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

  • [이슈&스토리] 120년 이민의 시작 인천, 750만 재외동포 챙긴다

    [이슈&스토리] 120년 이민의 시작 인천, 750만 재외동포 챙긴다 지면기사

    1902년 12월 22일 인천 제물포항에서 121명의 한국인이 나가사키행 선박에 올라탔다. 이들은 나가사키에서 다시 배를 갈아타고 하와이 호놀룰루로 이동했는데, 이것이 한국의 최초 해외 이민 사례다.12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한인 재외동포는 약 750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대한민국 인구(5천145만 9천626명)의 14%에 해당한다. 그동안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행정 기능은 여러 정부 부처에 분산돼 있어 재외동포들이 불편을 겪었고, 복지 체계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무부는 출입국과 체류, 국적 관련 업무를 맡고 있고 행정안전부는 지역별로 국내에 체류 중인 동포 지원 업무만 담당한다. 재외국민 교육지원 업무는 교육부가, 재외국민의 경제 네트워크 관련 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담하고 보건복지부는 해외 입양 한인 관련 업무와 의료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외교부 산하 신설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관련 민원 원스톱 처리·행정서비스 확대유정복 시장, 행안부장관 만나 필요성 설명배준영·이재명 의원도 적극적 협력 지원유럽한인문화타운 조성… 거주지역 마련26개국 참여 유럽한인총연합회 지지 선언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120대 공약에 재외동포청 신설을 공식화했다. 한국에서 이주한 1세대가 고령화하고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등 재외동포의 한인 정체성이 옅어지는 가운데 한국 역시 인구 감소 위기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위기를 해결할 방법으로 재외동포의 '역이민'이 떠오른 것이다. 임기 초부터 재외동포 지원 기능을 갖춘 정부 부처 도입에 대한 여러 논의가 진행됐고 지난달 6일 외교부 산하에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재외동포청을 신설하면 재외동포들의 여러 민원을 원스톱으로 처리해 혼선을 막고 행정 서비스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재외동포 관련 세제 혜택과 거주 요건 개선을 위한 제도 보완, 해외 한국학교와 한글학교 지원 강화, 복수국적 허용 요건 완화 검토, 해외 입양 동포 지원 확대 등

  • [이슈&스토리] 경기도 버스업계 좌지우지하는 사모펀드

    [이슈&스토리] 경기도 버스업계 좌지우지하는 사모펀드 지면기사

    #지난 9월 30일 오전 4시, 미처 동이 트지 않은 새벽 미명에 수원시 권선구 탑동 한국노총 경기본부 사무실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나타났다. 이날 오전 4시는 경기도버스노동조합 협의회(버스노조)가 파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그 시각이다. 전날 오후부터 사용자 단체인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과 임금인상을 두고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이날 자정께 노조는 파업을 선언한 상태였다.교섭장에 나타난 김 지사는 임기 내 전 노선에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버스회사에 재정을 지원하는 준공영제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에 적용되고 있는데 이를 시내버스를 포함한 타 노선까지 확장하겠다고 밝힌 것이다.#지난해 12월 13일 인천시는 관내 버스회사에 다음과 같은 공문을 보냈다. "우리 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통해 회사의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짐에 따라 개별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게 된 바, 기존 운수사업자의 영업 양도 및 주주의 지분 매각 등이 최근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운수사업 경영 능력 및 대중교통 서비스의 의지가 검증되지 않고, 표준운송원가를 통한 경영 수익만 추구하는 주체가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진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얽히고 설킨 사모펀드와 버스업계두 장면은 경기도·인천의 버스업계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래를 짐작케하는 단초다. 우선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려면 '준공영제' 제도부터 이해해야 한다. 온전히 민간 버스회사가 버스 영업을 책임지는 민영제의 반대로 공공이 노선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공영제가 있다. 준공영제는 공영제적 성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회사 소유는 민간으로 하되 영업 손실을 공공이 보전하는 방식을 뜻한다. 준공영제는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해 손실을 보전하는데, 표준운송원가에는 인건비·연료비·정비비·보험료·차량 감가상각비·차고지 임차료 등 버스를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제반 비용이 계산된다.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표준운송원가는 재산정되며 이를 기준으로 공공재원을 버스회사에 투입해 손실을 보전하는 게 바로 '준공영제

