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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별들의 고향'은 1970년대 문화의 아이콘이며, 초대형 베스트셀러였다. 1972년 9월 5일부터 1973년 9월 9일까지 총 314회 '조선일보'에 절찬리에 연재됐다. 연재 직후 예문관에서 두 권 짜리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기록적인 판매 부수를 보여줬으며, 또 흥행영화로 명성을 날렸다.

'별들의 고향'은 호스티스 소설이자 연애소설이었고,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산업화 시대 대중문화의 총아로서 동시대의 풍속과 세태를 반영하는 풍속소설(novel of manners)이었다. 작품은 비정한 대도시 공간에서 여주인공 '오경아'의 수난과 추락을 그린 멜로 서사다.

경아는 남성들의 욕망의 대상으로 소비되다 버림받고 죽음에 이르는 어이없는 희생자다. 경아의 이 같은 삶은 선택했다기 보다는 선택된 것이며 또 조금은 자초한 것이기도 했다. 경아의 첫 번째 남자 영석에게 그녀는 욕망의 대상이었을 뿐이고, 두 번째 남자 만준에게도 그녀는 전처의 분신이자 대체자에 불과했다.

세 번째 남자 동혁마저 그녀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다룬다. 남주인공 '문오' 역시 경아와 동거하며 삶의 위로를 받고 그녀의 몸을 소유함으로써 미술학도로서의 정체성도 되찾게 되지만, 고작 전화 한 통으로 간단하게 그녀와의 관계를 청산하는 파렴치한 남자들의 대열에 합류한다.

'별들의 고향'은 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작품이 서있는 맥락과 그 이전의 신문연재소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문체의 미학과 도시적 감수성 그리고 동시대 문화의 대변자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고도성장에 기본적인 인권마저 제한되고 유린되는 유례없는 정치적 억압에 처해 있던 당대의 청년들은 청바지·통기타·생맥주·장발 같은 청년문화를 통해서 사회적 울분과 답답함을 해소하고 있었다.

청바지를 입고 통기타를 치며 포크송을 부르고, 생맥주를 마시는 것 같은 하찮고 사소한 행위들이 반문화이자 저항문화의 의미를 띠게 되는 유신시대가 '별들의 고향'의 시대였다.

국가의 폭력이 횡행하고 물질주의가 팽배한 울분과 환멸이 교차하는 시대, 출구를 잃은 대중들과 청춘들은 '별들의 고향'에서 위로를 얻었다. 갈피를 잃은 정치적 무의식의 기형적 표출이며, 사회적 억압에 대한 대중소설적 대응이었던 것이다.

'별들의 고향'은 현대의 거대도시 속에서 겪었던 경아의 수난과 그런 경아의 희생을 토대로 겨우 삶을 추스르고 주체성을 회복하는 남성들의 입사식(initiation)이었고, 영원한 청년작가 최인호(1945~2013)의 문학적 통과의례였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