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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얼마 전 의왕시내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과 외부 관리업체 직원과의 마찰을 다룬 기사를 썼다.

4년째 일하고 있는 직원에게 입주민대표들 중 회장이 업무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시말서 제출을 요구했다.

직원이 이를 거부하자 본사에 그의 해임을 요구했다.

대다수 입주민 대표들이 이를 만류하고 오히려 회장의 해임을 의결했다.

그러자 회장은 직원에게 개별 업무일지 작성을 지시하고 한 달 치 월급 중 수당을 제하고 지급했다.

이후의 사정을 들어보니 회장은 직원의 약 4년치 급여지급 근거자료를 모두 수집해 검토 중이라고 한다.

기사를 읽은 분들 중에는 '기사에 나온 그 아파트가 혹시 내가 사는 아파트가 아니냐'고 묻는 이가 있었다. 혹은 본인이 사는 아파트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며 몇몇 일화를 들려준 이도 있었다.

괴롭힘과 갑질에 관한, 익숙한 스토리였다. 그날 유독 그런 이야기가 자주 눈에 띄거나 귀에 들렸다.

신체적·정신적 폭행을 당해 몸이 상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렸다는 안타까운 소식은 이따금 뉴스에 실린다.

그러나 폭행까지는 아니더라도, 해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절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파트 내 근로자들에게 위협, 급여삭감, 모욕은 만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만연했기에 출구를 찾지 못하고 극단으로 내몰렸던 몇몇 사례만을 우리는 이따금 듣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엊그제 다시 만난 그 직원은 수당을 받지 못한 데 대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다고 알렸다. 퇴사하라는 꾸준한 압박에도 잘 버티고 있다.

그는 계약기간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아무래도 두 달 후에는 일을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나 버티는 것은 여러 입주민 대표들의 지지와 응원 덕분이라고 했다. 나에게도 고맙다고 했다. 그 날은 조금 씁쓸한 하루가 됐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z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