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나 클린턴이 당선돼도
우리에겐 불리한 상황 전개될 듯
우선 대외경제여건 악화 대비
당면한 경제현안 조속 해결하고
여야는 한국 국익수호 위해
외교·대북정책 한목소리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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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 ·전 보건복지부 장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대선과정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매우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경제와 외교분야에서 국수주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회장이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는가 하면,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주장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가장 잘 발달되고 세계무대에서 국방이나 정치는 물론 경제와 기술 분야를 사실상 주도하는 미국의 대선에서 극우와 극좌를 상징하는 후보들이 돌풍을 일으키는 것을 지켜보면서, 역사는 반복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18세기말 시작된 산업혁명과 이에 따른 세계화의 물결은 그 후 1세기 이상 서방세계를 휩쓸었고, 이는 해당 국가들의 국력 신장과 더불어 국민 삶의 질을 향상 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화와 경제발전은 결과적으로 부의 양극화와 노동자 계층의 불만을 야기했고, 이는 19세기 말 독일을 중심으로 강성노조와 공산주의 사상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도전에 대해 독일의 비스마르크 수상과 서구의 기득권 세력은 사회보험제도의 도입과 더불어 민간중심의 사회복지사업 전개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슬기를 발휘하지 못한 제정러시아는 공산주의 혁명의 희생물이 되었고, 그 후 공산주의는 동유럽과 중국 등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 되었다. 1920년대 말 발생한 대공황 역시 그동안 지속 되어온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지속적 발전에 큰 걸림돌 역할을 하였다. 대공황으로 인한 세계경제질서의 파괴와 국제정치적 혼란은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그리고 일본의 군국주의가 태동되는 기반을 만들어 주었다.

물론 현재 미국의 대선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샌더스의 사회주의와 트럼프의 국수주의는 1세기 전의 공산주의와 나치즘에 비하면 그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나, 경제위기와 양극화 현상 이후에 정치분야에서 극좌나 극우 세력이 득세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월가를 중심으로 '1% 대 99%' 논쟁이 시작되었고, 이는 사회주의자 샌더스 후보가 젊은 층과 서민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게 된 근본원인이다. 또한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불황과 높은 실업률은 자신의 일자리에 대해 불안해하는 저학력 백인 근로자들로 하여금 개방화를 막아 국내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트럼프 후보의 대중인기영합적 발언에 열광케 하고 있다.

결국 시장경제의 위기로 인한 양극화의 심화와 실업의 증가 현상이, 한편으로는, 적극적 재분배정책을 주장하는 사회주의 성향의 정치인을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수주의적 차원에서 인종차별과 시장폐쇄를 주장하는 극우적 정치인의 등장을 가능케 한 것이다. 로마가 '천년제국'을 유지한 것은 가는 곳마다 길을 만들고 점령국의 다양한 문화를 수용했기 때문이라는 역사적 인식을 바탕으로, 21세기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이 보다 현명한 길을 모색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면 경제적으로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고 군사적으로 한미동맹이 필수적 생존요건인 한국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외교지식의 결여와 즉흥적 발언으로 국제정치적으로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트럼프 후보보다는 국무장관과 상원의원까지 역임한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후보의 대중인기몰이 솜씨가 보통이 아니기 때문에 트럼프의 승리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비록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국내여론을 고려하여 국정운영을 해야 하기에 우리에게는 과거보다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하나는 대외경제여건의 악화에 대비하여 구조조정과 경제개혁 등 당면 경제현안들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한국이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여야정치권이 적어도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지난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졌으나, 지금은 국난의 상황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보다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치가 펼쳐짐은 물론, 박근혜 정부 역시 '무사안일'에서 벗어나 '살신성인'의 자세로 임기 말까지 자신들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주기 바란다.

/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 · 전 보건복지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