  • [이슈&스토리] 화도진문화원, 탐방프로그램 '물길 따라 동구길' 운영… 역사·문화 한눈에

    [이슈&스토리] 화도진문화원, 탐방프로그램 '물길 따라 동구길' 운영… 역사·문화 한눈에 지면기사

    인천 동구는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한 이후 중구와 함께 인천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였다. 일제강점기에는 만석동과 화수동 일대 갯벌을 메운 자리에 바닷가를 둘러싼 거대한 산업단지가 형성됐고, 6·25전쟁 당시엔 고향을 잃은 피란민들이 모여들면서 인구가 크게 늘기도 했다. 1960~1970년대에는 산업화 물결에 따라 공장 노동자들의 터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조업 쇠퇴 등으로 번성했던 동구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이러한 동구의 역사와 문화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탐방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화도진문화원이 진행하고 있는 '물길따라 동구길'이다. → 위치도 참조해안선 따라 동구길인천은 수많은 해안과 갯벌이 하나씩 매립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인천에서 본격적으로 매립이 이뤄지기 시작한 지역 중 하나가 바로 동구다. 지금은 매립으로 사라진 과거 동구의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지역의 변천사를 엿볼 수 있다.화촌포 갯골은 지금의 화평동 냉면 골목 일대에 있는 화촌(花村) 앞으로 흘렀다고 해서 이 이름이 붙었다. 화촌포 갯골은 지금의 중구보건소 위치까지 물이 흘렀고, 과거 화평파출소 앞에서 갈라진 물길은 중앙시장을 따라 배다리까지 이어졌다. 수문통은 원래 바닷물이 드나들었던 수로로 배다리 철교까지 이어져 1930년대까지만 해도 해산물 등을 실은 배들이 오갔다고 한다.화촌포 갯골, 과거엔 물길 배다리까지 이어져만석동 행정복지센터 예전 '아리마 정미소' 터 현재 만석교회 일원에는 해수탕과 고급 음식점을 갖춘 위락시설인 팔경원(八景園)이 있었다. 물치도와 같은 연안의 섬뿐 아니라 멀리 강화도까지 조망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만석부두 입구 쪽에는 묘도(猫島)라는 작은 섬도 있었다. 묘도의 풍경이 워낙 아름다워 1923년 동아일보에 인천팔경 중 하나로 묘도석조(描島夕照·괭이부리에 지는 저녁 햇빛)가 소개되기도 했다.만석동 행정복지센터가 자리 잡은 곳엔 아리마 정미소가 있었다. 이 정미소는 1932년 하루에 현미 720섬, 백미 500섬을 생산했다고 한다. 당시 인천에서 세 번째로

  • [이슈&스토리] 3년 만에 기지개 켜는 인천항

    [이슈&스토리] 3년 만에 기지개 켜는 인천항 지면기사

    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에 있던 인천항 크루즈 산업이 내년부터 활성화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부터 올해까지 단 한 척의 크루즈도 인천항에 입항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암흑기였다.올해부터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관련 방역 정책이 완화하면서 크루즈 산업도 재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4일부터 크루즈 입항, 내외국인 하선 등을 허용하는 등 관련 규제를 해제했다. 2020년 2월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크루즈 입항을 금지한 지 2년8개월 만에 해제된 것이다.인천항만공사는 올해 초부터 꾸준히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며 내년에 10척의 모항·기항 크루즈를 유치했다. 내년 3월 19일에는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인천항에 크루즈가 입항할 예정이다.인천항 크루즈크루즈는 '바다 위의 호텔'이라 불리는 호화·대형 여객선을 말한다. 수백에서 수천 명의 승객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가까이 여러 국가·도시를 돌며 여행을 즐긴다.운항을 하면서 각국 항만에 기항해 하루 정도를 체류했다가 다시 바다로 향한다. 이때 잠시 머무는 항만이 '기항지'다. 출발하는 항만을 '모항'이라고 한다. 국제 크루즈가 처음으로 인천항에 기항한 것은 2007년으로 3척의 크루즈가 인천항을 들렀다. 인천항도 크루즈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초기 크루즈가 들어올 때 인천항은 크루즈를 접안할 마땅한 부두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인천항 내항이나, 인천항 북항에 선박을 대야 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선박은 인천항 내항에 입항했고, 7만t급 이상 대형 크루즈는 인천항 갑문을 통과하지 못해 북항을 이용해야 했다. 지난달 2년8개월만에 입항 허용인천항만공사, 올해 꾸준한 마케팅10척의 모항·기항 유치 성과 올려내년 3월19일 코로나 이후 첫 입항세계 최대 전용 부두·터미널 갖춰 인천항 북항은 목재와 철재 등 화물선이 이용하기 위한 부두이고, 화물 특성상 비산먼지 등이 많았다. 이 때문에 크루즈 승객에게 인천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 [이슈&스토리] 의정부서 '경기도 건설신기술 박람회' 3년만에 성황

    [이슈&스토리] 의정부서 '경기도 건설신기술 박람회' 3년만에 성황 지면기사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2022 경기도 건설신기술 박람회'가 열렸다. 건설신기술은 건설 분야에 신기술 개발의욕을 높여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정부가 1989년부터 도입한 제도다.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한 기술을 비롯해 외국에서 도입됐더라도 우리식으로 개량해 현장에서 활용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술개발이라면 건설신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다. 경기도는 국내에선 최초로 건설신기술 박람회를 열고 건설신기술 분야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시장의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신기술을 통해 산업의 미래와 희망을 밝히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특히 이번 박람회의 화두는 '기술을 넘어 혁신으로'다. 경기도내 건설 중소기업들이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개발된 신기술이 시장에서 각광받을 수 있도록, 경기도 및 유관기관, 기업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귀중한 기회의 장이 됐다는 평가다.■ 기술을 넘어 혁신으로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의정부 신한대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기도 건설신기술박람회는 50여개 업체가 참여하며 신기술 개발 업체들의 열정이 돋보였다. AI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과 접목한 신기술이 눈에 띄었고 안전성에 집중한 주택 건설과 관련된 신기술을 비롯해 터널, 교량 등 사회SOC에 필요한 신기술들도 대거 소개됐다.50개 업체 참여 개발 열정 돋보여AI 등 디지털 접목… 사회 SOC도대건기술 시간단축 '콘크리트 양생'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대건기술(주)는 'Safety Gang Form'을 활용한 콘크리트 양생 기술을 선보였는데, 기존 일반 갱폼 거푸집과 달리 단열 보온 성능을 확보해 계절에 상관없이 콘크리트 타설 후 보양 및 양생이 동시에 수행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겨울에 갈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해 온도를 확보하려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작업자들을 보호할 수 있고 기온 등 자연의 변수를 줄여 공사기간을 준수하는데도 역할을 할 수 있다.이렇게 공사현장에서 직접 설계, 시공 등의 경험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와 노하우로 보다 안전하고 실용적인 기

