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해산됐다. 헌법재판소는 "정당 해산이 헌법을 수호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비롯된 만큼 해당 정당의 국회의원의 대표성도 인정할 수 없다"며 통진당 해산과 함께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도 박탈했다. 정당이 해산된 것은 우리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재판관 9명 중 8명이 정당해산 인용 의견을 냈다. 6대3, 7대2 등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일부 진보와 중도 성향의 재판관까지도 해산에 찬성했다. 정치적 파장이 큰 일대 사건이다.

이번 결정은 현대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당정치를 위축시키고 정치적 기본권의 심각한 제약을 초래할 수 있는 결정으로 볼 수도 있다. 정당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선거 등 정치적 공론의 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통진당 해산은 어찌됐든 정당 활동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정당정치에 기반한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높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남북분단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할 때다. 우리는 엄연히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헌재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수호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통진당을 자유민주주의를 위해하는 집단으로 본 것이다. 우리는 헌재의 이 결정을 절대적으로 존중한다. 정당 활동은 반드시 헌정 질서 안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앞으로 펼쳐질 보수와 진보 사이의 갈등이다. 벌써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인터넷상에서는 이념전쟁이 시작됐다. 통진당 해산을 '민주주의를 지킨 역사적인 결정'이라는 측과 '정당의 자유, 정치적 결사의 자유는 심각한 침해'로 보는 세력들이 뜨겁게 대립하고 있다.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적이고도 지긋지긋한 국론분열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단언컨대 보수세력이 이번 헌재 결정을 야권과 진보 진영에 대한 이념공세 강화의 빌미로 활용하다가는 심각한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반대로 진보측은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종북주의'를 완전히 거둬내고 건전한 진보세력으로 거듭나지 않을 경우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버림받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런 점에서 헌재의 이번 결정은 우리에게 '열린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공존하는 열린세상으로 함께 나가야 한다는 큰 숙제를 안겨준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