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할 때가 됐다"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고 선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국제사회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동의 화약고에 스스로 불을 붙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현지시간) 회견을 통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라고 공식 선언하고, 후속조치로 텔아비브에 있는 주(駐)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의 독특한 성격을 무시하고 '이스라엘 땅'이라고 선언하자,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은 물론 유엔, 유럽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반대에 나섰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진 미국의 외교 정책에서 탈피한 것이어서 후유증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상실을 자초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스라엘만 찬성하는 고립무원의 선택인 셈이다.
당장 유럽의 우방국들도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인정할 수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의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의미 있는 중동평화 절차'를 강조하면서 "이런 노력을 해칠 어떤 행동도 절대 피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중동 지역은 이미 뇌관이 타들어 가는 분위기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라고 경고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슬람 세계에 분노를 불러일으켜 평화의 토대를 폭파하고 새로운 긴장과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동 내 미국의 주요 동맹인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도 "극단주의를 조장하고 대(對)테러전쟁을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긴급 성명을 통해 "예루살렘의 지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곧바로 환영의 뜻을 밝힌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세계가 한목소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셈이다.
이 때문에 중동 문제의 조정자 역할을 자처해온 미국의 입지를 약화하고 오히려 외교적 고립을 낳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무모한 결정이자 역사적으로 큰 외교적 실수"라며 "앞으로 다가올 몇 년간 중동 내 미국의 이익을 크게 해칠 것이며 이 지역의 불안정성을 가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사관 이전 약속이 당장 실현화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방송은 "건설 부지 조사와 시공업체 선정, 공사 등을 하는데 앞으로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결정의 낙진이 가라앉는 동안에 다른 나라들의 반응을 살피는 시간을 버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사관 이전을 지시하면서도, 당장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길 수 없는 만큼 역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6개월 유예' 결정을 했다.
즉, 예루살렘 수도 선언, 미 대사관 이전 지시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과실을 챙기더라도 실제로 당장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