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발생건수 모든 범죄 중 1위
OECD국가 중 관련범죄율도 최고
권력과 이익 취하기 위한 '거짓말'
교양있는 시민도 진위 파악 어려워
신뢰 상실하고 밑으로부터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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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영국의 총리 디즈레일리는 "세상에는 3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말했다. 거짓말, 지독한(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한다. 선의의 거짓말이나 위선적 거짓말은 사회적으로 권장되지는 않지만 스스로의 편익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용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취하기 위한 지독한 거짓말은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켜 사회적 행위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나아가 온 사회를 타락하게 한다는 점에서 묵과하기 어렵다. 더구나 "하나의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기 위해서는 항상 일곱 가지 거짓말을 필요로 한다(마르틴 루터)." 여기에 불공정한 언론과 정치편향적인 조사기관,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이 만드는 통계까지 더해진다면 그 사회의 성원들은 정의/부정의, 삶의 목표, 후세대의 교육 등 일상적인 삶에서 아노미 상태에 이른다.

예부터 우리 사회의 '중요한 타자'들은 "착하지. 거짓말은 하지 마라"며 아이들을 격려하곤 했다. 이렇게 자리 잡은 사회적 규범은 경제적 저발전과 빈곤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이웃, 나아가 사회를 신뢰하는 기반이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거짓말이 많아졌다. 대검찰청의 '2018년 범죄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사기발생건수가 모든 범죄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세계보건기구의 2013년 발표한 '범죄유형별 국가 순위'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37개 회원국 중 사기범죄율 1위를 기록했다. 무고사건 역시 2015년을 고비로 연 1만건을 넘어섰고, 김영란법과 맞물리면서 급속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본의 한 경제잡지에는 한국에서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 수가 일본의 66배, 인구 대비로는 165배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최근 이른바 조국사태에서 우리들은 한 번의 거짓말을 정당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만들어내는지, 한 사람의 거짓말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추가적 거짓말을 필요로 하는지 직접 체험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기자간담회와 국회청문회에서 자신을 향한 의혹에 대해 '모른다'거나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었다. 블라인드펀드, 펀드의 실제 소유자, 자녀 입학 관련 논란 등은 위법 여부를 떠나 곧바로 확인된 거짓말들이다. 법무장관과 그 가족들의 거짓말은 더 많은 거짓말을 만들어냈다. 국무총리의 압수수색 언급은 그가 중요한 정보로부터 차단당해 있거나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여당대표는 조국관련 보도건수 언급이나 검찰의 결론 없는 먼지떨이 수사 등의 근거 없는 거짓말로 검찰을 압박하거나 국민들을 현혹시켰다. 조국 전 장관의 강력한 지원자인 유시민씨의 '증거보전'논란이나 김어준씨의 SAT점수 혹은 논문제출논란 등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곧바로 확인될 거짓말로 자기 대중을 포획하는 사례들이었다. 조국씨가 장관직을 사퇴한 이후에도 그들의 거짓말은 스스로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다.

같은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만을 위한 개별 대통령기록관 예산을 본인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의결해놓고도 언론이 문제 삼자 "지시도 원치도 않은 일이라 격노했다"고 청와대 브리핑은 전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산하 교통공사의 고용세습과 채용비리가 감사원 감사로 확인되자 "채용비리는 사실이 아니었다"고 대담한 거짓말을 하면서 거꾸로 언론을 비난하기도 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처럼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쉽게 화를 내는 모양이다. 스스로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타인을 공격하거나 비난하기도 한다.

교양있는 시민이라 하더라도 타인의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 쉽게 간파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얼마 동안 속일 수는 있고, 또 몇 사람을 늘 속일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을 늘 속일 수는 없다고 링컨은 말한다. 또한 그 거짓말은 스스로에게 자살행위일 뿐 아니라 건전한 인간사회에 대해 칼을 꽂는 행위라고 에머슨은 일갈한다. 거짓말이 횡행하고 거짓 선동이 이뤄지는 동안 우리 사회는 인간 상호 간의 신뢰를 상실하고 밑으로부터 붕괴하고 있다. 심지어 그 거짓말을 지켜내거나 반박하기 위해 대중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전혀 무관한 정치적 명분을 제시하지만 사실은 그 거짓말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 거짓말에 정치적 경제적 명운을 건 세력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 사회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셈이다. 젊은이들이 말하는 '헬조선'은 그러한 거짓말이 세운 사상누각일지도 모른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