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두고도 못쓰게 된 시설들-올해 우레탄 트랙 유해성 검사에서 강화된 안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경기지역 일부 학교들이 친환경 운동장 교체와 기존 시설 보강 등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사진은 프탈레이트가 검출된 수원 A고등학교 트랙과 농구장, B중학교 우레탄 농구장, C고등학교 풋살장(왼쪽부터).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우레탄 트랙 파문' 후 더 깐깐해져
기존검사 통과한 곳도 문턱 못넘어
친환경 교체냐 기존시설 보강이냐
학교 고심속 '학생들 큰 피해' 비난


지난 2016년 '우레탄 트랙 파문'을 넘어섰던 경기지역 학교들이 올해에는 2017년 강화된 검사 기준 적용으로 유해물질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당장 시설 교체가 불가피한 학교들은 친환경 운동장으로 교체할 것인지, 기존 시설을 보강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학생들의 건강권을 위한다는 정책이지만 정교하지 못한 정책으로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8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안전 검사를 받은 지 3년이 지난 우레탄 트랙(탄성포장재) 293곳과 인조잔디 288개소에 대한 유해성 검사가 진행 중이다.

검사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시설은 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친환경 운동장(마사토 혹은 천연 잔디)으로 교체하거나 자체 비용을 들여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2016년 당시 도교육청과 교육부는 우레탄 트랙의 중금속 검출 문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전수 조사를 통해 당시 문제가 됐던 시설에 대한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당시보다 안전 기준이 강화돼 기존 검사에서 문제가 없었던 학교들도 유해성 검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국가기술표준원은 유해성 기준 대상을 납, 카드뮴, 6가크롬, 수은 등 4가지에서 비소·아연 등 중금속 15가지와 플라스틱을 연하게 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수원의 A고등학교는 지난 2016년 4월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지만, 강화된 기준에 따라 농구장과 트랙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성분(기준치 0.1%)이 각각 4.62%와 2.37%가 나와 불합격 처분됐다.

B중학교 운동장 트랙도 2016년 7월 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이번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성분이 0.8%로 기준치를 초과했다.

광주 C고등학교와 하남 D중학교 등도 트랙과 농구장 등에서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검출돼 이용이 전면 중단됐다.

당장 각급 학교들은 고민에 빠졌다. 기준을 충족하는 트랙으로 교체할 경우 자체 예산을 활용해야 하는 데다 검사 기준이 다시 강화되면 또 시설 교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마사토 운동장으로 변경할 경우 기존 시설 철거 작업 비용 부담과 먼지 발생을 우려하는 학부모 설득도 고민이다.

학교 관계자는 "유해성 검사를 통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운동장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고충을 토로했고, D중학교 학생은 "농구장에서 농구를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친환경 운동장 조성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