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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정치부 차장
"주황색 가로채기" "우리는 오렌지색, 조금 더 비비드하다"

4·15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난주, 여의도 정가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일 중 하나는 때아닌 '색깔론'이었다.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끄는 국민당(현재는 국민의당)이 당의 상징색을 주황색으로 정했는데, 이를 수년간 사용해오던 민중당에서 색이 겹친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민중당은 공개적으로 국민의당을 비난하며 포기를 종용했지만, 국민의당은 "색에는 소유권이 없다. 색도 조금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주황색은 3년 전에도 '색깔론'의 중심에 있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당색인 파란색을 앞세운 경선 후보들 틈새에서 지금은 경기도지사가 된 이재명 성남시장이 주황색 어깨띠를 두른 채 선 것이다. 주황색이 민중당의 전신인 민중연합당의 상징색이었기에 이 지사가 해당 정당과 손을 잡았다는 억측마저 제기됐다.

'색깔론'에 이 지사 측은 2004년 우크라이나에서 대선 부정선거를 시민들이 바로 잡은 '오렌지 혁명'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렌지 혁명처럼 해묵은 권위주의와 적폐를 시민의 힘으로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주황색에 담은 것"이라는 게 당시 이 지사 측 설명이었다.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여의도 정가가 한층 복잡다단해졌다. 색깔 논쟁에도 불구하고 주황색을 앞세운 국민의당은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고 빨강(자유한국당)은 밀레니얼핑크(미래통합당)로 재탄생한다. 녹색(옛 국민의당)과 하늘색(바른정당)을 더해 탄생한 민트색(바른미래당)은 총선을 앞두고 연두색(민주평화당)·진녹색(대안신당)과 하나 되는 모습이다.

정작 유권자들의 마음은 어느 색에도 기울어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 비율이 가장 높다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총선이 그들만의 색깔 다툼을 넘어 시민의 힘으로 낡은 것을 바꾸는 오렌지 혁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전망은 아직 회색이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