에 있는 가게라 모든 메뉴가 시내보다 훨씬 저렴한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카페는 학생들이 직접 운영한다. 이 학교 관광학부에 다니는 학생들이 '교육기부 우수대학'인 경복대학교의 창의적 직업체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카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고스란히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쓰인다. 카페는 학생들에게 자선을 베풀고 현장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른바 '착한 기업'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카페의 또 하나 특징은 '바리스타' 직업을 체험하기 위해 매년 수많은 고교생이 이곳을 찾는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대학생 형들에게 직접 바리스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고 있다.

포천/최재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