  • [이슈&스토리] 디지털과 만난 뮤지엄

    [이슈&스토리] 디지털과 만난 뮤지엄 지면기사

    4차 산업혁명시대에 뮤지엄들의 변화는 시대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뮤지엄에서는 여러 스마트 기기, 최신 정보통신 기술들을 이용한 서비스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의 상황이 이어지며 뮤지엄의 디지털화는 급속화하기 시작했고, 이때를 기점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들은 거리 두기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보다 더 많은 관람객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지난 2021년부터 이와 관련해 '스마트 박물관·미술관 기반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색다른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해 뮤지엄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전시안내 시스템 개발이나 비대면 전시콘텐츠와 같은 기관별 특성에 맞는 지능형 뮤지엄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인 이 사업에서 경기도의 경우 2021년에는 15곳, 2022년에는 10곳의 뮤지엄이 공모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기섭 경기도박물관장은 "뮤지엄 특히 박물관은 유물을 매개로 한 아날로그 중심으로 운영돼 온 곳"이라며 "그동안 한정된 사람들이 이용하고 관리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디지털은 오늘날 뮤지엄들이 꼭 나아가야 할 길임을 팬데믹을 거치며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뮤지엄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나아간다면 전시와 교육 효과 등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스마트화 공모, 경기 작년 15·올 10곳 선정道박물관 전시안내 앱 '…시간수호대' 큰 호응태블릿PC 미션 흥미… 어린이 재방문율도 UP경기도자박물관, 앱으로 맞춤형 해설·VR전시전면·단면·뒷면까지 세세히 '3D뷰어' 기능도국립민속박물관 파주, 미디어 아트 수장고 눈길경기도박물관 '유물과 AR 게임의 만남'경기도박물관이 새롭게 공개한 전시 안내 앱 '경기 천년 시간 수호대'가 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AR 게임 형태의 이 앱은 어린이와 함께하는 가족이 전시 관람을 좀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 [이슈&스토리] 인천시, 수도권 최초 '치매안심병원' 운영 눈길

    [이슈&스토리] 인천시, 수도권 최초 '치매안심병원' 운영 눈길 지면기사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치매'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전국 901만8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900만명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국내 치매환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 자료를 보면 2015년 62만5천259명이던 65세 이상 치매환자 수가 지난해에는 92만4천870명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65세 이상 노인인구 대비 치매환자 비율(유병률)은 9.54%에서 10.33%로 높아졌다.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는 셈이다. 인천의 경우 전체 인구의 14.2%가 65세 이상 노인이고, 이 중 치매환자는 4만1천여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2008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치매안심병원'이다. 치매안심병원은 지난 2017년 정부가 '치매 국가 책임제'를 발표하며 내놓은 대책 중 하나로, 치매환자를 병원·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 복귀시키는 걸 목표로 한다.지난해까지 치매안심병원은 경북과 대전, 충북, 광주 등 일부지역에서만 운영돼왔다. 최근 수도권 최초로 인천시가 치매안심병원 운영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인천시는 '치매 돌봄 특별시'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인데, 치매광역센터·치매안심센터 등과의 연계는 과제로 남는다.■ 치매환자도 지역사회 복귀 가능해…'조기 진단'과 '치료' 중요인천에 사는 A(68)씨는 치매 환자다. A씨의 증상이 처음 나타난 건 약 3년 전이었다. 일상생활에서 '깜빡' 잊어버리는 증상이 시작이었는데, A씨는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는 것"이라고 여긴 채 병원을 찾지 않았다. 그로부터 1~2년 뒤 A씨는 길을 잃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헤매던 그는 시민의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도움을 받고 나서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 찾은 병원에서 A씨는 '치매 중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곧

  • [이슈&스토리] '포스트 코로나' 바뀌는 글로벌 공항 지도

    [이슈&스토리] '포스트 코로나' 바뀌는 글로벌 공항 지도 지면기사

    글로벌 공항지도가 바뀌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는 공항의 모습도 변화시켰다.2020~2021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다수의 공항이 '개점 휴업' 상태였다. 여객 수는 급감했고, 항공기는 비행을 하지 못해 공항에 계류해 있었다. 그러던 상황이 올해 하반기부터 달라졌다. 각국이 방역정책을 완화하면서 공항도 활기를 찾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가지는 못하고 있다.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문제들이 불거지기도 하고, 항공 수요 회복 속도도 각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방역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해외에서 입국할 때에는 PCR 검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공항도 활성화 속도가 더딘 편에 속한다.빠른 수요 회복, 오히려 독 됐다네덜란드 스히폴국제공항은 유럽의 대표적인 허브공항이다. 네덜란드 인구는 우리 나라의 3분의 1 수준인 1천700만명에 불과하지만, 2019년에 스히폴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7천만명에 달했다.유럽은 올해 초부터 방역정책을 완화하면서 공항 이용객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여름 휴가철인 7~8월 유럽 주요 공항 대부분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여객 수가 회복됐다. 유럽 올 방역완화로 공항 이용객 급증스히폴국제공항, 혼잡 책임 CEO 사임인력 충원 등 '팬데믹 이후' 준비 부족 스히폴국제공항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억눌린 여행수요가 폭발하면서 공항이 여객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늘어나는 여객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고, 유례없는 혼잡으로 인해 여객이 큰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지만, 항공기를 탑승하지 못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수하물 2시간 뒤에나 도착하는 일도 빈번했다. 그 영향으로 이달 스히폴공항 CEO가 사임하기도 했다. 공항 운영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의 허브공항이자, 네덜란드의 대표 공항에서 승객 불만이 폭발하면서 국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사임 압박이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스히폴공항은 운항 항

