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로잉책 펴내면서 독립서점 운영 결심
전문 미술서적 빼곤 다양한 그림책 채워
스크랩북 만들기·회화수업·전시등 활동

20대 후반 퇴사를 하고 처음 떠난 여행은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뒤늦게 여행 다니는 일에 빠지면서 정처없이 훌쩍 떠나는 일이 잦아졌다.
여행을 하며 문득 이 순간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그림을 배웠다. 남미, 유럽,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눈에 담았던 여행지의 모든 것을 그림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빠르게 둘러보는 여행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며 천천히 즐기는 여행은 색다른 매력이었다.
황은정 대표가 운영하는 광명의 독립서점 1호 '북앤드로잉'은 여행드로잉에서 시작한 공간이다. 외진 골목, 작은 공간 안 벽면 가득 나열된 그림책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4개월 동안 여행지에서 그린 그림이 50장 정도가 됐어요. 뭘 해봐야지 하고 그린 건 아닌데, 생각보다 많은 양이었죠. 이 그림들로 책을 내고 싶어서 독립출판 강좌를 진행하는 독립서점을 찾아다녔고, 2016년 여행드로잉 책을 펴냈어요.
책을 내고 나면서 독립출판물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참에 올해 1월 초 '독립서점을 열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고 바로 계약을 했어요.
많은 고민을 하지 않고 결정했죠. 마음이 끌리는 일이니까. 첫 생각 이후 3개월 뒤 '그림 그리는 책방'을 콘셉트로 북앤드로잉을 열었죠."
황 대표의 공간에는 전문 미술 서적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독립서적으로 채워졌다. 이중 그림을 좋아하는 황 대표의 취향에 맞춰 진열대에 놓인 책의 3분의 2가 그림책이다. 많은 책이 진열돼 있지 않지만, 이 공간의 이미지는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독립서점은 책방 주인의 취향을 잘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진열대에 자리 잡은 책들 대부분이 그림책인 거죠. 그렇다고 손님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는 건 아니에요.
요청하는 독립서적이 있으면 들여오기도 해요. 또, 이 공간에 여행드로잉 큐레이션(책을 선정하고 진열하는 일)도 잘하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니까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지하공간에서는 다양한 문화활동도 진행한다. 여행드로잉, 여행스크랩북 만들기 등 여행에 관련된 수업부터 책 만들기, 전시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여행드로잉 수업의 경우 소그룹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따로 강사를 두지 않고 제가 알고 있는 여행드로잉 관련 기초를 수강생에게 알려주는 수업이죠.
여행드로잉에 입문하는 분들을 위한 수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전시의 경우 서점에 책이 입고된 작가님을 대상으로 합니다. 전시에서는 여행드로잉뿐만 아니라 일러스트, 작가 노트 등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어요."

북앤드로잉은 광명에 자리잡은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독특한 콘셉트와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으로 찾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황 대표가 꿈꾸는 앞으로의 책방은 어떤 모습일까.
"처음에는 서점 운영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정착했다고 생각해요. 혼자서 많은 일을 하다 보니 사람들과의 소통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게 아쉬워요.
앞으로는 서점을 찾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임을 많이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 공간을 오래 운영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거예요."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