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 따돌리며 승패 흐름에 영향
블로킹·2단 토스 연결 능력 필요
신영석, 교본이라 불릴만한 선수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수원 한국전력과 인천 대한항공 경기는 승부를 떠나 배구를 보는 묘미를 가르쳐 줄 수 있는 경기였다.
1위와 최하위, 외국인선수가 있는 팀과 없는 팀간의 경기였기에 배구팬들은 경기 전 이미 승부를 예측했을거다.
한전과 대한항공의 경기를 보며 외국인선수의 유무를 떠나 블로커들의 활약이 승패에 주는 영향을 느껴 볼 수 있는 경기였다.
물론 외국인선수 가스파리니와 정지석 듀오의 활약이 눈에 띄었지만 한전이 추격의 실마리를 붙들고 따라 올때 블로커들이 공격을 차단한 것이 승패의 흐름에 영향을 줬다.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1위를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될 역할, 바로 센터들이다.
대한항공은 KOVO에 5명의 선수를 센터로 등록했다. 대한항공은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선수들이 센터 포지션에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베테랑 센터 진상헌을 비롯해 김규민과 진성태, 조재영 등 4명이 상대 팀에 따라 투입된다. 4명의 센터가 순환해서 들어갈 수 있다는 건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도 좋다.
진상헌이라는 베테랑 센터를 중심으로 김규민과 진성태, 조재영 등 젊은 선수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V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팀워크라는 생각이 든다.
센터를 이야기하면서 빼 놓지 말아야할 선수가 있다. 바로 천안 현대캐피탈의 신영석이다. 신영석은 센터의 교본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선수다. 센터가 첫번째로 갖춰야 할 부분은 블로킹이다. 센터는 공격 가담을 한 경기에 10여개에 불과하지만 중간에서 자잘한 볼을 잘 연결해 줘야 한다.
특히 2단 토스를 잘해줘야하는데 신영석은 나무랄데 없이 잘한다. 속공 가담 능력도 중요하다. 속공 가담이라고 해서 꼭 볼을 때리는 것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속아서 함께 점프를 뛸 수 있도록 페이크를 해서 다른 선수가 득점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하는 것도 센터다. 현대캐피탈은 이런 걸출한 신영석 외에 블로킹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재휘까지 보유하고 있다.
중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경기지역 팀들은 1%가 부족하다. 의정부 KB손해보험에는 이선규라는 걸출한 센터를 비롯해 하현용, 김홍정, 김형우까지 다양한 색깔의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이선규는 블로커로서는 밀리지 않는 기량을 갖고 있지만 전성기가 지나가고 있다.
하현용도 마찬가지로 베테랑 대열에 들어서 있기에 시즌 후반으로 가면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두 선수가 힘들때 체력 안배 차원에서 코트에 서줘야 하는 선수는 김홍정과 전진용이다. 센터는 신장이 198cm 이상일때 좋은 신체 조건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김홍정은 이런 배구계의 일반적인 통념에는 조금 못 미치는 신장을 갖고 있지만 전진용은 203cm로 좋은 신체 조건의 센터다.
신장을 떠나 두 선수가 이선규와 하현용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정도로 기량을 갖추게 될때 KB손보는 타팀 공격수들이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안산 OK저축은행에는 손주형이라는 프로 2년차 선수가 있다. 204cm의 신장을 자랑하는 손주형은 프로 데뷔 2년차에 불과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로 평가 받는다.
손주형을 대형 센터감으로 평가하는 건 신장 외에도 배구를 읽는 눈이 좋기 때문이다. 신장에 비해 체격이 왜소한데, 프로에 온만큼 소속팀에서 2~3년간 체계적으로 육성한다면 한국 대표 센터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구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