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전통적으로 스승은 곧 임금·부모와 동일시될 정도로 중요한 자리이지만 일선 교육현장에서 교사의 권위는 추락한 지 오래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또한 학생·학부모들에게 혼란만 가중시켜 스승의 날을 더욱 퇴색시키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김영란법은 당초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안됐지만 입법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언론인·사립학교 교직원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김영란법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공무원을 비롯해 공직유관단체 임직원(160만명), 교직원(70만명), 언론사 임직원(20만명) 등 250만명이며, 이들의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약 4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문제는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담임선생님에게 카네이션 한 송이 건네는 것이 금지돼 사제간의 관계마저 단절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정한 김영란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개인별 카네이션 선물은 안 되고 학생대표가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런데 현직 담임교사에 대한 선물은 금지되지만, 과거 담임교사에 대한 선물은 가능하다. 또 유치원 교사에 대한 선물은 금지되지만, 김영란법 적용을 받지 않는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선물은 증정이 가능하다. 이런 규정들은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도 어렵고 외우기도 어렵다. 어쨌든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처음 맞게 된 스승의 날에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김영란법은 그 좋은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요식업·화훼산업에 종사하는 상당수 서민들에게 큰 타격을 입힌 바 있다. 법은 부정청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공정한 경쟁을 뿌리째 흔드는 사람들을 발본색원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지 서민 경제를 압박하고 사제지간의 정을 매정하게 끊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김영란법은 원래 취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반드시 수정돼야 할 것이다. 법을 전혀 모르는 초등학생이 스승의 날 담임 선생님께 고맙다고 카네이션 한 송이 선물했다가 고발당하는 불행한 일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