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직함 넣은 명함 보이면
'거대한' 사람이라고 모두 믿어
마치 크게 보이는 붕어의
아름다운 흰 지느러미처럼…
실상은 작디 작은 모습인데

/ 北冥有魚. 其名爲鯤. 不知其千里也 化而爲鳥,其名爲鵬, 鵬之背. 不知其千里也. 怒而飛 其翼若垂之雲, 是鳥也, 海運則將徒於南冥. 南冥者. 天池也 (북녘바다에 물고기가 있다. 그 이름을 곤이라고 한다. 곤의 크기는 몇천리나 되는 지 모른다. 변해서 새가 되면 그 이름을 붕이라 한다. 붕의 등넓이는 몇천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 가득히 드리운 구름과 같다. 이 새는 바다기운이 움직여 대풍이 일 때 남쪽 바다로 날아가려 한다. 남쪽 바다란 곧 천지이다) /
장자를 생각타가 나는 나를 볼록 어항에 넣어본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나는 나를 너무 볼록어항에 자주 넣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나는 누구인가 앞에서 글을 아주 잘 쓰는 듯이 굴었을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나를 과시했을 것이다, 특히 학생들 앞에서는 얼마나 잘난 척했을까. 그 어떤 광고에서처럼 '너희들이 이런 걸 알아?' 하는 것으로 보였겠지. 다행히도 가끔이었지만, 강연 할 때는 얼마나 많이 아는 척, 확신에 차서 말했을까? 유명한 사람의 말을 인용하면서 나도 모르게 누구인가에게 심한 무안을 주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무시했을 것이다…' 아, 그것들을 어쩌나… 하다가 뉴스를 본다. 오늘도 어김없이 거금의 횡령, 사기, 뇌물, 말대꾸한다고, 무시한다고 일어난 살인사건, 자기 자동차를 추월했다고 일어난 보복성 교통사고, 그런데, 오늘은 참 재미있는 기사가 있다. '그 관료'가 일을 잘 처리해줄 줄 미리 짐작하고 수억원을 주었으나 그는 결국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뇌물을 준 사람은 물론 분이 나서 고소했고 검찰은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모두 사건의 속을 조사해보면 지나친 자기 과시에서 비롯된 것들임이 분명해진다.
언젠가 나는 하숙하는 '고급하숙' 이층집 앞에 렌트한 고급 승용차(연식이 아주 오래되었던 것 같다)를 세워놓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는 그 사진을 대여섯 개도 넘는 직함을 나열한 명함과 함께 고객이 될 사람 앞에 내놓는다고 한다. 그러면 모두 믿는다고 한다. 순간 그는 '거대한' 사람이 된다. 마치 어느 순간 크게 보이는 붕어의 아름다운 흰 지느러미처럼. 그 아름다운 커단 지느러미가 그 붕어의 본 지느러미의 모습은 아닌데 말이다. 그것의 물을 갈아줄 때 그것은 얼마나 작디 작은가, 그것이 본모습인 것을.
/강은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