  • [이슈&스토리] 사회부조리에 저항한 수원 '다산인권센터'

    [이슈&스토리] 사회부조리에 저항한 수원 '다산인권센터' 지면기사

    대한민국 헌법은 인권을 불가침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의 개념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라고 정의했다.법전 속 정의로운 인권이 세상에 구현될 때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는 자주 '현실의 벽' 앞에 박탈된다. 인권에도 자격이 필요하고, 계급이 나뉜다. 그래서 인권은 침해라는 단어와 밀접하다.이러한 간극을 메우려던 사람들이 30년 전 수원에 '다산인권센터'라는 인권단체를 만들었다. 경기도에 인권이란 씨앗을 뿌렸고, 어느덧 한 세대가 흘렀다. 다산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의 차별과 배제뿐 아니라, 이에 저항하며 인권의 가치를 지키려 했던 흔적들이 보인다. 인권의 싹을 틔우다 다산은 김칠준 변호사 등이 설립한 다산합동법률사무소의 부설 기구로, 지난 1992년 '다산인권상담소'란 이름으로 첫 활동을 시작했다. 이보다 몇 해 전 수원에 법률사무소를 개소한 김 변호사는 노동·시국 사건과 관련한 법률 지원을 주로 하면서, 노동인권과 관련한 전문적인 상담과 지역에서 벌어지는 노동운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다산인권상담소가 문을 열게 된 계기다.이렇듯 초기 다산의 활동은 노동과 관련한 법률 상담과 지원이 주를 이뤘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노동영역을 넘어선 사회 전반의 인권 현안에 관심을 쏟게 된다. 특히, 인권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 자체가 적었던 90년대부터 인권교육사업에 매진한 것이 특징이다. 다산은 이 당시 사회복지대학을 열거나 청소년 대상 인권교육을 추진하고, 수원인권영화제를 개최하는 등 시민사회에 인권이란 가치를 공론화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했다. 이후 2000년, 현재의 이름인 다산인권센터로 독립하게 된다."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당시 인권활동을 한다고 하면 유쾌하지 않은 분위기가 있었다. 어떤 사건에 성명을 내고 시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권 감수성과 관련한 체계적인 교육도 필요했다. 인권교육이 체계화되고, 이런 인식들이 확장하면서 노동인권과 시국사건뿐 아니라, 인

  • [이슈&스토리] 윤동주의 시(詩)와 사진으로 본 간도… 책 '동주의 시절'

    [이슈&스토리] 윤동주의 시(詩)와 사진으로 본 간도… 책 '동주의 시절' 지면기사

    헌집신짝 끟을고나여긔 웨왓노두만강을 건너서쓸쓸한 이땅에남쪽하늘 저밑엔따뜻한 내고향내어머니 계신곧그리운 고향집-윤동주의 詩 '고향집'(만주에서불은), 1936년 1월6일-최근 발행된 책 '동주의 시절'(류은규·도다 이쿠코, 토향 刊)을 펼치면 처음 나오는 시와 사진이다. 곱디고운 어린아이가 깔끔한 한복과 단정한 신을 신고 동생을 한 손으로 끌어안은 모습이 너무 예쁘다.어찌 보면 둘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시와 사진의 조합이지만 사진의 내력을 살피면 이 둘의 조합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사진은 인천에서 살고 있는 류은규 사진가가 '간도'에서 수집한 것이다. 고향 평양을 떠나 멀리 낯선 땅 '간도'로 이주한 사진 속 주인공으로부터 얻은 것이다. 평양에서 찍은 사진이 간도에서 발견돼 현재 인천에 사는 이에 의해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류은규 작가와 인천 관동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아내 도다 이쿠코 부부는 1990년대 초반부터 '간도'지역에 머무르며 혹은 드나들며 그곳의 사진을 찍고, 그곳에서 사는 이들의 사진을 수집해왔다. 최근까지 5만여 점 이상의 자료를 갖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다. 5만여 점 가운데는 사진뿐 아니라 필름, 유리건판 등이 있다.도다 이쿠코 관동갤러리 대표는 "아마 사진 속 주인공과 멀리 만주에서 이 시를 썼을 때 시인(윤동주)의 심정이 비슷했을 것"이라며 "아련한 추억을 더듬듯 빛바랜 사진을 보며 시인 윤동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알아갈 수 있는 기획"이라고 소개했다.인천 류은규 사진가 현지방문 5만여점 자료 수집 세상에 첫 공개韓민족이 집단거주했던 헤이룽장·랴오닝·지린 등 동북 3성 일대생활사 다큐 '간도사진관 시리즈'로 윤동주 깊이 있는 이해 도와'나 여기 왜 왔노' 등 5부… 동생 윤일주 詩·시인 유골봉환 경로도 책 표지 제목 위에는 '간도사진관 시리즈'라는 문구와 함께 '001'이라는 숫자가 붙어있다. 류은규·도다 이쿠코 부부는 30여년 동안 간도에서 모아온 5만여 점의 사진 자료와 기록을 책으로 출판할 계획인데,

