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압사 참사'로 고국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 고려인 박율리아나(11월1일자 1면 보도=함박마을 고려인 '참변'… 악몽이 된 '코리안드림')씨가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 이웃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3일 인천 연수구 함박종합사회복지관 1층에 마련된 고(故) 박율리아나씨의 분향소. 고인의 생전 행복했던 순간들이 담긴 여러 장의 사진이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고인의 희생으로 슬픔에 잠긴 함박마을 이웃들의 추모 발걸음이 이어졌다. "박율리아나를 동네에서 마주친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같은 동네 주민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추모하러 왔다"는 고려인 김나탈리아(27·여)씨는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며 고인의 영정 앞에서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생전 행복했던 사진들 탁자 위에
"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눈물바다
영어 배운 제자들 고인과 작별인사
운구비용 부담 각지서 기부 힘 보태
함박마을은 박씨처럼 외국 국적 동포인 '고려인'이 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인천에 정착한 고려인은 지난 9월 기준 1만4천257명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대다수가 함박마을 등 연수구에 터를 잡고 있다. 고인도 한국에 온 이후 함박마을에 정착했다."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눈물바다
영어 배운 제자들 고인과 작별인사
운구비용 부담 각지서 기부 힘 보태
박씨에게 영어를 배웠던 제자들도 고인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러시아 국적 블라디미르(16)군은 "선생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계속 눈물이 났다"며 슬퍼했다.
이날 오후 5시께 추도식이 시작되자 고인의 지인, 함박마을 주민 등 조문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유족과 함께 슬픔을 나눴다.
고인은 4일 오후 강원도 동해국제여객터미널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행 국제여객선에 실려 러시아로 운구될 예정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과 러시아 간 직항 항공편이 끊겨 주한러시아대사관 측이 수소문 끝에 배편을 확보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후엔 1천만원이 넘는 운구 비용이 문제였다. 비보를 접한 박씨 아버지의 지인들이 힘을 보탰다. 또 고인의 안타까운 사연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시민과 여러 단체로부터 소액 기부도 이어졌다.
배우 이영애씨는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한국장애인재단을 통해 박씨의 아버지를 돕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박씨의 아버지 박아르투르(64)씨는 "자식 잃은 슬픔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는가. 딸을 정말 많이 사랑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오늘 추모하러 오신 분들, 그리고 도움을 주신 분들을 비롯해 딸아이의 안타까운 희생에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태양·이수진기자 ksun@kyeongin.com
