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참사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3일 발생한 지하철 7호선 화재사고는 새해 첫 출근일을 맞아 지하철에 올랐던 수십명의 승객들은 물론 사고소식을 들은 국민들에게 '제2의 대구지하철참사'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날 지하철 7호선 화재는 초기대응이 비교적 빨랐음에도 불구하고 사후처리나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무려 20여분간 불붙은 전동차가 질주하는 등 대형참사로 이어질뻔했다.
▲불붙은 전동차 질주='꺼진 불도 다시보자'라는 표어가 새삼 중요하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이날 오전 7시14분께 전동차에 처음 불이 나자 일부 승객들이 자체적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사령실을 통해 화재사실을 접한 역무원들이 미리 광명역에서 대기하다가 승객들을 내리게 한뒤 소화기로 불을 껐다. 불이 꺼진 것으로 판단한 도시철도공사측은 전동차를 출발시켰고, 전동차는 다음역인 천왕역을 무정차로 통과한 후 종착역인 온수역에 10여분 뒤에 도착했다. 그러나 꺼진줄만 알았던 불은 6·7·8번 객차 전체를 '활활' 태우고 있었다. 불은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8시 54분께 '완전' 진화됐고 결국 전동차는 20여분간 불이 붙은채 '공포의 질주'를 벌인 셈이다.
▲'불쏘시개' 지하철이 문제=사고가 난 7017호 전동차는 지난 대구지하철참사때와 같이 의자와 바닥 등 내부 마감재나 장식재가 모두 불에 잘 타는 소재로 돼 있는 구형 전동차다. 구형 전동차는 한번 불이 붙으면 삽시간에 불길이 사방으로 퍼지는데, 이날도 광명역에서 1차 진화가 이뤄졌지만 불씨가 가연성 자재에 남아있었고 최종적으로 소방차가 온수역에 도착하기까지 20여분의 시간동안 객차 3개가 탔다. 특히 신형 객차에는 화재감지장치가 설치돼 있는 반면 구형전동차에는 이마저도 없어 기관사는 승객이 비상벨을 누르고서야 불이 난 것을 안 것으로 경찰조사과정에서 밝혀졌다.
정부는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뒤 '지하철 내장재를 모두 불에 타지 않는 재료로 교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2년도 안돼 지지부진한 사후 조치로 '아찔한' 사고가 재발됐다. 도시철도공사측은 “광명역에서 연기가 많이 나 붐비는 광명역을 피해 초기진화가 됐다고 판단하고 종착역인 온수역까지 전동차를 운행했다”며 “예산부족으로 전동차를 모두 교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전불감증도 여전=사고 전동차가 철산역 진입 당시 전동차 뒷부분에서 연기가 솟아 올랐고 철산역은 도시철도공사 종합사령실로 화재 발생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종합사령실은 승강장에서 불이 난 것으로 판단하고 기관사에게 화재 현장을 재빨리 벗어나라고 지시, 결국 사고 전동차는 불이 붙은 채 다시 운행에 나섰다. 이에 대해 전동차 이상이 발견된 철산역에서 일단 승객을 대피시켜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광명
사고 지하철, 불 붙은채 20분간 달렸다
입력 2005-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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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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