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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3일' 양양 죽도해변 72시간.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파도가 좋아 서핑하는 삶을 택한 사람들. 한 여름 이들이 동해에서 선보이는 시원한 서핑의 세계, 파도를 즐기는 젊음의 바다가 우리를 부른다. 

4계절 내내 파도를 찾아 젊음이 모여드는 이곳은 강원도 양양의 죽도해변이다. 65세이상 인구 비율이 37%를 차지하던 초고령 마을이었지만, 입소문이 퍼지며 이제는 '서핑의 성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오늘은 파도 곁에 정착한 사람들의 '강원도 양양의 죽도해변' 72시간을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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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3일' 양양 죽도해변 72시간.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 파도를 찾아 양양으로 모이는 사람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해변의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된 서핑.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의 서핑 인구는 약 20만 명으로 추정되며 해마다 느는 추세다. 특히 서퍼들에게 '서핑의 성지로 불리는 죽도해변은 수심이 낮고 비교적 파도가 센 편이라 서핑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성수기인 여름엔 주말마다 천여 명이 넘는 서퍼가 방문하고 있으며, 지난해 양양을 찾은 서퍼는 6만7천여 명, 올해는 10만 명 이상이 파도를 타러 양양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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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3일' 양양 죽도해변 72시간.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 서핑에 빠진 죽도 토박이

죽도해변은 원주민들과 토착민들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마을 분위기를 자아낸다. 콩깍지를 벗기는 할머니 옆으로 비트 섞인 음악이 흐르고, 이국적인 서핑숍의 건너편에는 고추를 따는 할아버지가 있다. 고령의 인구가 가득했던 마을, 처음부터 서퍼들을 반긴 것은 아녔다. 초반엔 긴 머리, 수염, 문신이 있는 서퍼들에게 반감을 품었던 원주민들. 그들이 지금처럼 어우러질 수 있던 것은 서로의 배려와 노력 덕분이었다.

죽도해변에서 나고 자란 황병권 씨(48)는 조용했던 어촌마을이 서퍼들로 복작거리는 것이 반갑다. 선원으로 일했던 시간을 빼면 죽도해변을 떠난 적이 없는 병권 씨. 조부모가 지냈던 집터에서 서핑숍을 운영 중이다. 죽도해변에서도 알아주는 서퍼인 그는 '씨맨(Seaman)'으로 불려 로컬 서퍼로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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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3일' 양양 죽도해변 72시간.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 서핑 마을을 꾸린 사람들… 파도는 나의 삶
 

주말 서퍼들이 돌아간 뒤 한산해진 해변은 로컬 서퍼들이 독차지한다. 파도가 좋아 직장, 고향을 뒤로하고 양양을 터전 삼아 이주해 온 로컬 서퍼들. 죽도해변을 둘러싼 서핑숍, 카페, 식당 등을 주 수입원으로 삼고, 파도 근처에 살면서 서핑을 즐기겠노라 정착한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서핑이 삶의 전부가 된 사람들.
 

안정적인 삶을 뒤로하고 양양으로 왔지만, 후회는 없다. 오히려 자유로운 이곳 생활에 만족한다. 도시의 치열한 삶에서 벗어나 편안한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 획일화되지 않는 행복, 그 속에서 얻는 즐거움. 모두 파도 곁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파도가 좋은 날은 축제 분위기지만, 파도가 없는 날은 고요하기만 하다. 축 처진 어깨로 바다를 살피는 서퍼들, 이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파도는 얌전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것이 파도의 매력인 셈. 종일 덥다가도 어느 틈엔가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처럼 꼭 맞는 파도가 발아래 다가올 것을 믿는 것, 이들이 파도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은 오늘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김지혜기자 keemjy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