  • [이슈&스토리] '우영우 소덕동 팽나무'로 관심 받는 우리동네 고목들

    [이슈&스토리] '우영우 소덕동 팽나무'로 관심 받는 우리동네 고목들 지면기사

    "우리 마을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당산나무에요."소덕동 주민이 마을의 자랑거리인 팽나무를 가리키며 "소덕동 사람 중에 어린 시절 저 나무 타고 안 논 사람이 없고, 간절할 때 기도 한 번 안 한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소덕동은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 개설로 존폐 위기에 놓였지만,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되면서 마을을 지켜낸다. 인기리에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한 에피소드다.'장수동 만의골 은행나무' 수령 800년 '영험함' 전해져강화군에는 700년된 향나무 등 천연기념물 지정 4그루영종 느티나무·신현동 회화나무·계산동 은행나무 '절경'대청도 동백나무숲 '북쪽 한계지역' 학술적 가치 인정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덕동 팽나무'처럼 인천에도 오랜 시간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나무들이 있다. 인천 남동구 장수동 만의골의 은행나무가 대표적이다. 이 나무는 다섯 개의 굵직한 줄기가 고르게 갈라져 높게 솟아올라 있다. 수양버들처럼 축축 늘어진 가지엔 푸른 은행나뭇잎이 빼곡하다. 여러 그루의 은행나무가 모여 하나의 수풀을 이룬 듯한 웅장한 모습이 시선을 압도했다.높이 28.2m, 둘레 9.1m에 달하는 이 은행나무는 수령(樹齡)이 8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2월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마을 사람들에겐 은행나무의 잎, 가지 등 어떤 부분도 집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 있다고 한다. 오랜 옛날부터 영험한 나무로 전해져왔기 때문이다.만의골 주민들에게 이 은행나무는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키고 있는 수호신과도 같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만의골에서 사는 신윤철(54)씨는 "매년 음력 7월 1일이면 은행나무 앞에서 풍년과 가족의 건강 등을 기원하는 당제를 지낸다"며 "어린 시절엔 당제를 지내면서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소 한 마리를 잡아 함께 나눠 먹기도 했다"고 추억을 떠올렸다.인천 강화군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목(古木) 4그루가 있다. 볼음도 은행나무, 갑곶

  • [이슈&스토리] '고양 캐롯 점퍼스' 프로농구단 창단

    [이슈&스토리] '고양 캐롯 점퍼스' 프로농구단 창단 지면기사

    고양에서 프로농구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변화를 이끄는 주인공은 바로 '고양 캐롯 점퍼스'다. 오랫동안 고양을 연고지로 활동했던 '고양 오리온'을 자산운용사인 데이원스포츠가 인수하면서 새롭게 옷을 갈아입었다. 고양 캐롯 점퍼스는 25일 창단식을 열고 팀 이름을 공식 발표하며 프로농구판에 도전장을 던졌다. (주)데이원스포츠의 네이밍 스폰서를 맡은 캐롯손해보험은 한화,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이 합작해 만든 디지털 손해보험회사다. 2022~2023시즌부터 바로 프로농구에 합류하는 캐롯 점퍼스는 '농구 대통령'으로 불리는 허재가 (주)데이원스포츠 스포츠부문 총괄 대표이사직을 맡아 선수 영입 등 구단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한국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허재 대표이사와 함께 캐롯 점퍼스는 명문 프로농구단이 되기 위한 꿈을 꾸고 있다.■ 2021~2022프로농구 종료 이튿날 발표된 데이원자산운용사의 고양 오리온 인수, 이후 감독 선임부터 선수 영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지난 4월 29일 데이원자산운용사는 고양 오리온과 인수 협의 과정에 있다고 발표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데이원자산운용사는 지난 5월 11일 고양 오리온과 프로농구단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바로 전날 2021~2022시즌 프로농구 우승팀을 가리는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였다. SK 나이츠의 구단 역사상 첫 통합 우승이 결정된 지 하루 만에 나온 공식 발표에 프로농구계는 떠들썩했다.'고양 오리온' 데이원스포츠가 인수 새옷'레전드' 허재 대표이사로 명문구단의 꿈초대 감독, 김승기 前 KGC인삼공사 감독자유계약 '최대어' 전성현 영입 전력 보강데이원자산운용사는 당시 발표에서 연고지를 고양시로 유지하고 기존 사무국 직원과 선수단 전원을 승계한다는 내용도 밝혔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자회사인 데이원자산운용사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자산운용업체다.고양 오리온을 인수했다는 발표 이후 캐롯 점퍼스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우선 감독부터 선임했다. 캐롯 점퍼스의 초대 감독 자리는 김승기 전 안양 KGC인삼공

