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것'보다 아이들에 맞는 교구가 효과적

언제부턴가 미취학 아동이나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 교육 프로그램에 교구를 이용한 사고력 교육이 많이 생겨났다. 일반적인 교구를 이용하기도 하고 아예 생소하거나 자체 개발된 교구들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교구란 무엇일까? 현행 수학교과서에는 예전처럼 단순히 수학 공식을 외우고 계산만 하기 보다는 실제 여러 상황 속에서 수학자가 생각했던 것과 같이 생각해 보고 수학의 공식이나 방법을 이해하는 내용이 많다. 이때 실생활 속 상황과 수학 지식을 연결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이 바로 교구다.

교구는 넓은 의미에서 수업시간에 사용되는 여러 교수학습 매체(교과서, 학습지, 조작기구, 작도기구 등)을 모두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교구란 말은 '조작교구(manipulative material)', 즉 손으로 만지고 탐구할 수 있는 구체물을 의미한다.

현재 초등 교과서와 지도서에 수록된 조작 교구는 바둑돌, 모형(연결큐브), 도형판(기하판, 지오보드), 쌓기나무, 수모형(십진블록), 색막대(퀴즈네어 막대), 분수막대 등이다. 이들은 시중에 있는 여러 교구들과 비교해 아주 좋은 교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여러 단원이나 차시에서 사용될 수 있는 교구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런 조작 교구를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구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에게 수학 활동에 대한 흥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중 시간이 짧은 아이들에게 구체물은 집중도를 높이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또 교구는 실생활의 상황과 수학적 지식(기호나 공식)을 연결하는 중간 매개체 역할도 한다.

예를 들면 아이들에게 사과 3개와 2개를 더해 5개가 되는 상황을 제시했을 때 이 상황을 이해하는 학생이라도 '3+2=5'라는 덧셈식과 연결하기 어려워하지만 바둑돌이나 모형(연결큐브), 수모형(십진블록)을 통한 활동을 통해 쉽게 연결하게 된다.

여러 논문에서도 조작 교구를 활용한 수업이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학생이나 정신지체아들의 수학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일반학생이나 부진학생에게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조작 교구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것이다. 단순히 흥미를 위해 만져보는 것으로 끝난다면 의미있는 교육 활동이 아니다. 교구를 물리적으로만 조작해 보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의 사고를 조작(operation)하는 활동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교구 활동이 끝나면, 자신이 교구를 통해 생각한 것을 다시 이야기해보게 해야 한다. 이런 활동은 자신이 생각한 것을 되짚어 보고 사고하게 한다. 값비싼 교구도, 집에서 쉽게 구하는 빨대나 바둑돌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좋은 교구가 될 수도, 쓸데없는 교구가 될 수도 있다.

무작정 좋고 비싼 교구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맞게 교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봐야 하는 이유다.

/김주창 한백초 교사

※위 창의융합교실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