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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원 경제부 차장
세상에는 빠른 길 밖에 없는 걸까. 네비게이션을 켜면 빠른 길, 지하철 어플리케이션을 켜도 빠른 시간표가 먼저 나온다. 그래서 조금만 늦어도 화를 낸다고 누군가 말했다.

하지만 그 길을 천천히 가면 미처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고, 가끔은 천천히 가는 길에서 여유와 힐링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사는 듯 싶다. 또 누군가는 진짜 좋은 것은 모르는 듯 아는 듯 천천히 온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빨리 빨리를 외치는 일상에서 느림이라는 것은 때론 죄악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느리다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 말인 즉 지금의 사람들은 과정보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경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 중시하게 되면 결과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도 발생할 수 있다. 남이 다 해놓은 것을 자신의 결과물로 치장하는 일도 비일비재해진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그런 일들 말이다. 현실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빠르게 처리해야 할 일은 빠르게 해야겠지만 굳이 빠르지 않아도 되는 일조차 빠르게 한다면 살아가면서 느껴야할 여유마저 빼앗는 셈이 아닐까.

매일 똑같은 일상을 위해 같은 길을 다니다보면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는 빠른길만 있는 건 아니다. 가끔 여유를 갖고 천천히 가다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주변 모습에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 그건 자신에게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오늘 퇴근길 늘 다니던 길을 천천히 가보자.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지금껏 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느림의 길에서 찾는 여유라는 '힐링'이 될 것이다.

/최규원 경제부 차장 mirz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