  • [이슈&스토리] 인천 핸드볼스타 배출·뛰어난 활약사

    [이슈&스토리] 인천 핸드볼스타 배출·뛰어난 활약사 지면기사

    대한민국 핸드볼은 지난 11일(한국시간) 북마케도니아에서 낭보를 전해왔다. 한국 여자 청소년(U-18) 대표팀이 제9회 세계여자청소년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이었다. 올해 대회 전까지 우리나라의 최고 성적은 2006년 초대 대회에서 기록한 준우승이었다.2020년 대회는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한 가운데, 2016년과 2018년 대회에선 4강에 들었다. 역대 이 대회에서 비유럽국 중 4강 이상 진입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비유럽권 국가로는 처음으로 대회 우승컵까지 품에 안으며 한국 핸드볼사(史)를 새로 쓴 것이다.이번 대회 우승에 인천 핸드볼도 큰 힘을 보탰다. 대표팀을 이끈 김진순 감독을 비롯해 준결승전 경기 MVP에 선정되는 등 고비마다 선방으로 팀을 구한 골키퍼 김가영, 공수에서 맹활약한 레프트백 임서영과 라이트윙 김송원 등이 인천비즈니스고 소속 지도자와 선수들이었다. 핸드볼의 도시 인천1974년 국내 첫 실업 핸드볼팀이 창단했던 인천은 핸드볼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실업팀인 인천시청 여자 핸드볼팀은 윤병순과 김옥화 등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다. 이 선수들은 대표팀에서도 맹활약했으며, 1984 LA올림픽에서 한국 핸드볼이 올림픽 첫 메달(은메달)을 획득하는 데 기여했다. 선배들이 주춧돌을 놓자 후배들도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이며 1988 서울올림픽과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2012 런던올림픽까지 모두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선 4강 진출에 성공하진 못하지만, 세계 최초로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199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던 한국은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모두 정상에 선 유일한 비유럽 국가다. 남자 대표팀은 1988 서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대표팀의 선전과 함께 인천 핸드볼의 역사도 이어졌다. 국내 첫 핸드볼 실업팀이었던 인천시청은 지방 자치단체를 앞둔 1990년 2월 시 재정압박으로 인해 민간 기업인 진주햄으로 넘어갔다. 인천시청은 전국체육대회를 비롯해

  • [이슈&스토리] 10년 묵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잠금' 풀리나

    [이슈&스토리] 10년 묵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잠금' 풀리나 지면기사

    10년간 이어져 온 '대형마트 의무휴일제'가 전국을 흔드는 이슈로 부상했다. 윤석열 정부는 여러 정책 개정안에 대한 국민 제안 투표를 진행, 득표 상위 3건을 국정에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이중 1위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차지한 것이다. 무려 57만7천415표를 받았다. 투표 마감 전부터 중복 투표 등 각종 논란이 일자 정부는 상위 3건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1위에 오른 안건인 만큼 시행 여부를 둘러싼 관심과 찬반 논쟁이 뜨겁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한 가운데 대형마트에 10년 전의 영업 규제를 적용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반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최후의 보루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달라진 대형마트 위상국내 대형마트 성장의 역사는 경기도·인천시의 팽창과 무관치 않다. 1993년 서울 창동에 1호점을 개설한 이마트는 1996년 업계 최초로 용인에 물류센터를 조성한 이후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경기지역에 세를 불리고 나섰다. 2006년에는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를 여주에 열 정도였다. 한때 이마트와 어깨를 견줬던 까르푸는 1996년 1호점을 부천 중동신도시에 개점했다. 1·2호점을 서울에 낸 롯데마트도 1999년 성남 분당신도시에 3호점을 내고, 3개월 만에 5호점을 구리에 조성하면서 경기도 진출을 본격화했다. 대구에서 출발한 홈플러스도 2000년 3호점과 4호점을 안산과 수원에 잇따라 개점했다. 대형마트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신도시를 비롯한 대규모 택지 개발이 잇따라 경기도·인천시에서 이뤄지면서 지역을 막론하고 도시가 팽창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소비력이 커지자, 그 틈을 대형마트가 파고들었다. 좋은 서비스, 저렴한 가격, 쾌적한 쇼핑 환경은 많은 소비자들을 대형마트로 불러들였다. 대형마트가 빠르게 늘어나자 가장 큰 위협을 느낀 곳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다. 특히 바로 옆에 대형마트가 들어선 곳은 사정이 더 심각했다. 2010년 전통시장 인근에 대형마트가 입점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된 배경이

  • [이슈&스토리] '한국지엠 의존' 인천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이슈&스토리] '한국지엠 의존' 인천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지면기사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지엠과 협력업체 중심인 인천의 자동차산업도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변화하는 흐름에 발맞춰 한국지엠이 전기차 생산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내연기관차 부품을 납품해온 중소기업들도 전기차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인천 자동차산업의 핵심인 한국지엠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한국지엠을 상대로 주로 납품해온 협력업체들도 전기차 부품 생산 체제로의 전환에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불확실한 변화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국지엠 "전기차, 국내서 생산계획 없다"… 시대 흐름에 뒤처져작년 세계 전기차시장서 부진·국내 생산·영업이익도 크게 하락인천 부품업체 290곳 파악… 대부분 내연기관용, 전환 쉽지 않아"개발·설비투자비 만만찮은데 원자재 가격까지 올라 여력 부족"전문가들 "인프라 조건 충분… LG 청라 전장사업과 연계도 유리""정부·지자체가 지원… GM테크니컬센터와 시너지 내도록 해야"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포함) 판매량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8.3%인 675만여대를 기록했다. 2012년 0.2%에 그쳤지만 최근 5년 동안 매년 1%p 이상 점유율을 늘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토대로 2030년에는 30%를 무난히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과 중국으로, 올해 1분기 세계 전기차 판매량 중 유럽 10개국이 22.9%, 중국 19.2%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같은 기간 8.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지난해 한국의 친환경 차량 판매 기록을 보면 순수전기차(EV) 차량이 23만177대, 하이브리드(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 38만8천679대 등 총 61만8천856대가 팔려 국내에서 생산된 전체 자동차 대수 346만여대의 17.9%를 기록했다. 국내 자동차 판매 대

