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를
직접 선출하는 관행 정착시켜야
그래야만 당선된 정치인들
국민과 당원 위해 헌신하는
공직자로 거듭 날 수 있을 것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른바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거친 말들이 오가면서 대혼란을 일으킴으로써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상황은 야당도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공천과정이 시작되기도 전에 당이 두 개로 쪼개졌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친노' 세력과 신임 대표간 공천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으며, 국민의당 역시 더불어민주당과의 연합공천문제로 당지도부간 심각한 마찰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정당들의 모습이다.
공천시기만 되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갈등과 혼란의 원인은 한국의 주요정당들이 공직선거 공천자를 결정하는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원칙과 전통이 부재한 상황에서 당시 당권을 쥐고 있는 개인이나 세력이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후보자를 결정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과거 대통령이나 당대표가 당내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던 시절에는 나름대로 조용히 후보자선출과정이 진행될 수 있었으나, 최근 당내민주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공천과정에서의 갈등과 혼란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그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민주적인 방법은 당원 모두가 선출과정에 참여하여 공직선거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당원들의 결속력이 강한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방법을 채택하여 후보를 선출하였다. 그러나 전국적 기반을 갖고 있지만 지지자들의 소수만이 정당에 가입한 여야의 주요정당들은 직접선거방식을 채택하지 못하고,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를 혼합하는 간접적인 방식과 당지도부가 특정 인물을 임의로 선정하는 '전략적 공천'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사태를 통해 이러한 간접적이고 불투명한 후보선출방식의 한계가 만천하에 여실히 노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얼마 전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는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 제도의 도입을 건의하여 이 방안이 당론으로 채택되었으나, 야당과 합의를 보지 못함으로써 '오픈 프라이머리'의 필수요건인 '예비선거'를 치를 수 없게 된 것이다.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반대하는 첫 번째 논리는 이 제도가 현역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신인의 정치권 진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인의 물갈이가 매우 바람직하다는 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으나, 정치인 교체의 권한을 당권을 쥐고 있는 개인이나 세력에 주는 것보다는 유권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낮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민주주의 이론은 물론 그간의 경험을 통해서도 입증되었다고 사료된다. 두 번째 반대논리는 예비선거를 하게 되면 선거기간이 길어지고 선거자금도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직선거 후보자들은 사실상 항상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예비선거로 선거기간이 특별히 길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과다한 선거자금문제는 현재와 같이 일정 수준 이상의 지지를 받은 후보자의 예비선거비용은 국고로 보전하면서 돈 쓰는 선거활동에 대한 철저한 규제와 단속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이 문제 역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천과정에서의 난맥상은 공천제도의 근본적 개선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여러 가지 개선방안 중 가장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한국형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하여, 국민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를 직접 선출하는 관행을 조속히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선거에서 당선된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공천을 준 당지도부가 아니라, 국민과 당원을 위해 헌신하는 공직자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