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날 첫 홀 실수에도 3차연장 접전 끝 역전승
또래 선수들보다 구력 짧지만 ‘퍼터’ 자신감 최고
“실력 출중하고 가정에도 충실한 필미켈슨 닮고파”
“내년에는 꼭 태극마크를 달겠습니다.”
지난달 막을 내린 한국청소년골프협회(KYGA) 2015 아스토레배 국제청소년골프대회에서 연장 3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역전 우승을 차지한 이한승(성남 동광고 1년)의 포부다.
3일 용인 88골프연습장에서 만난 이한승은 당시 경기에 대해 “선두와 한 타 차이로 둘째 날을 맞았는데 첫 홀에 보기를 쳐 아쉬웠다. 이후 마음을 다잡고 경기에 임해 버디 3개를 잡아냈다. 결국 나를 포함해 총 3명의 선수가 연장전에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연장 2차까지 접전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3차까지 가게 됐다. 3차 경기는 홀에 볼을 가깝게 붙인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었고, 결국 승리는 이한승에게 돌아갔다. 그는 “연장 3번째 경기에서 우승이 확정됐을 때 짜릿한 느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찝찝함도 있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한승은 용인 태성중 1학년 시절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평소 골프를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 선수의 길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흥미가 없었는데 조금씩 성적이 나니까 골프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며 “또래 친구들보다 구력은 짧지만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답했다. 이한승은 올해 가누다배 우승을 비롯해 각종 전국 대회에서 입상하며 실력을 키워가고 있다.
그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지난해 열렸던 경기도지사배다. 그 곳에서 이한승은 대회 마지막 날을 앞두고 저녁에 컨디션이 떨어지며 열과 구토가 나기 시작했다. 다음날 시합 전 50분까지도 대회를 포기할까 고민도 했었다.
이한승은 “그래도 챔피언조에 속했으니까 출전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신기하게도 우승까지 하게 됐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이한승의 장점은 퍼터에 있다. 이한승은 이번 아스토레배 연장 2차전에서도 4m 버디 퍼팅을 성공 시킨 실력자다. 그는 “비거리는 잘 나가지 않지만 퍼터는 자신이 있다”며 “퍼팅을 할 때는 확신을 갖고 쳐야 잘 들어간다”고 자신의 노하우를 소개하기도 했다.
반면 고쳐야 할 점으로는 정신력을 꼽았다. 또 “정신력이 약해 잘 치다가도 실수를 하면 회복이 잘되지 않는다”며 “지금은 그 부분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래보다 골프를 늦게 시작한 것에 대해 이한승은 “확실히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친구들을 보면 ‘운동을 빨리 시작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그렇지만 그 친구들과 비슷해지기 위해 매일 더 많은 훈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좋아하는 선수로 필 미켈슨(45·미국)을 꼽았다. 공도 잘 치지만 매너도 좋고 무엇보다 운동을 하면서 가정에 충실한 모습을 닮고 싶다고 했다.
이한승의 내년 목표는 태극마크 획득이다. 그는 “내년에 중고연맹 대회에서 포인트를 쌓아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골프를 시작했으니 미국프로골프(PGA)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그는 “막둥이인 저를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늘 감사하다”며 “훌륭한 골프 선수가 돼서 부모님께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