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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유서 깊은 쌀의 고장이다. 한강을 중심으로 너른 평야가 김포, 안성, 여주, 파주 등 경기도 곳곳에 펼쳐졌던 탓에 아주 오래전부터 쌀 농사가 발달했다. 임금의 수랏상에 오를 정도로 밥맛이 좋은 쌀이 곳곳에서 생산되기도 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경기도 농업의 중심 역시 오래도록 쌀일 수밖에 없었다. 도내 31개 시·군 상당수가 지역 특화 쌀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쌀 농사는 지금 역사상 최대 위기다. '쌀을 먹지 않는 시대'가 도래해서다. 한국인의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6.9㎏으로, 30년 전인 1991년(116.3㎏) 대비 절반 수준이 됐다.

도시에서 삼시세끼를 꼬박 챙겨먹는 일은 드물어졌고, 그마저도 쌀이 설 자리는 한층 더 좁아졌다. 쌀 농사가 풍년이면 가격이 급락하니 이젠 정부가 나서서 쌀 생산량을 통제할 지경이다. 이 같은 '쌀의 위기'는 경기도 농업의 근간마저 흔들고 있다.

쌀을 먹지 않는 시대, 우리 지역에 쌀이 생산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경인일보는 '쌀의 고장' 경기도를 되돌아보고, 지역별 쌀들이 가진 숨겨진 매력을 전하는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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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맑은양평쌀'. /양평군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양평군은 전국 1호 친환경농업특구다. 1997년 전국 최초로 친환경농업지역을 선포했고, 2005년 특구 지정에 성공했다. 이에 20년 가까이 지역 전체에서 친환경적인 농업에 매진해왔다. 일례로 제초제 사용이 금지돼 논밭에 풀이 자라면 사람 손이 일일이 닿아야 한다.

쌀도 다르지 않다. 양평군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물이 풍부하고 용문산, 유명산 등 큰 산으로 둘러싸여 태풍 등의 재해가 적은 지역이라 예로부터 쌀 농사가 활발했던 곳이다. 지난 2018년에는 농협이 전국 각지 쌀 브랜드를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양평 쌀이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친환경농업특구로 지정된 점과 맞물려 현재 양평군 전체 쌀 농가 4곳 중 1곳 꼴로 친환경 농법으로 쌀을 재배한다. 지난해 군에서 재배된 1만8천t 중 30% 가까운 5천t이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됐다. 그야말로 '깨끗하고 맑은' 쌀이다.

친환경농업특구 1호 지정 양평군
남한·북한강 만나 물 풍부한 환경
큰 산 둘러싸여 태풍 피해도 적어


경기도가 개발한 쌀 품종인 '참드림'이 다른 지역보다 활발하게 재배되는 점 역시 차별점이다. 현재 '물맑은양평쌀'의 55%는 오랜 기간 재배하던 추청, 나머지 45%는 참드림이다.

지역 쌀 생산량 절반 가까이를 참드림으로 재배하는 곳은 양평군이 거의 유일하다. 올해는 50%까지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참드림이 병충해에 저항성이 높은 품종인데다 양평지역 기후와 토지 등이 참드림 식재에 적합한 점이 고루 맞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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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드림의 대표 재배 지역이기에, '물맑은양평쌀'에는 참드림의 특성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참드림은 삼광과 조정도(찰벼)를 교잡해 만들어 그 특성이 살아있는데, 물맑은양평쌀 중 참드림 제품으로 밥을 지으면 찹쌀을 섞어서 지은 것처럼 찰기가 좋다. 다른 품종보다 부드럽고 담백한 게 특징인데 이는 단백질 함량이 낮아서 그렇다.

물맑은양평쌀 중 참드림 제품의 단백질 함량은 5.4%로, 현재 출시되는 쌀품종 중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단백질 함량이 낮아 꼬들하고 담백한 식감을 자랑한다.

참드림이 아직 소비자들에겐 인지도가 낮은 품종이지만, 물맑은양평쌀을 통해 참드림을 접한 소비자들은 차지고 고슬고슬한 밥맛에 계속 참드림을 찾는다는 게 양평군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측 설명이다. 

올해는 양평 쌀의 큰 전환점이기도 하다. '물맑은양평'은 양평군의 대표 브랜드이지만 쌀에 해당 브랜드 사용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농가 4곳중 1곳, 친환경농법 재배
쌀 생산량 절반 가량 참드림 특징

지난해 양평군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을 출범시킨 양평·용문·지평·개군농협 4곳은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통합 운영하고, 쌀 브랜드 역시 기존에 사용하던 '맑은고을양평쌀' 등을 대신해 '물맑은양평쌀'로 통합해 사용키로 했다.

통합 RPC가 출범한 이후 '물맑은양평쌀'로서 파종부터 수확까지 하는 것은 사실상 올해가 첫해다.

한상구 양평군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이사는 "예로부터 쌀 농사가 성행했던 양평군은 현재 친환경 쌀, 그리고 참드림 쌀의 대표 지역이 됐다. 많은 경기도민들이 친환경적이고 맛도 좋은 우리 '물맑은양평쌀'을 찾아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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