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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기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자신이 속한 조직의 비리나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부 제보자가 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제보한 사실이 노출될까?'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제보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밤잠을 설칠 것이다. 이 때문에 내부 제보를 받으려는 쪽은 무한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 '제보를 하면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제대로 파헤친다' '제보자는 철저히 보호한다' 정도의 평가는 받아야 제보자는 용기를 낼 수 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 탈세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세관 당국에 핵심 제보가 안 들어온다고 한다. 세관 당국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세관을 못 믿겠다고 한다. 어렵게 제보를 하면 총수 일가에 증거를 인멸하는 시간만 벌어줄 것이라는 말까지 한다. 인천세관에서 개설한 SNS '제보단톡방'에는 이따금 세관을 비아냥거리는 글만 올라오고 있다.

세관 당국과 대한항공 총수 일가가 유착됐다는 의혹은 아직도 해소되지 못했다. 세관 직원이 총수 일가 밀수를 묵인하고 혜택을 받았다는 등 각종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관세청은 내부 감찰을 벌이겠다고 했지만, 그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감찰을 통해 사실로 확인된 것이 있으면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아니라고 알려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하나 명쾌한 것이 없다.

최근 김영문 관세청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관세청 묵인 의혹이 자꾸 강조되다 보니까 (관세청에) 제보를 안 해주고 있다"며 "일단 우리를 믿고 적극적으로 제보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수사하겠다는 관세청장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믿어달라"는 백마디 말보다 신뢰 회복을 위한 행동이 필요한 때다. 세관 당국은 4차례에 걸쳐 총수 일가 자택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벌여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물품이나 자료를 확보했지만, 구체적 밀수 경로를 특정하고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한진그룹 내부 직원의 제보가 필요하다.

세관 당국이 자신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드러내고 환골탈태하길 바란다. 수사에도 '골든타임'이 있다고 한다. 세관 당국이 더는 늦지 않기를 바란다.

/홍현기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h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