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들녘 내 고향이 미군기지로…
15년 전 평택 미군기지 이전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이주민들에게 현재까지도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아픔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황경회 미군기지 주변지역 이주민 비상대책위원장이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변한 자신의 고향을 바라보고 있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여명의 황새울작전' 강행 아픔
고향땅엔 캠프 험프리스 들어서
30%가 적절한 보상도 없이 사망
정부 약속 상업용지 분양도 깜깜

2006년 5월 4일 오전 4시. '평택 대추리 사태'의 근원지인 팽성읍 대추리 일대에선 국방부와 경찰의 작전명 '여명의 황새울작전'이 강행됐다.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K-6)를 이전하기 위한 행정대집행이었다.

앞서 노무현 정부는 용산미군기지를 서울 외곽으로 이전, 국가안보와 지역발전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미명 아래 미군재배치사업을 추진했다.

2004년 12월 국회 본회의 통과로 탄력을 받은 국방부는 팽성읍의 옛 K-6 기지 부근 942만1천500㎡, 서탄면의 K-55 오산비행장 부근 211만5천700㎡를 미군에 제공하려고 토지매수, 수용 절차를 진행했다.

이에 2005년 5월부터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와 대학생, 시민들 1만여명이 캠프 험프리스 예정부지 인근과 평택역 등지에서 경찰과 극렬하게 대치했다.

삶의 터전을 빼앗긴 채 쫓겨날 처지에 놓인 농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투였다.

그러나 군경의 '여명의 황새울 작전'은 강행됐다. 경찰 100여개 중대, 1만여명의 경력을 투입해 철조망을 쳤고, 원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대학생을 강제 진압했다. 농민 1천여명이 고향에서 쫓겨났고, 시민사회단체 및 대학생 일부는 감옥행 신세가 됐다.

대대손손 이어오며 연간 1천억원대의 쌀 소출이 나오던 광활한 곡창지대는 15년이 지난 2020년 5월 현재 미군들의 땅이 됐다.

캠프 험프리스는 세계 최대 미군 주둔지로 여의도 면적의 5배인 1천467만7천여㎡에 달한다.

정부는 당시 미군기지 이전 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협의매수하는 한편 협의매수가 되지 않은 396만6천900여㎡는 강제수용하겠다며 법원에 공탁금을 걸었다.

이후 15년이 지난 현재 이들 중 30%에 달하는 원주민은 적절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나머지는 생계대책도 없이 쫓겨나 힘든 노년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26.4㎡의 상업용지 분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해주민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평택지역에서 추진하는 택지개발지구 내 상업용지를 공급받아야 하지만 기약이 없다.

황경회(59) 미군기지 주변지역 이주민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미군을 위해 주민들의 삶을 빼앗아 갔다"며 "현재까지 보상도 없다. '면서기'도 이런 식으로 약속을 뒤집지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김종호·김영래·손성배기자 yr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