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보호의무가 강화된 새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약 석 달이 지났지만 대학교 내 전동 킥보드 단속은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3일 경기도의 모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 주행을 하고 있다. 2022.10.1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지난 14일 오전 9시30분께 아주대학교 연암관 근처 인도. 전동킥보드 한 대가 걸어가던 행인의 옷깃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헬멧도 쓰지 않은 채 인도에서 전동킥보드를 몰던 학생은 연암관 계단 바로 밑에다 전동킥보드를 두고선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이날 오후 경기대학교에도 범칙금 딱지를 떼일 법한 학생들이 가득했다. 몇몇 학생들은 자동차가 서행하고 있는 캠퍼스 내 도로를 제쳐 두고 인도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었다. 헬멧을 쓰지 않은 채 공유킥보드를 몰고 교정을 질주하던 이모(25)씨는 "헬멧이 불편하기도 하고 남들이 쓰던 거라 조금 찝찝하다"며 멋쩍게 말했다. '도로 외 공간' 분류… 단속 제외 사유지라 경찰 상주 어려운 점도 경기 대학가 안전교육 부족 지적
이처럼 캠퍼스 안에서 PM(개인형 이동장치) 안전 법규를 위반한 채 돌아다니는 학생들이 끊이지 않고 있으나, 현행법으로는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 캠퍼스는 '도로 외 공간'으로 분류되는데, 도로교통법은 이곳에서의 보행자 보호 의무만을 담을 뿐 PM 안전수칙 미준수까지는 단속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유지에 해당하는 대학 캠퍼스에 경찰이 상주하기 어려운 점도 한몫한다.
보행자 보호의무가 강화된 새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약 3달이 지났지만 대학교내 전동 킥보드 단속은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의 모 대학교에서 한 학생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 주행을 하고 있다. 2022.10.1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PM 안전 법규를 위반한 채 캠퍼스를 질주하는 학생이 대부분인 상황에 학우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기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선아(21)씨는 "학교가 산 근처에 있다 보니 내리막길이 많다. 그런데도 헬멧을 안 쓰고 언덕을 빠르게 내려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아주대학교 재학생 최영진(20)씨는 "저녁 때 보면 2인 1조로 타는 애들도 있는데 따로 제지하는 사람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제공하는 공유킥보드 관련 교육이나 안전 사항 위반 안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도 꼬집었다. 현재 도내 주요 대학들이 운영하는 비교과프로그램에는 PM 특강이나 행사는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이마저도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각 대학마다 헬멧 착용을 지시하거나 주차를 올바르게 하라는 매뉴얼을 만들어두기는 했으나 학생들은 "지금보다 적극적인 안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행자 보호의무가 강화된 새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약 3달이 지났지만 대학교내 전동 킥보드 단속은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 내에 전동 킥보드가 주차돼 있다. 2022.10.1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전문가들은 현행 도로교통법이 미처 닿지 못해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대학이 나서 메꿔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경찰이 찾아와 일일이 범칙금을 물리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대학 측에서 PM 교육 자리를 자주 마련하거나 학생 수준에서 감당할만한 정도의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육본부 교수는 "교통 안전의 핵심은 시설 마련, 단속, 교육인데 많은 대학들이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하나하나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