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12번째 프로젝트영화
부모님의 경쟁 대리자된 아이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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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연 영화평론가
오프닝 크레딧이 지나면 타이틀이 뜬다. 4등. 도트프린터로 찍은 것처럼 많은 점들이 모여 만든 글자다. 이 사회를 이룬 것이 수많은 4등이라는 듯이. 야무지게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흩어진 점들이 보인다. 4등을 벗어나려는 몸부림 같다. 그러나 4등이라는 굴레는 벗어날 수 없다. 조금 비껴났다 해도 여전히 4등을 구성하는 조금 삐딱한 점일 뿐이다.

정지우 감독의 '4등'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영화 열두번째 프로젝트이다. 인권영화 프로젝트는 평소에 외면했던 주제에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 대중들에게 전달을 시도하며 매년 의미 있는 작업을 이어왔다.

'해피엔드'(1999), '사랑니'(2005), '모던보이'(2008), '은교'(2012) 등에서 주로 남녀 간의 사랑을 통해 사회적 통념과 금기를 넘어선 이야기를 밀도 높은 드라마와 섬세한 감정묘사로 그려내며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을 선보였던 정 감독은 '배낭을 멘 소년'으로 옴니버스 영화 '다섯개의 시선'(2006)에 참여한 이후 두 번째로 인권영화프로젝트와 함께 작업했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대회에서는 4등만 하는 수영선수 준호(유재상)와 이 소년을 둘러싼 어른들은 무한 경쟁이라는 화두를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이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치열한 승부보다는 햇살이 스며든 수면 아래의 아름다운 물빛과 노는 것이 더 좋은 준호에게 국가대표 출신 광수(박해준)은 '집중력'이 부족하다며 체벌한다.

그러나 집중력이라는 말은 몰입보다는 경쟁과 승부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그것은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냉정한 경쟁의 논리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기 위한 포장지에 불과하다.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것이 더 무섭다'며 체벌과 경쟁에 지쳐 수영을 그만두려는 준호를 향해 '네가 무슨 권리로 그만두냐'는 준호모의 외침은 어른들 경쟁의 대리자가 되어버린 아이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수중촬영과 결말부 대회에 참여한 준호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유영하는 이미지들의 조합은 이야기의 건강함과 더불어 여운을 남긴다.

/이대연 영화평론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