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유학생들이 상처받고 있다. 한국을 동경해 먼곳까지 찾아왔지만 한국 학생들에게 소외당하고, 학교로부터 소속감을 얻지 못해 결국 자국 유학생들끼리의 모임에서 외로움을 달랜다. 차세대 중국과 한국을 잇는 민간 외교사절이 될 이들이 고생해가며 찾아온 나라에서 서운함을 느끼면서 한국 유학에 대한 만족도는 낮아지고, 중국인 유학생은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경기개발연구원 신종호 연구위원은 중국인 유학생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 '치유'하기에 앞서 이들에 대해 꼼꼼히 알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들이 어떤 루트로 한국으로 왔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으며,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취재진은 신 연구위원이 '경기도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전략 및 관리 방안 연구'를 통해 경기지역 11개 주요 대학에 유학중인 중국인 학생 270명을 상대로 진행한 심층 설문조사 결과와 유학생 심층 면담을 통해 조사한 내용을 근거로 유학생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표·그래픽 참조

경기연, 11개 주요 대학 270명 심층설문·면담
절반만 기숙사 생활 "매운 음식 적응 힘들다"
다수 경제여건 안좋아 73% 아르바이트 경험
정책 수립전 학생 내면 세세히 파악 반영해야

■ 한국 유학 선택 과정

중국인 학생들은 한국으로 유학오는 것에 대해 '한국어 습득(16.7%)'과 '저렴한 유학비용(16.2%)'이 가장 큰 이유라 답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대면 인터뷰한 중국인 학생들도 "가정환경이 좋은 학생들은 주로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중산층 정도되면 한국 유학을 계획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 유학오는 중국 학생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행을 택하고 있었다.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은 '학교의 명성(21.1%)'이 가장 영향이 컸고, '장학금 혜택 등 저렴한 학비(19.2%)', '전공 특화, 언어교육의 질(17.6%)', '유학원측의 권유(16.2%)' 등의 순이었다. 경기도내 대학이 서울소재 대학보다 명성 차원에선 다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폭넓은 장학금 혜택과 특화된 전공 등을 통해 불리한 위치를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학 전 유학생들은 주로 '유학원을 통해' 한국 대학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35.3%), '주변 사람을 통하는 경우(32.2%)'도 상당히 높았다. 입학 전 알고있던 정보와 입학후 알게된 실상과의 차이가 있었다는 답변은 '기숙사 등 복지시설(27.7%)' 관련이 가장 많았고, '장학금 체계(25.2%)', '학교 주변의 문화시설(21.8%)' 등의 순이었다.

■ 중국인 유학생 생활


유학생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절반이 넘는 유학생들이 '학교 기숙사(51.7%)'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경기지역 대학의 유학생 기숙사 수용률은 전체의 48.2%로 서울(24.2%)보다 훨씬 높았다. 다음은 '월세(22.6%)', '고시원(18.5%)', '하숙(5.3%)' 등의 순이다.

학교 기숙사를 기피하는 절반 가량의 학생들은 이유로 '음식을 직접 해먹기 위해(28.6%)', '통금시간이 불편해서(26.6%)', '비용이 비싸서(15.1%)', '친구와 함께 살기 위해서(15.1%)'라고 답했다.

취재진이 심층 인터뷰한 중국인 유학생들도 대체적으로 "한국 음식이 너무 매워 적응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기숙사 식당이나 학생 식당을 이용하려 해도 대부분 한국 학생 위주이다보니 입에 맞지않아 음식을 만들어 먹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또한 유학생들은 집에서 요리를 할 경우 생활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기숙사를 기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특성은 기숙사만 많이 지으면 된다는 식의 유학생 관리정책을 뒤집는 조사 결과로, 향후 도내 대학들이 건축법 등의 관련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기숙사내 취사가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유학생 1인당 월 생활비는 '30만~45만원(36.3%)'과 '45만~60만원(24.7%)' 정도에 가장 많이 몰려 있었다. 하지만 '30만원 미만'도 전체의 19.9%나 됐다.

경제적인 여건이 좋지않다보니 상당수 유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거나 한 경험이 있었다. '현재 아르바이트중이거나 경험이 있다'는 유학생은 73.7%에 달했다.

'경험이 없지만 할 계획은 있다'고 답한 것도 16.7%였다. 아르바이트 업종은 '음식점이나 주점 서빙'이 절반에 가까운 46.4%였고, '공장 생산직' 경험자도 15.9%에 달했다. 실제로도 경기지역이다보니 외국인 근로자가 다수 있는 안산과 시흥 등지의 공장에 파트타임으로 취업했던 경력자가 많았다.

■ 복지실태

학교의 복지제도나 시설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정도(48.5%)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만족스럽지 않다'는 답변도 16.4%나 나왔다. 개선됐으면 하는 복지제도로는 '교내 식당의 음식 질 개선(19.2%)'이 가장 높았고, '장학금 지원 확대(18.9%)', '중국인 유학생회의 활동공간(지원금) 제공(17%)', '한국생활 적응 도우미 지원(16.7%)'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 장학금을 받고 있는 학생은 전체의 66.5%였다. 심층 인터뷰에서 장학금을 받고 있는 유학생은 실제로도 절반을 조금 넘었다. 학비는 학기당 학부생일 경우 300만원 정도 드는데 유학생 중 절반 이상이 학비의 50%에서 30% 정도를 장학금으로 받고 있었다.

하지만 70%짜리 장학금은 관문이 너무 높아 있어도 받는 학생은 거의 없다는 것이 유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일부 혹은 절반의 장학금을 받고 있다보니 현행 장학금 제도에 대해 유학생들은 43.2%가 '보통'이라고 답했고, 19.3%만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A대학 중국인 유학생회 대표는 "중국인 학생들은 기숙사보다, 먹는 문제 해결이 훨씬 더 절실한데 유학생들의 속도 모르고, 기숙사만 짓는 학교들을 보면 참 답답하다"며 "유학생과 한국 학생간 교류는 학교라는 울타리가 있어 가능한 만큼, 학교측이 유학생의 내면을 세세히 알고 관심가져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해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