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지어 성격이 까칠해 보이는 여성 투숙객은 자신을 몰래 훔쳐봤다며 다짜고짜 따귀를 올려붙이기까지 한다.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 하지만 불쑥불쑥 끼어드는 그들을 막을 수가 없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기려 하는 걸까. 이 모든 상황이 불안하기만 하다.
노영석 감독의 '조난자들'은 불편하면서 흥미롭다. 감독의 전작 '낮술'(2008)이 신선한 유머를 장착한 로드무비였던데 반해 '조난자들'은 폭설로 고립된 산장에 동숙한 사람들의 상호 불신과 오해, 편견을 밀실 스릴러의 장르적 관습을 차용해 보여준다.
밀렵과 성추행, 전과, 폭력적인 무례함 등 인물들이 제각기 뒤집어쓰고 있는 범죄의 이력 혹은 혐의는 불온하고 불길한 기운을 한껏 부추긴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이들과 고립된 채 함께 하는 일 자체가 조난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것은 타자를 인식하는 우리의 방식과 다르지 않다. 타자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반사적인 공포가 우리 자신을 스스로 조난시키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막연했던 불안감은 생명에 대한 위협으로 뒤바뀐다. 영화 포스터 카피처럼 '상상하지 못한 자들'의 방문은 단순한 오해나 편견으로부터 비롯된 것만 같았던 '조난'의 실체를 점차 드러낸다.
언제나 상정하고 있지만 상상하지 못했던 존재의 출현이라는, 판타지에 가까운 결말이 모든 오해와 불신을 파괴적으로 해소시킨다. 왜냐하면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내재하는 절대타자에 대한 공포는 다른 모든 문제들을 사소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우리 존재를 집어삼키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상진의 독백에 대한 대답은 공포와 불안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다소 무리한 결말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의 기저에 깔려 있는 근원적인 불안감을 노출시키는 뚝심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학수 역의 오태경은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이대연 영화평론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