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정책과 장학관 한관흠
한관흠 교육과정정책과 장학관
젊은 시절 농촌의 학교에서 9년을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훌륭한 교사는 대학을 많이 보내는 교사요, 가장 훌륭한 교사는 자신의 실력보다 커트라인이 높은 곳에 합격시키는 교사였다. 특히 그 당시에는 학생의 성적보다 더 높은 대학에 합격을 시키면 마치 내가 유능한 교사라고 생각하여 우쭐했던 생각이 난다.

물론 지금에서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운 모습이다. 제자의 인생을 망치는 줄도 모르고 그저 명문대에만 보내면 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깨닫게 된 것도 그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2017121801001116000053762
시골에서 명문대 갔다고 좋아했던 제자가 5년 후에 다시 전문대 원서를 들고 담임인 나를 찾아왔다.

나는 의아해서 "너 그때 좋은 대학에 가서 부모님께서도 많이 좋아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어떻게 된 거니?"라고 물으니, 제자가 말하길 "그건 제 꿈이 아니라 부모님의 꿈이었습니다. 다녀보니 제 적성과 너무 안 맞아 그만두려 했는데, 부모님께서 그래도 졸업은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셔서 졸업은 했는데… 제 길이 아니어서 다시 시작하려고 왔습니다."

그때처럼 내 자신이 부끄러운 적은 없었다. 나 역시 제자의 꿈을 찾아주지 못하고 부모님의 한풀이 교육에 적극 동참하여 제자의 젊은 인생을 짓밟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농어촌 학부모님들은 시골에서 가난하게 살면서 배우지 못해 맺힌 한(恨)을 자식을 통해 풀어보려는 '한풀이 교육'이 만연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적인 경제대국이자 IT 강국인 대한민국에서도 학부모들의 한풀이 교육은 지금도 대도시를 포함한 전국에서 자행되고 있다.

'경기꿈의대학'은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에서 해결하지 못한 교육을 고등학교와 대학이 연계하여 방과후에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고 교과교육에서 소외된 학생들까지도 포기했던 꿈을 꾸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지역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틀에서 벗어나 방과후에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교과 공부에서 벗어나 자신의 끼를 계발하고 자신의 진로를 찾는 과정으로 대학이 있는 지역은 '대학 방문형', 대학이 없는 곳은 '거점 시설형'으로 운영이 되고 있어 학생들의 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경기꿈의대학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현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야간에 이루어지는 강좌임에도 학생들은 활기가 넘쳤다. 그 이유는 '부모님의 꿈'이 아닌 '자신의 꿈'을 부모님의 경제적인 도움 없이도 배우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실용음악, 스튜어디스, 헤어디자이너, 응급구조, 범죄심리학 등 직업과 연관되는 분야의 강좌가 인기가 높았다.

아직도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의 생각은 꿈의대학 프로그램에서조차 내 자녀들의 꿈이 아닌 교과 관련 심화 강좌를 요구하고 있어 사회 전반적인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고는 자녀를 희생양으로 삼는 학부모 한풀이 교육은 교육현장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생각이 다르고 끼가 다른 학생들이 획일적인 교과교육 제도하에서 기초 또는 흥미가 없다고 졸업할 때까지 수업시간에 엎어져 있었는데, 경기꿈의대학의 수많은 강좌가 학생이 다니는 학교 근처에까지 다가감으로써 포기했던 학생들에게조차 희망을 주었다.

물론 경기꿈의대학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한 줄 세우기 교육문화에서 각인각색(各人各色)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준 것만으로도 학생 중심의 혁신적인 생각이라 확신한다.

또한 대학이 지역사회를 위해 개방하고 협력하여 4차산업혁명을 대비한 미래사회 인재 개발을 위해 함께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한국 교육의 새로운 시도이다.

수도권인 서울 경기 지역에 대부분의 대학이 집중되어 있지만 대학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타 시·도에서도 거점시설형으로 '꿈의대학'을 운영한다면 많은 학생들에게 꿈과 끼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경기꿈의대학 프로그램이 경기도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문화 소외지역 학생들에게도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확산되길 바란다.

/한관흠 교육과정정책과 장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