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거친 '호매실' 119 안전센터
일부 금곡동 주민 '변경' 움직임
"지하철역 이름 사수" 신경전도
건설사는 아파트명 각별한 신경
"주민간 반목 경계해야" 목소리
새로 지어지는 공공시설물 등의 명칭을 놓고 지역주민 간 이른바 '명칭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 내 인프라 확충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았던 주민들이 명칭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서로 신경전을 벌이며 민-민 갈등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수원소방서는 지난 3월 1일부터 25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호매실지구(권선구 금곡동 일원)에 내년 4~5월께 준공 예정인 '금호(가칭) 119 안전센터' 명칭 선정을 위한 주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총 765명 중 가장 많은 266명(34.7%)이 투표한 '호매실 119 안전센터'가 정식 명칭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결과 발표 이후 '금곡 119 안전센터'를 지지했던 일부 금곡동 주민들을 중심으로 명칭 변경을 논의하기 위해 수원소방서를 직접 방문하는 등의 움직임이 일었다.
이에 호매실 주민들도 경기도·수원시 등 지자체에 '명칭 고수' 민원을 제기하면서 주민 간 분란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24일까지 수원시가 관내를 통과하는 수인선(수원~인천) 2개 역사(고색·오목천동) 명칭을 공모하자 역사명에 대학 이름을 넣길 희망하는 수원여대는 '오목천역(수원여대)'을 홍보하는 현수막을 붙이는가 하면, 오목천동 거주민들은 "'오목천역'의 이름을 지켜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맞불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안산시도 지난해 개통한 서해선(부천 소사~안산 원시) '원곡역'의 이름을 변경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최근 진행했다. 원곡역의 행정구역상 소재지는 '원시동'인 반면, 역사명은 원곡동을 연상시키는 '원곡'으로 정해져 인근 사업체와 원주민들로부터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민원이 잦았던 탓이다.
지리적 접근성을 이용해 행정구역을 넘나드는 '아파트 이름'도 지역주민 간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7천800여 세대 규모로 조성 중인 고양시 '향동공동주택지구' 내 아파트 건설사들은 아파트 명칭에 '디지털미디어시티(DMC)'를 추가하는 추세다.
서울과 가깝다는 이점을 살려 '서울 프리미엄'을 누리겠다는 취지다. 용인시 상현동 소재 일부 아파트들이 잇따라 상호 앞에 '광교'를 덧붙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재산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보니 주민들이 시설 '명칭'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선의의 경쟁은 좋지만, 주민 간 반목으로 이어지는 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우리 지역명 넣자" 공공시설 명칭전쟁
입력 2019-05-0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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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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