  • [이슈&스토리] 행안부 경찰국 신설 사태 한달간의 타임라인

    [이슈&스토리] 행안부 경찰국 신설 사태 한달간의 타임라인 지면기사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경찰 통제 권고안을 발표한 건 한 달 전인 6월 21일의 일이다. 행정안전부 안에 경찰 지휘조직인 '경찰국'을 신설해 지휘를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인 권고안은 지난 26일 경찰국 신설 안건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내달 2일 행안부 경찰국이 정식 출범하면 경찰 지휘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구상이 완성되는 것이다. 초유의 '경찰서장회의'와 집단 반발로 이어진 경찰국 사태는 마무리 수순을 밟는 것일까. 지난 한 달 동안 벌어진 경찰국 부침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향후 상황을 전망해 본다.6월 22일 "경찰청이 희한하게 대통령 결재 전에 인사공지"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경찰국 신설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한 6월 21일 경찰 최고위직인 치안감 인사가 발표 2시간 만에 7명 보직을 변경하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 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청이 자체적으로 먼저 공지한 것으로 대통령 결재 전에 공지하면서 이 사달이 났다"고 밝혔다.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도 "경찰에서 행정안전부로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그냥 보직을 해버렸다"면서 인사 번복이 아니라 "아주 중대한 국기문란, 아니면 어이없는,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고 꼬집었다. 정부와 경찰이 인사를 두고 불협화음을 낸 6월 22일에는 70명 가량 경찰이 충주 수안보 중앙경찰학교에 모여 경찰국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은 "자문위 권고안은 경찰을 정권 하수인으로 길들이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면화 했다. 다음 날인 23일 처음으로 총경급 경찰 간부의 1인 시위가 이뤄졌다. 박송희 총경은 "(고작)4차례 회의를 거쳐 나온 권고안에 얼마나 깊이 있는 고민을 담았을지 의문"이라면서 권고안을 비판했다.6월 27일 경찰청장 사의… 행안부 "경찰국 조속히 신설"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27일에는 임기를 26일 남긴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같은 날 행안부는 "행안부는 경찰 지원조직 신설과 지휘규칙 제정 및 인사절

  • [이슈&스토리] 지구 온난화 위기 대안 '주목'… 인천시 '블루카본' 거점도시로

    [이슈&스토리] 지구 온난화 위기 대안 '주목'… 인천시 '블루카본' 거점도시로 지면기사

    탄소는 지구 상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에 포함된 탄소는 '블랙카본'(black carbon)으로 불린다. 블랙카본은 연소과정에서 대기 중에 배출돼 온난화 등 기후위기의 원인이 된다. 탄소중립(Net-Zero)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손꼽힌다.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탄소를 배출된 만큼 흡수해 '0'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탄소흡수원이 필요한데 그동안 '그린카본'(green carbon)이 주목받았다. 아마존 열대우림 등 나무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취지가 컸다. 블루카본(blue carbon)은 최근들어 주목받고 있는 탄소흡수원이다.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에선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블루카본이 그린카본보다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기대다. 블루카본이 지구 온난화를 막을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거대한 탄소흡수원 블루카본블루카본은 얕은 바다 등에 서식하는 식물과 퇴적물 등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의미한다. 블루카본은 2009년 국제자연연맹(IUCN)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됐고, 2013년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갈대나 칠면초 등 '염습지', 해양에서 자라는 나무인 '맹그로브', 해초인 '잘피'를 블루카본으로 공식 인정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지난해 미국의 한 과학저널에 소개된 '2021 글로벌 탄소수지보고서'(Global Carbon Budget)에 따르면 블루카본의 탄소흡수속도는 산림 등 그린카본보다 최대 50배 빠르고, 그린카본에 비해 적은 면적에서도 더욱 높은 흡수량을 보인다고 한다. 그린카본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탄소 흡수 역량이 떨어지는 반면, 블루카본은 수천년의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탄소 흡수 역량을 갖는다는 내용도 있다.산림 '그린카본'보다 탄소 흡수속도·유지력 탁월 바다식물뿐만 아니라 바다 밑 토양 등에서도 탄소가 흡수된다. 육상에서는 토양 박테리아들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

