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에 감염된 여성과 농촌총각간의 사랑을 다룬 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영화처럼 에이즈에 감염된 한 태국 여성과 한국인 남편이 애틋한 사랑을 나누며 아픔을 견디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전하고 있다.

 지난 1997년 강동재(37·가명)씨는 태국에서 에이린(31·가명)씨를 만나 연애를 하다 결혼한뒤 한국으로 건너왔다. 시흥에 보금자리를 잡은 강씨와 에이린씨는 넉넉하진 않지만 귀여운 아들(7)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갔고, 올해초에는 둘째를 임신하는 기쁨을 안았다.

 그러나 아들과 함께 한국말 공부를 하며 둘째의 탄생을 기다리던 에이린씨의 '코리안드림'은 한 순간에 유리병처럼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출산예정일을 3주 앞둔 지난달 24일께 검진을 위해 남편과 함께 찾은 산부인과에서 에이린씨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통보를 받았다. 자신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감염됐다는 것. 지난 2003년 고국인 태국으로 돌아가 병원치료를 받던 중 감염된 혈액을 수혈받았던 것이다.
 충격과 뱃속의 아기에 대한 걱정때문이었던지 에이린씨는 며칠 뒤 아기를 사산했고 그로 인해 두 부부의 슬픔은 더했다.

 게다가 태국 국적의 에이린씨는 정부의 치료비 지원조차 받을 수 없었다. 수혈로 인한 감염이었지만 태국에는 관련법이 미비해 태국에서의 보상은 생각조차 못했다.
 '외국인이 에이즈에 감염되면 강제출국되는 현실' 역시 에이린씨를 불안하게 했다. 하지만 에이린씨는 에이즈 반응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남편에게 이런 고민조차 털어놓지 못하고 끙끙 속앓이만 했다.

 하지만 국경을 초월해 8년여를 함께 한 이들 부부의 사랑만은 '하늘이 내린 형벌'과 '절망적인 현실'도 깰 수 없었다. 그토록 바라던 아기를 잃고 자신도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강씨는 에이린씨와 '죽는날까지 함께 하겠다'는 마음에 변함이 없었다.
 슬픔과 충격에서 벗어난 강씨는 제일 먼저 에이린씨의 국적 문제를 해결하려 나섰고 백방으로 수소문해 에이린씨가 국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강씨 부부의 가슴아픈 사연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인근 교회와 의료기관에서 이들을 돕겠다고 나섰고 에이린씨는 현재 서울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을 돕고 있는 김현태(가명) 목사는 “각자 많이 힘들어하면서도 부부가 함께 있으면 서로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감추는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안타깝게 만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