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보안성 갖춘 방역체계 필요
비대면 소비 영향 창고수요 늘것
재택근무 등 자립적 환경 갖춰야

2020062401001161400057552




20200422_2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세계화라는 단어로 대변됐던 지구 공동체는 유례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개발되겠지만, 이후 또 다른 바이러스의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러한 급작스런 변화에 따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및 온라인화된 세계는 이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비대면(Untact) 사회는 도시 개발 등 모든 분야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승우(사진) 인천도시공사 사장은 "코로나19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시작될 것"이라며 "변화를 넘어 되돌아오지 못하는 새로운 진화된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사장은 도시 개발 전문가다. 그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도시 개발 방향'에 관해 물었다.

이승우 사장은 "세계의 모든 인구 과반수가 도시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화율은 90% 가까이 된다"며 "도시는 모든 시스템과 기술이 융복합된 공간으로, 인류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근대 도시 개발은 산업단지, 주택단지, 신시가지, 신도시, 대단위 복합도시 등으로 발전했다. 2000년대 초반, 시민들이 온라인·오프라인을 통해 장애 없이 도시 시설과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도시(U-City)' 구축이 시도됐다. 이를 위해 많은 기술과 소프트웨어 개발이 활발히 이뤄졌다.

이후 4차 산업혁명이 이슈화되면서 IoT, AI 등이 사회 전반에 접목되고 있다는 게 이승우 사장의 설명이다. 유시티 기술이 도시 콘셉트에 맞춰 스마트폰 등 온라인과 결합하면서 '스마트 도시'로 발전했고, 유시티보다 구체적인 시스템으로 표현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다.

그는 "촘촘한 인터넷망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도시의 모든 토지와 건물 등 시설 정보들이 디지털화되도록 계획해야 한다"고 했다.

또 "도시를 설계할 때 반복적으로 출현할 수 있는 비대면 사회를 고려해야 한다"며 "익명성과 보안성을 갖춘 방역 시스템 구축 등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친환경 안전 도시로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도시를 설계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그는 비대면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유통센터와 물류 창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또 첨단 기술을 활용해 재택근무와 공공시설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공원·녹지를 연결하는 스마트팜 조성과 신재생에너지 생산 등 자립적 생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등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넓은 주거 공간을 선호하는 사람이 증가할 수 있지만, 출산율 저하 등에 따른 소형 주택 수요는 여전히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소형 주택 중심의 단지와 워라밸(일·생활 균형)을 추구하는 세대들의 독립적 창업 공간 등 일자리와 생활 문화를 위한 창조적인 단지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사장은 "정부는 2000년대 초반 난개발을 막기 위해 '선계획, 후개발'이라는 도시 개발의 원칙을 발표했다"며 "안전성, 익명성, 보안성, 자립성을 갖춘 도시를 계획해 어떤 상황에서도 시민들의 행복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목동훈기자 mo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