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북한 병사가 3중 철책선을 넘어 GOP(일반전방소초) 내무반 문을 직접 두드린 이른바 '노크 귀순'이 큰 충격을 주었다. 우리 군은 북한 병사가 문앞에 올 때까지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더욱이 그날은 강원도 강릉 앞바다에 북한 잠수정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는 신고에 따라 군이 경계 태세를 강화한 날이기도 했다. 무능하고 못 믿을 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아지자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사과를 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또 발생했다. 15일 북한 어선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삼척 항으로 들어와 부두 방파제에 정박한 것이다. 이들을 처음 발견한 이도 해안경계 근무를 하는 군이나 해경이 아니라 민간인이었다. 귀순이 목적이던 이들은 야간에 해안으로 진입할 경우 군의 대응 사격을 우려해 해상에서 엔진을 끄고 날이 밝길 기다렸다고 한다. '대기 귀순'을 한 것이다. 스스로 부두에 내린 이들은 탈북한 친척에게 연락을 시도하기 위해 인근 주민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고 했다. 이 정도면 완전 코미디와 다름없다.

경계에 실패한 합동참모본부의 답변은 더 가관이다. 해안 감시레이더에 어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희미하게 포착됐지만, 감시 요원들은 파도가 일으킨 반사파로 인식해 조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안 감시레이더 성능개량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운용할 요원을 확충하겠다고 답했다. 소홀했던 경계태세보다 장비 탓으로 돌린 것이다. 이번 사건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그것도 130㎞ 남쪽 삼척 항까지 무인지경 뚫렸다는 점에서 '노크 귀순' 때보다 더 심각하다. 그런데도 군은 처음에 이런 내용을 감추고 북한 어선도 신속하게 폐기했다. 이것이 현재 우리 군의 현실이다.

이같은 한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은 우리 군의 기강해이 때문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느슨해진 군 기강의 문제는 장교나 사병 가릴 것 없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장교는 사병들이 인터넷에 자신을 비방할까 노심초사하고, 사병들은 스마트폰으로 군 시설을 찍어 외부로 스스럼없이 보낸다. 이제 '군인다움'이란 말은 박물관에서 찾아야 할 판이다. 2012년 '노크 귀순'으로 육군 장성 5명과 영관 9명 등 모두 14명의 군 간부가 보직 해임과 징계위 회부 등 중징계를 당했다. 이번 사건도 그때와 준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작전지휘 통제라인 전원을 통째 도려내는 초강도 문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