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가려졌던 부천 모종교집단의 집단 살해의혹이 살인용의자의 자백으로 조금씩 전모를 드러내고 있다. 그 속에는 배교에 대한 피의 보복, 돈에 얽힌 추잡함이 얼룩져 있다.
사건은 지난 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도였던 소모(25)씨가 교리를 배반했다는 이유로 신도들에 의한 집단폭행으로 숨진 채 암매장됐다.
이 사건 이후 10여년동안 교단 주변에서는 신도 20여명이 실종·살해됐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결국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94년 전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교주의 교사여부를 집중 추궁했지만, 살해 가담자로 체포된 정모(44)씨 등 관련자 4명이 지모(당시 35세)씨를 주범으로 지목한데다 교주와의 연관성을 강력히 부인, 교주의 교사여부와 소씨 외에 추가 사망자를 확인하는데는 실패했다.
결국 검찰은 교주에 대해서는 사기 및 횡령혐의만을 적용해 구속하고 지씨를 지명수배했지만, 지씨는 이미 지난 90년 이후 실종상태였다.
지씨는 소씨를 포함해 그동안 배교자를 처단하는데 앞장섰다가 교주에게 이같은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등을 돌린뒤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뒤 10여년동안 잊혀졌던 집단 살해의혹은 지난 14일 교단의 간부였던 김모(66)씨와 전 신도 정모(44)씨가 검찰에 긴급체포된뒤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수원지검 강력부는 이들이 교주의 지시에 따라 지난 84~92년까지 신도 9명을 살해하고 전국에 암매장했다고 자백함에 따라 교주를 긴급체포하고, 안성 금광저수지에서 암매장된 지씨의 유골을 수습했다.
각각 살인과 공갈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와 정씨는 매부 처남 사이로 정씨가 3년6개월간의 복역을 마치고 지난 98년 출소한뒤 함께 교단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오랜 도피생활로 신변에 위험을 느낀 김씨와 출소후 생활고에 시달리던 정씨는 지난 2월께 암매장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교주에게 돈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교주의 지시로 지씨를 암매장했다'는 김씨의 진술과 안성 암매장 장소를 촬영한뒤 교주를 협박, 돈을 뜯어내려 했다”고 밝혔다.
결국 불노불사를 교리로 내세웠던 이 종교는 배교와 살인으로 이어지는 피의 복수로 얼룩지고 말았다.
----------------------------------------------------------------------
■ 부천 종교집단 사건 일지
1986년:신도 소모(당시 25)씨가 신도들에 의해 살해
~실종자 가족 및 교단관계자들에 의해 10년간 20여명이 실종·살해됐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
1990년 8월:지모(당시 35세)씨 실종-안성 금광저수지변에 암매장
1992년:전모(당시 50세)씨 실종-안성 금광저수지변에 암매장
1994년:서울지검 강력부 수사 착수
1995년:소씨 살해 가담 혐의로 정모씨 등 4명 구속
이들은 지씨를 살해주범으로 지목, 교주의 교사여부 부인
지씨 살인 용의자로 지명수배
A교주는 횡령·사기 혐의만 적용 구속
1998년 10월:정씨 출소
2000년 8월:교주 출소
전모 드러나는 '종교단체 신도살해'
입력 2003-08-16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3-08-16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