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사곶해변은 전문용어로 사빈(砂濱)이다. 모래가 평평하고 넓게 퇴적돼 만들어진 곳을 일컫는다. 이곳은 천연비행장으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썰물 때에는 수평에 가까운 평탄한 모래판이 폭 200m, 길이 2㎞ 규모로 펼쳐져 장관이다. 부드러운 모래처럼 보이지만 실은 규조토로 돼 있어 콘크리트 바닥처럼 단단하다. 그래서 한국전쟁 때 UN군의 작전용 비행장으로 활용됐다. 지금도 유사시 군용 항공기 활주로로 사용된다. 사빈을 비행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이탈리아 나폴리해안과 백령도 단 두 곳뿐이며 백령도 사곶사빈은 지난 1997년 말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됐다.
그런데 세계적으로도 그 희소성이 인정되고 있는 백령도 사곶해변이 활주로 기능을 상실했다는 공군의 조사결과는 안타깝다. 공군본부가 실시한 '백령 사곶 천연활주로 환경영향조사' 결과 측정 전 분야에서 '불량' 판정이 내려졌다. 공군은 지난 2012년부터 해마다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활주로 이용 가능 여부를 조사해왔다. 다행스럽게도 그때마다 대체로 양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조사부터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비행기 무게를 버티는 허용지지력은 충분하지만 일부 구간에서 이·착륙 시 비행기의 균형에 영향을 주는 횡단 경사도에 문제가 나타났다. 따라서 올해 조사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사실 백령도 사곶해변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른바 갯벌화 현상을 우려하는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지난 1995년 완공된 인근의 방조제를 의심한다. 옹진군이 간척지와 담수호 조성을 위해 방조제를 축조했는데 이때부터 해수 흐름이 바뀌면서 펄이 사빈에 퇴적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옹진군은 20년 전에 조성한 방조제가 원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지금은 갑론을박할 때가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문화재청 등 관계당국의 정밀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자칫 세계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천연기념물을 또 하나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동안 잘 보전돼 왔던 천연기념물이 당대에 사라진다면 후손들 볼 낯이 없게 된다.
[사설]정밀조사와 보전대책 시급한 백령도 사곶해변
입력 2017-10-1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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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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