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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진선규·정진영·이정재·박정민·이재인.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검은사제들' 선보인 장재현 감독 신작
선과 악 메시지 집중 불교 세계관 바탕
세가지 이야기 전개 지루한 설명 아쉽지만
이정재·박정민 이어 신인 이재인 열연 눈길

■감독 : 장재현

■출연 :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개봉일 : 2월 20일

■미스터리, 스릴러 /15세 이상 관람가 /1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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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구마사제를 소재로한 '검은사제들'로 한국형 오컬트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장재현 감독이 4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이번 영화 역시 전작 '검은사제들'처럼 종교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불교와 신흥 종교의 조합은 꽤 신선하다. 서사와 연출도 탄탄하다.

서사가 캐릭터를 이끌어가는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이고, 극 전반적으로 깔린 섬뜩한 분위기는 공포감을 조성한다.

다만, 영화는 전작을 뛰어넘는 강렬한 오컬트(초자연적 현상) 물을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실망감을 안길수도 있다. 종교 세계관에 오컬트적 요소를 녹여낸 영화는 선과 악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장 감독의 신작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종교문제연구소 박목사가 정비공 나한과 쌍둥이 동생 금화를 마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선과 악의 구분이 없는 불교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세 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신흥 종교 사슴동산을 쫓는 박목사와 영월 용의자 살인사건과 관련된 정나한, 귀신도 인간도 아닌 쌍둥이 언니 '그것'과 동생 금화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이들의 이야기가 사슴동산을 통해 하나의 서사가 되는 과정에서 감독의 신선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이렇게 흩어진 퍼즐 조각이 맞춰지면 감독이 관객에게 전달했던 신의 존재와 믿음, 선과 악에 대한 메시지가 드러난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부로 들어갈수록 아쉬움을 안긴다. 감독은 낯선 종교 세계관에 대한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는데, 종교가 없는 관객에게는 내용이 어렵고, 지루하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관객의 시선을 끄는데 성공할 수 있었던 점은 튀지 않는 배우들의 고른 열연덕이다. 오랜만에 현대물로 돌아온 이정재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다 의문의 사건들을 마주하는 박목사 역을 맡았다.

가짜를 추적하다 점점 큰 혼란에 빠져 그 안에서 진짜를 찾고자 하는 복합적인 감정선을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표현했다. 미스터리한 정비공 정나한 역을 맡은 박정민은 정체를 짐작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그려냈다.

무표정한 얼굴과 낮은 음성으로 담담한 연기를 펼쳐나가는 그의 모습은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극한직업'을 통해 천만 배우 대열에 들어선 진선규는 해안스님 역을 맡아 제 몫을 해낸다.

특히 이 영화 속 최대의 발견은 신인 배우 이재인이다. 16년 전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 언니 '그것'과 동생 금화 역을 맡은 그는 섬세한 표정과 눈빛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공식도 잊지 않고 지켜나간다. 시작부터 끝까지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를 조성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공포감과 긴장감을 조성한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