  • [이슈&스토리] 경기도 소부장산업, 자립화 지원 성과·과제

    [이슈&스토리] 경기도 소부장산업, 자립화 지원 성과·과제 지면기사

    자원이 없고 땅덩이도 좁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건 8할이 '기술력' 덕분이다. 머리가 좋고, 손재주가 뛰어난 데다 부지런하기까지 한 한국인들이 치열한 세계 경제 속에서 살아남는 생존방식이었다. 지금도 그 생존방식은 유효하다. 코로나19 등 대내외 악재로 저조한 경제성장률이 계속되지만, 여전히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조산업이 우리 경제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최근엔 해외에서만 관심받던 한국의 기술산업이 국내에서도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지난 대선 '기술강국'을 만들겠다는 대선주자들의 공약이 봇물을 이뤘다. 정부 역시 경기도를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해 반도체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로 한 것과 더불어 반도체 기술인력 육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도는 '경제통'으로 불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민선8기 경기도를 이끌면서 기술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스타트업 육성 등을 주요 과제로 삼아 힘차게 출발했다. 그렇다면 기술강국을 향한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특히 기술의 핵심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지난 정부부터 '국산화' 열풍이 불었다. 대표적인 수출효자종목인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등 완성품에는 튼튼한 소재와 부품, 장비들이 필요한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소부장 산업이다. 특히 소부장 중소기업이 대거 몰린 경기도를 보면 우리 현실을 제대로 알 수 있다.경기도는 2019년 10월부터 3년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융기원)에서 '소부장 자립화 연구지원사업'을 시작해 연간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왔다.전문연구원과 소부장 기업의 동행"대학교 연구실 같죠?" 12일 찾은 융기원 3층 '소재부품오픈랩' 안에 들어서니 각종 실험도구들이 즐비했고 덩치가 큰 실험기계들도 잔뜩 배치됐다. 실험기계들에는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인 시료들이 놓여 있어 기업들의 열띤 연구가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었다. 이 곳은 기술 연구에 매진하는 도내 중소기업이라면 누구나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공간

  • [이슈&스토리] 미술시장 새바람… NFT의 가능성은

    [이슈&스토리] 미술시장 새바람… NFT의 가능성은 지면기사

    예술작품의 가치를 논할 때 흔히 소환되는 개념 중 하나가 '아우라'다.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1936년)'이라는 논문을 통해 정의한 아우라는 예술작품에서 흉내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뜻한다. 사진과 같이 복제되는 작품에는 원본이 지니는 시간과 공간에서 차지하는 '유일한 현존성'이 없어 아우라를 갖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예술작품이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의 세례를 받는다면 아우라를 얻을 수 있을까. 최근 NFT가 미술시장은 물론, 영화와 공연계까지 활용분야를 넓히면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 그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예술계에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고 있는 NFT는 무엇이고, NFT가 가져올 예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블록체인 활용 '가상 자산'에 희소성이미지·영상·음성 등 디지털 아트로뱅크시 작품 '1만 조각' 분할 판매도국내도 마미손 '디지털 오픈런' 화제전문가들 '작품 스토리' 흥행 좌우인터넷 콘텐츠는 무료 인식도 과제'e스포츠 우승자 아이템 팔릴수도''극소수 작가만이 이익' 비관론도 ■ NFT(Non-Fungible Token)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으로 해석된다.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을 뜻하는 말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지만 기존 가상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별고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해 상호교환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 사전적 정의다.다소 막연하게 느껴지는 사전적 설명과 달리 NFT의 속성은 인류의 오래된, 또 보편적 욕구인 수집욕에 맞닿아있다. 토큰이라는 단어도 실제 기념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희소한 신발이나 인형 등을 수집하는 심리에는 투자와 투기, 정서적 애착, 나만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는 것처럼 NFT도 같은 원리로 수집욕을 자극하고 있다. 해외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미국 프로야구 선수 카드나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 빵도 NFT와 같은 속성이라고 볼 수 있다. NFT는

  • [이슈&스토리] 지역경제 두 축 인천공항·인천항 '변화의 기로'

    [이슈&스토리] 지역경제 두 축 인천공항·인천항 '변화의 기로' 지면기사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은 인천지역에 위치한 국가 기간시설이면서 국가공기업이 운영·관리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인천공항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항은 인천항만공사가 운영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인천공항은 민영화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고 인천항의 경우 자치단체 권한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관련법까지 발의돼 앞으로 찬반 논란이 예상된다. 공항과 항만 등 인천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두 축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변화의 기로에 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잇따르는 인천공항 '사유화' 가능성20대 대통령선거 후보이기도 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인천 계양을) 의원은 국회에 입성한 후 최근 '1호 법안'으로 이른바 '공공기관 사유화 방지법'을 발의했다. 지난 5월 대통령 비서실장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 일부를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이는 '인천공항 민영화'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민영화(사유화) 계획이 없다"고 했으나 시장 경제를 강조하는 현 정부에서 어떤 형태로든 지배구조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의원의 1호 법안은 현 정부에서 인천공항 등의 사유화가 추진될 수 있다는 바탕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이재명 의원은 발의안에서 "공항·철도와 같은 교통기반시설은 국민 모두가 필요로 하는 필수재로서 경영 효율성과 수익성뿐만 아니라 형평성과 민주성 또한 지속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공공기관 민영화의 경우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의 논의를 충분히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인천공항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도 사유화가 추진됐다. 당시 정부는 인천공항공사 지분 49%를 매각해 민간이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국가기간시설인 인천공항이 외국 자본에 잠식될 수 있고, 요금인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거세게 제기됐다. 결국 인천공항 민영화 계획은 철회됐다. 이재명 의원 1호 법안 '사유화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