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산단 세일전자 화재 희생자들의 합동 분향소가 가천대 길병원에 마련됐다. 화재 현장에 남은 직원들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에 뛰어든 직원 등 희생자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2일 희생자 유가족과 동료들에 따르면 이 회사 과장으로 근무하던 민모(35)씨는 화재 발생 후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가 다시 불길이 사그라지지 않은 건물 4층으로 들어갔다.

현장에 남은 동료들을 구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씨는 대피 전에도 직접 동료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결국 전산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민씨는 5살 딸과 6개월 된 아들을 둔 가장이었다. 가족들은 그가 누구보다 성실했다고 말했다. 10여년 전, 고향인 강원도를 떠나 세일전자를 첫 직장으로 택한 그는 꾸준히 일하면서 3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과장으로 승진했다.

민씨의 유족은 "평소에도 남들을 잘 챙기는 성격이었고, 무엇보다 착하고 성실했다"며 "아직도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4층에서 작업 중이던 김모(51·여)씨 역시 탈출 도중 동료를 구하기 위해 다시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김씨는 불길을 피해 4층 난간에 매달려 있던 중 떨어져 숨졌다.

협력업체 직원 신모(25·여)씨는 입사 4개월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고등학교 중퇴 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씨는 지난 4월경부터 세일전자 협력업체 소속으로 이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신씨는 자립심이 강해 부모님께 의지하는 것을 싫어하던 딸이었다고 가족들은 말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교육한 탓인지 집에 10원도 요구하지 않은 착한 딸이었다"며 "무사했다면 가족들이 걱정할까 먼저 연락을 했을 텐데, 그런 연락이 없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 딸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흐느껴 울었다.

세일전자 측은 이날 오전 길병원을 방문해 유족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직원들을 남긴 채 경영진만 먼저 현장을 떠났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또 이들은 ▲유족 포함한 관계 기관 대책조사반 구성 ▲소방 구조 과정 등 구체적 사건 경위 공개 ▲관공서 주재 브리핑 등을 사측과 인천시에 요구했다. 한편 길병원은 합동분향소 운영 지원팀을 구성하는 등 희생자 유가족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