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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수 전략인재연구원장·교수
수년 전부터 대학가에 전해오는 속설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거라는 것이다. 이는 학령인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수도권 인구집중이 심각한 '지방소멸 위기'에 우려 섞인 목소리다. 정부와 지자체는 자구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아직 별무소용인 것 같다. 여기에다 저출산·고령화 등은 지역경제를 더 위축시키고 심지어 정주기반마저 흔들려 지방소멸이라는 큰 파고에 새로운 정부의 더 나은 대응책이 시급하다.

국가는 1970년대부터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국정의 주요과제로 선정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2003년에는 국가 주요 어젠다로 설정된 이후 수도권의 규제가 지방과 국가의 경쟁력을 더 약화시킨다는 반론도 있었지만, 국토의 효율과 균형을 십분 고려하여 중앙과 지방이 함께 상생적 발전을 우선시하는 분산과 통합이라는 정책을 수행하면서 수십 년간 주요 정책과제이자 의제로 시행해 오고 있다. 올 초 국토연구원 보고에 의하면 인구변화의 데드 크로스(Dead Cross), 출생자에 비해 사망자 수가 역전하는 추세가 가파르다. 이는 결혼을 해도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다는 데에 더 큰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다. 지자체 마다 출산장려정책 등 여러 제도를 마련하고 캠페인을 하고는 있지만, 결과는 저조하다. 더 나은 출산장려책의 일환으로 장차 신혼부부가 될 MZ세대형 맞춤제도라도 제안해야 할 것 같다. 지방소멸 위기는 이웃 일본에서도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주요도시에서는 저출산과 갑작스런 인구 이동에 도시 쏠림화로, 지방은 과소지역화와 무거주화로 '지방소멸 현상'이 심해지는 등 우리와 유사한 당면 과제를 안게 됐다. 국가에서는 지역균형발전 추진과 살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전국 89군데를 '인구 감소지역'으로 지정하고 연간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2022~2031)을 투입, 국가균형발전을 기하려는 데에 상당한 관심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익 추구하려는 기업과는 달라
이제는 국가 경제성장 상징으로
쇳물은 무한 창조성의 근원이다


윤석열 당선인도 이 문제와 관련 인수위에 TF를 설치하는 것 같다. 글로벌 기업 포스코가 지역이 아닌 서울에 지주사와 연구원을 설립하려는 데에 여러 의견이 있었다. 다행스럽게 지주사 설립 등은 지역으로 회귀를 합의했지만, 이는 '탈(脫) 지역화'라는 국가균형발전을 역행시키거나 지방소멸을 부추길 수도 있어 심히 우려스러웠다. 포스코는 1968년 국영기업인 제철회사를 설립한 이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기꺼이 한 부분도 많다. 수도권에 지주사 설립과 본사를 이전하려던 계획과 관련 애초 공장부지에 천혜의 명사십리와 금쪽 같은 문전옥답을 수용당한 실향민, 그간 환경훼손과 공해 등 어려움에 무던히도 견뎌준 지역민들께 요식이 아닌 진정성으로 충분히 이해시켰어야 했다. 글로벌 기업답지 않게 일방적인 의사결정으로 이율배반적 '격식'만을 취했다면 격에 맞지 않다.

포스코는 민영화됐지만 설립 취지에서 사익을 추구하려는 일반기업과는 분명히 다르다. 청암(靑巖) 고(故) 박태준 회장의 용광로보다 더 뜨거운 지역사랑과 우향우(右向右) 정신, 허허벌판에서 철강회사를 일궈낸 '롬멜 하우스'의 신화와 제철보국의 집념, 산업혁명과 경제발전의 선봉장 역할 등은 세계사적 철강국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만의 하나 글로벌화에 지역의 한계성을 고려했다면 미국의 시애틀과 피츠버그에서 그 대안을 찾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포항시의 제반 인프라와 거의 비슷하면서도 어려움을 극복한 도시, 보잉사가 보잉 버스트(Boeing Bust)로 최악의 경영위기를 딛고 일어선 살기 좋은 도시 '시애틀'과 유에스 스틸(US Steel) 철의 왕국서 철강산업의 퇴조와 러스트 벨트(Rust Belt)라는 오명을 썼다가 1980년대 유에스엑스(USX)라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첨단도시화로 탈바꿈해 다양성과 포용성으로 활기를 되찾은 '피츠버그'의 범례야말로 타산지석의 사례다.

수십년 희생 감내 지역민들에게
퍼펙트 스톰으로 변질 안됐으면


포스코는 이제 국가 경제성장의 상징으로 쇳물은 무한 창조성의 근원이다. 그간 '포스코사랑'으로 환경오염, 건강권 침해 등 수십 년간 많은 희생도 감내해 온 지역민들에게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변질되지 말았으면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최정우 회장이 취임사에서 한 '기업시민 포스코'로 거듭날 것이라는 다짐을 기대하고 있다. 고 박태준 회장의 영일만 사랑에 반하는 지방소멸 위기를 촉발시키거나 국가균형발전을 퇴행시켜서도 안 된다.

/김헌수 전략인재연구원장·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